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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독재자의 함정에 빠진 中 시진핑 - 생존 위기 직감한 시진핑, 완전한 1인 체제로 독재체제 완성 - 시진핑의 극단적 불안 드러낸 독재체제 강화 - 시진핑은 왜 이렇게 아무도 믿지 않는 독재자가 되었을까?
  • 기사등록 2024-03-14 06: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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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위기 직감한 시진핑, 완전한 1인 체제로 독재체제 완성]


중국의 지도체제가 완벽하게 시진핑 1인체제로 탈바꿈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측근들마저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고, 모든 국정을 시진핑이 만기친람(萬機親覽; 임금이 모든 정사를 직접 보살피는 일)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그만큼 존재적 불안이 크다는 의미여서 중국 공산당은 이제 생존을 건 전투적 정치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CNN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끝난 상황에서 사실상 시진핑 1인체제로 되돌린 체제 변혁과 관련해 “이번 양회는 시진핑의 직접적 통제강화, 하이테크 추진, 경제적 신뢰회복, 새로운 인선이 전혀 없다는 4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변혁은 시진핑 1인체제 강화”라고 지적했다.


CNN은 이어 “지난 1993년 이래 양회부터 양회의 마지막 날 전통적으로 행해 오던 총리의 기자회견도 전면 취소되었는데, 이는 마오쩌둥 독재정권의 혼란 이후 전면에 등장한 집단지도체제 전통이 시 주석 치하에서 다시 한번 뒷전으로 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내각 역할을 하는 총리와 국무원은 시 주석이 정부와 정부 메시지에 대한 당 통제력을 강화하면서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소외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이번 양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국무원(행정부) 전면 장악을 못 박는 내용의 국무원 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개정안은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사실상 시진핑 손에 쥐어줬다.


국무원 조직법은 또한 행정부가 당의 집행 기관이라는 점을 명문화해 당이 직접 통제하는 시스템을 확실히 하면서 그동안 덩샤오핑 이래 국무원이 당을 견제하는 기능을 완전히 박탈해 버렸다.


이와 함께 총리의 권한을 대폭 축소한 것도 눈에 띈다. 국무원 조직법은 국무원이 당 중앙의 명령을 철저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명시했으며, 그동안 총리가 해 오던 외국 대표들과의 면담이나 회담도 할 수 없도록 정리되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제행사에서 총리가 나서는 일들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13일 사설에서 “이번 양회로 공산당 리더십이 강화됐다”며 “중국이 직면한 도전이 당 리더십 강화를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CMP는 이어 “중국이 소비 시장 침체, 경제 부진, 부동산 시장 혼란, 미중 무역전쟁 심화 등 여러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러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데 있어서 시진핑으로의 1원화 체제가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논조는 당 장악력 강화라는 새로운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모르겠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은 오롯이 시진핑 지도부의 몫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진핑의 극단적 불안 드러낸 독재체제 강화]


사실 권위주의 국가에서 최고 지도자 1인에게 권력을 집중시키고, 심지어 2인자의 존재마저 부정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독재자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의 중국 상황이 경제적 위기로 몰리면서 인민들의 시진핑 체제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고 민심도 흉흉해지면서 이를 돌파하는 방법으로 인민들의 불편한 마음을 해소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억제하고 동시에 그동안 자신을 그림자처럼 따랐던 측근들을 숙청하는 방식으로 타개하려 하고 있다. 마치 과거의 스탈린이 그랬던 것처럼 시진핑도 최측근마저도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2인자인 총리의 권한마저 대폭 축소시키고 오직 자신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이번에 권력체제를 1인지배 강화로 변화시킨 것은 순전히 ‘리커창 효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리커창 전 총리는 시진핑 주석과 노선 차이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정치나 경제 등 전반적인 면에서 독자적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심지어 시진핑을 향해 날선 비판까지 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리커창은 시진핑을 대신할 인물로 수많은 중국 인민들에게 추앙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대체할 누군가가 중국 인민들의 마음 속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 중국내에서 국가적 지도자는 오직 자신뿐이어야 하고, 자신만이 무대의 중앙에서 각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아무리 심복 중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리창 총리마저도 자신의 앞을 가려서는 안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리창 총리가 그러한 정치적 인물로 부상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시진핑 1인체제 강화는 단순한 국정 지배 강화라는 1차원적 설명을 넘어 중국내에서 공산당 지도체제에 대한 위기가 불거진다 하더라도 시진핑의 대체적 인물을 아예 존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인민의 봉기에 대한 희망 자체를 사라지게 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리커창 전 총리의 돌연사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천안문사태 주역 중 한 명으로 반체제 운동가인 왕단은 “시진핑은 의심이 많아지고 해코지를 당할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 외톨이가 되는 전형적인 독재자의 함정에 빠졌다”며 “고위층 숙청을 보면 2차대전 전 스탈린의 모습이 연상된다”고 평가했다.


[시진핑은 왜 이렇게 아무도 믿지 않는 독재자가 되었을까?]


사실 시진핑은 아버지 시중쉰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말년 10년을 광둥성 선전에서 보낸 시중쉰은 그의 개인 비서 장궈잉(張國英)에게 “홍콩의 법률제도를 배워야 한다. 시민의 이익을 중시한다면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지도하는 현상을 차단하고,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는 대죄(大罪)를 막을 수 있다”고 수 차례 말할 정도로 개방적이었다.


심지어 시중쉰은 “마오쩌둥 같은 강한 독재자가 다시 출현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면서 최고지도자나 당의 방침과 다른 의견을 내도 처벌받지 않는 ‘이론보호법(異論保護法)’ 제정을 염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아버지 시중쉰과의 생각과는 다르게 시진핑은 당내에서 다른 의견을 드러내는 사람을 ‘반당 분자’로 투옥시켰고, 언론·표현의 자유를 완전 박탈하는 ‘홍콩국가보안법’을 강행통과시켰다. 또한 아버지의 신념과 정반대로 ‘공포정치’, ‘강압 정치’를 줄곧 밀어붙이고 있다. 그렇다면 시진핑은 왜 이럴까?


첫 번째 이유는 청소년기에 권력의 단맛과 쓴맛을 처절하게 체험한 그가 ‘권력 의지’의 화신(化身)이 됐다는 분석을 한다. 실제로 시진핑은 유소년기에 특권층의 삶을 누렸다. 일례로 그가 다닌 ‘베이징 81학교’는 목욕탕과 수영장, 위생소, 아이스크림 판매점과 동물원을 갖춘 초호화시설이었다. 심지어 그 무렵 대약진운동으로 2000만명 이상이 아사(餓死)했을 때도 시진핑은 이와는 무관하게 ‘천상(天上) 인간’의 삶을 즐길 정도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몰락으로 시진핑은 ‘인간 지옥(地獄)’으로 떨어졌다. 문화혁명 중 4차례나 감옥에 끌려가기도 했고, 먹을 것이 없어 굶은 적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이러한 우여곡절의 삶을 겪으면서 시진핑은 출세욕이 가득찬 사람으로 변했다. 그러면서 공산주의청년단[共青團]에 8번의 원서를 낸 끝에 마침내 들어갈 수 있었다.


시진핑은 또한 마오쩌둥을 철저하게 존경하기도 한다. 어쩌면 마오를 부정하며 중국의 자본주의화를 외치는 이들에 대한 반동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그가 어려운 삶을 거치면서 마오쩌둥은 그에게 또다른 신(神)으로서의 경배를 하는 대상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버지 시중쉰이 공산당의 권력 투쟁에서 패배해 좌천하면서 결국 하방까지 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아버지의 삶을 목격했던 시진핑은 당내 권력투쟁에서 패배를 거듭한 아버지의 인생 행로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거꾸로 나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이미 주석직에 올랐으면서도 권력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독재가 불러올 파탄]


블룸버그는 지난 1일, “중국 경제에 대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1인 통치'가 불안을 촉발하고 있다”면서 “중국내에서 경제불안으로 인한 시위가 넉달 연속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의 중국 내 반정부 시위 모니터링 프로젝트 '차이나 디센트 모니터'에 따르면 8월 227건에서 9월 233건, 10월 274건, 11월 278건으로 늘어난 것이다. 12월에는 236건으로 다소 줄었다. 이들 중 상당수 시위가 노동 분쟁과 가계 자산을 줄이는 부동산 위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시위의 칼끝은 결국 시진핑으로 향한다.


지난 1월 중국과 홍콩 증시 시가총액이 2021년 고점 이후 약 7조달러(약 천324조원)어치가 증발하자 화가 난 중국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대사관의 웨이보 계정으로 몰려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증시와 무관한 게시물에 수십만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상당수가 "상하이증권거래소를 폭격할 미사일 몇 개만 빌려달라"는 등의 불만 글이었다. 다른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는 최고 지도부 교체만이 시장을 자극할 것이라는 암시 글도 등장했다가 삭제됐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집단지도체제가 아니라 시진핑 1인 체제로의 변화 자체가 중국인들의 불만을 시진핑에게로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특히 중국 인민들의 불만은 늘어나는데 시진핑 주석이 이러한 위기를 타개할 명확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시 주석은 경제 위기 타개 방안으로 ‘고품질 개발’이라는 애매모호한 단어를 예년 70차례에서 작년 128차례로 늘릴 정도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이 발전 전략에 대해 근본적으로 공산당 지도부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체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도 끝났지만 이 행사 어디에서도 중국 경제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시진핑의 권력강화만 제시되었을 뿐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지금 중국이 뭔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불만들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를 시진핑도 감지하고 있다. 이것이 동물적 본능으로 권력보호라는 반사적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일당 독재도 모자라 일인 독재로 가고 있는 중국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세계인들의 눈길이 지금 시진핑에게로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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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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