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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유출된 러시아 극비문서, 중국 향해 핵무기 공격 준비했었다! - 러, 中 등 강대국과 충돌하면 핵무기 사용 교리 마련 - 중국 신뢰하지 않는 러시아의 속내 그대로 드러나 - 대폭 낮아진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이드라인
  • 기사등록 2024-03-01 06: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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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中 등 강대국과 충돌하면 핵무기 사용 교리 마련]


우크라이나 전쟁을 도발했던 러시아가 전적으로 중국에 의지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만약 중국 등의 강대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한다면, 전쟁 초기부터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극비의 군사 기밀문서가 서방세계에 유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이같이 보도하면서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시에도 초기때부터 전술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군사교리에 주목했다.


FT는 “서방 취재원에서 입수한 기밀문서는 2008∼2014년 러시아군 훈련을 위해 작성된 29건으로, 전술핵 운용 원리 논의가 포함된 워게임 시나리오 등을 담고 있다”면서 “전술핵 사용의 문턱이 러시아가 그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보다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FT는 이어 “이들 자료는 러시아군이 핵전력을 국가 방어전략의 주춧돌로 본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으로, 어떤 전장 조건에서 선제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도록 훈련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한 문서에 따르면 동아시아를 담당하는 러시아군 동부 군관구는 중국의 침공을 가정한 다수의 시나리오에 맞춰 전술핵 사용 예행연습을 했다”고 전했다.


이 중 한 훈련은 중국의 러시아 공격 시, 러시아가 중국군 2차 침공 전력의 진격을 막기 위해 전술핵으로 대응하는 시나리오를 담고 있었는데, 이는 중국군이 최초 러시아를 공격한 뒤 바로 다음 부대를 투입할 경우,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다는 뜻이어서 충격적이다.


[중국 신뢰하지 않는 러시아의 속내 그대로 드러나]


사실 러시아의 대중국 핵무기 사용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그만큼 중국군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방증이라 할 것이다.


특히 유출된 문서 가운데 중국의 침공 가능성을 가정해 지속적인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는데, 이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이에 ‘제한없는 파트너십’을 대외적으로는 공표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언제든지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상대로 규정하고, 심지어 핵무기 투하를 전제로 한 전쟁 연습까지 해 왔다는 점에서 중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FT는 이와 관련해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 간의 전쟁 전망은 터무니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러시아로부터 입수한 시나리오는 모스크바 군대가 중국의 위협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배치한 전술에 대한 세분화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한 워 게임 시나리오에서는 중국이 가짜 시위대를 고용해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경찰과 충돌하도록 한 다음, 방해꾼을 보내 러시아의 보안 인프라를 은밀하게 공격한다. 긴장이 비등점에 도달하면 중국은 러시아를 '대량 학살'이라고 비난하면서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이고, 이어 국경에 군대를 전격 배치한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간에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베를린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에프 소장은 “러시아가 2008~2014년 동안 ‘명백히 위협으로 여겨지는’ 중국을 상대로 이러한 전쟁 게임을 정기적으로 연습했다”면서 “러시아는 항상 나토가 주요 위협이고 중국은 파트너라고 말했지만, 많은 새로운 무기 시스템이 극동 지역에 먼저 배치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1969년 7개월간 미신고 군사 충돌을 포함하여 중국이 인구 밀도가 낮은 국경 끝에서 러시아의 약점을 악용할 수 있다는 모스크바의 우려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특히 두드러졌다. 1990년대에는 러시아가 동쪽 이웃 국가들의 부상에 직면하면서 다시 갈등이 고조되었다.


그러나 푸틴이 집권한 후 역학 관계는 바뀌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를 침략하거나 핵 선제공격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모든 영유권 주장을 포기했다.


푸틴은 2012년에 집권한 시진핑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두 사람의 협력은 우크라이나 침공 몇 주 전부터 '제한 없는' 파트너십이 되었다. 중국은 서방 제재로 인한 타격을 줄이기 위해 모스크바의 캠페인에 암묵적인 지원과 함께 경제적 생명줄을 제공했다.


이번 극비문서의 유출과 관련해 크렘린궁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유출된 문서의 진위가 의심스럽다”면서 “중국과 러시아간의 관계는 이미 영원한 우정으로 맺어졌으며, 중국 위협론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크렘린궁은 이번 문서 유출 자체가 중러관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나치게 세부적이고 공격적인 전쟁 시나리오를 보면, 러시아의 극동 영토에 대한 중국의 제국주의적 야욕을 러시아가 의심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일부 문서에는 중국이 카자흐스탄을 경유해 시베리아 서부와 우랄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여러 훈련에서 침략군의 궁극적인 목표는 러시아 극동 지역을 점령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음모론은 러시아 내 중국 디아스포라에 대한 러시아의 두려움을 강조하며, 이들은 중국의 명백한 외교 정책 도구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인구조사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중국계 인구는 29,000명 미만으로 매우 적다.


또한 2014년 7월에 발표된 카자흐스탄과 서부 시베리아 침공에 초점을 맞춘 여러 훈련 중 하나는 중국이 그곳에 더 많은 ‘생활 공간’을 확보하여 이들 국가를 '자원 식민지'로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러시아는 최근들어 중국에 대한 경계를 낮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과 2022년 모스크바 군이 극동 지역에서 실시한 대규모 보스토크 훈련에는 중국의 제한적 참여가 허용되었고, 중국은 S-400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같은 러시아의 첨단 무기를 도입하기도 했다. 양국은 작년에 일본 문앞에서 최대 규모의 해군 및 공군 합동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간의 군사훈련은 명백하게 제한적이었다. 이에 대해 국제전략연구소의 윌리엄 알베르케 소장은 “군사 협력이 공동 작전, 계획 또는 동적 표적화와 같은 특정 민감한 영역보다는 여전히 ‘사진 촬영 기회와 퍼레이드’에 주로 제한되어 있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서방국가들간의 합동군사훈련처럼 모든 것을 오픈하면서 서로의 무기 체계를 공유할 수 있는 실질적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중러간에는 군사기밀은 공유하지 않고 전시적 효과에만 치중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러시아가 지난해 11월에 중국 국경 근처에서 실시한 핵무기 탑재 미사일 시스템 훈련도 러시아 군이 여전히 중국과의 충돌을 대비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훈련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FT는 밝혔다.


또한 FT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 간의 경쟁 구도는 특히 중앙아시아에서 여전히 남아 있다.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잭 와틀링 선임연구원은 “이 문서에서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에 초점을 맞춘 것은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도전이 군사 외교를 통해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카자흐스탄의 전문 인력이 러시아를 능가하는 규모로 중국 참모대학에 초청되어 군사 교육을 받고 있었다”고 전했다. 바로 이러한 점을 러시아는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과거와 같이 중앙아시아 지역의 경찰로서 군림할 수 있는 여력이 사라졌는데, 중국이 그러한 공백을 메꾸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중국을 날이 갈수록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FT의 관점이었다.


[대폭 낮아진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이드라인]


이번 유출된 러시아의 극비문서를 보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이드라인 수준이 매우 낮아졌음을 알 수 있어서 유럽사회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한 해군 훈련 문서는 ▲ 적군의 러시아 영토 내 진입 ▲ 국경 경비 책임을 진 부대의 패배, ▲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적의 공격 임박 등 폭넓은 전술핵 공격 기준을 제시했다.


이 문서는 전술핵 사용 기준이 러시아군의 손실로 인해 적군의 주요 공세를 멈추는 것이 돌이킬 수 없도록 실패하는 경우, 러시아의 안보가 위태로운 경우 등 여러 요인의 조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군 전략핵잠수함(SSBN) 전력의 20% 이상, 핵추진잠수함(SSN)의 30% 이상, 순양함 3척 이상, 공군 기지 세 곳 이상이 파괴될 경우도 각각 잠재적인 전술핵 사용 조건으로 꼽았다.


이 밖에도 외국이 공격하거나 군사적 충돌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려는 경우, 러시아군의 전투 패배나 영토 상실을 방지하려는 경우 등 폭넓은 목표를 위해 전술핵을 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번 자료가 작성일이 10년은 지난 문서들이지만 여전히 현 러시아군 교리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 툭하면 핵전쟁을 거론했다는 점도 사실 이러한 핵전쟁 가이드라인에 기초한 것이라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의 핵무기 교리상 적의 핵무기 선제공격에 대한 보복 공격인 경우, 또는 재래식 무기가 사용됐는데도 러시아라는 국가의 존립 그 자체가 위협받을 경우 등 두 가지의 핵무기 사용 가능 요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독일 소재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드르 가부예프 국장은 “이런 문서가 공공 영역에서 보도된 것은 처음 본다”면서 “이들 문서는 (러시아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원하는 결과를 달성할 수 없을 경우 핵무기 사용의 문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전술핵은 미국을 겨냥한 전략핵무기와 달리 유럽·아시아의 전장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될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미국은 러시아가 최소한 2천기의 전술핵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러시아 핵무기 쏘는 순간 미국, 나토 즉시 개입]


분명한 것은 미국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과 관련해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끊임없이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자 미국은 “만약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미국은 즉시 나토와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미국의 대응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곳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 안보보좌관의 주도로 결성된 타이거 팀이다. 타이거 팀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내 특수 사안 해결을 위해 구성된 긴급 TF팀을 말하는 것으로, 핵무기를 비롯한 러시아의 파괴무기(WMD) 사용을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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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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