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시진핑이 식량안보에 대해 안절부절하는 이유? - 돌연 ‘대규모 빈곤 사태’ 언급한 중국 - 식량부족은 곧 사회불안, 커지는 시진핑의 불안감 - 미래가 없는 중국 농촌, 식량 부족은 필연
  • 기사등록 2024-02-07 11:40:45
기사수정



[돌연 ‘대규모 빈곤 사태’ 언급한 중국]


중국이 지난해 말부터 부쩍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거론하면서 관련 회의를 잇따라 열기도 하고,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나서서 식량안보를 독려하고 있다. 올해 시진핑의 제1호 문건도 '삼농'(三農·농업·농촌·농민) 문제였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이렇게 식량안보에 대해 안절부절하는 것일까?



자유아시아방송(RFA)은 5일(현지시간) “중국 국무원이 ‘식량 안보를 지키고 대규모 빈곤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곡물 생산량을 최소 수준 이하로 떨어뜨리지 않게 하라고 지방 정부와 농촌 공동체에 명령했다”면서 “시진핑 주석의 1호 문서에서도 2024년 국가 곡물 생산량이 6억 5천만 톤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 발표된 1호 문건은 중국공산당 중앙위와 중앙정부인 국무원이 합동으로 해마다 가장 먼저 하달하는 정책 문서로 중국 지도부가 어떤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는지 대내외에 의중을 밝히는 것이어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이 1호 문건의 핵심 과제는 ▲식량 안보 ▲대규모 빈곤 재발 방지 ▲향촌 산업의 발전 수준 제고 ▲향촌 건설의 수준 제고 등으로 “농업, 농촌, 농민 관련 업무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사평론가 궈민은 “최근 몇 년 동안 농민들이 대규모로 농지를 포기한 예가 있다”면서 “식량 안보가 중국 지도부의 주요 관심사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궈민은 이어 “올해 1호 문건에서 식량 안보가 다시 한 번 언급된 것은 농촌의 곡물 생산량 확보가 당국의 큰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시점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대규모 빈곤 재발 방지’라는 문구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시진핑 정부는 2020년 11월 젊은 이주 노동자들의 도시로의 대량 강제 이주에 따른 극심한 빈곤을 해소했다고 선언했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이에 대해 궈민은 “1호 문건에서 ‘대규모 빈곤 재발 방지’라는 문구가 등장했다는 것은, 지금 중국의 농촌이 극심한 빈곤의 길로 가고 있으며, 이러한 참혹한 현실이 불가피하게 다가올 것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궈민은 또한 “지난 3년간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지방정부 재정이 고갈되면서 공무원의 임금조차 줄 여력이 안된다”면서 “중국의 지방정부는 이제 자국민을 돌볼 돈조차 없다”고 질타했다.


[식량부족은 곧 사회불안, 커지는 시진핑의 불안감]


문제는 중국에서의 식량 부족은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불안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시즈오카 대학의 양하이잉 교수도 바로 이 점을 지적하면서 “덩샤오핑의 친구였던 천윈은 ‘중국인은 관리하기 쉽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먹을 것만 충분하다면 중국 인민들은 반란을 일으키거나 중앙정부에 저항하지 않는다”고 말한 사실을 언급했다.


양하이잉 교수는 이어 “시진핑이 집권한 이후 그들은 빈곤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지만, 곡창지대에 식량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식량 부족이 예상되며, 국내외적으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문제도 있다. 생활비는 상승하는데 농촌에서의 수입으로는 유지가 안되다보니 이들이 대거 도시로 몰려와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농민공들은 사실상 중국 내에서 사람으로 취급받지도 못하는 힘든 삶을 살고 있는데, 이들의 도시행으로 농촌에서는 일할 사람들이 부족해 시진핑이 원하는 식량증산은 꿈도 꾸지 못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 정부는 농민공들이 농촌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이미 농촌 생활에 질린 이들이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며, 대신 일자리를 못 찾은 청년들을 농촌으로 보내려는 이른바 하방(下放)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이번에는 청년들이 꿈쩍 않고 있어서 시진핑 정부의 고민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궈민은 “농부들은 농작물을 재배해서는 돈을 벌 수 없는데, 스스로 먹을 식량을 재배하지 않는다면 누가 농사를 짓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데 정부는 그럴 여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농민으로 산다는 것, 스스로 이방인이 된다는 것]


또 하나의 문제도 있다. 신분 세습은 중국의 해결 난망한 골치거리다. 국민소득 1만불인데 벌써 초저출산 고령화로 신음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태어날때 정해지는 후커우(戶口, 호적)는 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바뀌지 않고 세습된다. 그래서 농촌 후커우를 가진 청년들은 낙후된 자기 동네에서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보니 거의 대부분 도시로 가서 일자리를 잡는다.


이들을 농민공(農民工)이라 하는데, 그 수는 4억명에서 6억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도시 후커우를 가진 이들에 비해 훨씬 적은 임금을 받으며 중국 산업화에 기여했지만, 이들의 후커우가 농촌인 탓에 온갖 불평등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문제는 이 후커우가 도시에서 태어난 자식들에게까지 대대로 세습되어 불평등의 족쇄에서 벗어날 길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더라도 부모 자식 모두 거주 도시 지역의 교육은 물론 의료보험, 사회복지 등을 누릴 수 없다. 이런 제한이 주택 등 부동산 구매까지 다 연결돼 있고, 심지어 자신의 후커우가 아닌 지역에선 자동차를 사는 것도 불가능하다. 사실상 외국인 노동자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지도부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도 의문거리다.


[미래가 없는 중국 농촌, 식량 부족은 필연]


미국의소리(VOA)는 지난해 12월 26일(현지시간), “값싼 노동력이 중국 제조업 도약의 토대를 마련했지만, 정작 농업은 거의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중국의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곡물 재배에 필요한 인건비와 토지 비용은 미국보다 훨씬 높은데, 예를 들어 밀은 1에이커당 1,000위안에 육박하는 반면, 미국은 318위안에 불과해 3배 이상 비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글로벌 식량 및 물 안보 프로그램 책임자인 케이틀린 웰시는 “중국은 당분간 식량 수요의 일부를 충족하기 위해 무역에 계속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의 식량 소비구조가 갈수록 도시화되면서 더 많은 동물성 단백질, 더 많은 과일과 채소를 선호하고 있지만, 중국의 현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량안보에 숨은 정치적 의미]


그렇다고 이러한 식량 문제가 중국만 부각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노르웨이 등을 비롯한 부유한 국가들도 모든 식량이 다 자급자족되지는 않는다. 다시말해 식량의 자급자족이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이 이렇게 식량안보를 말하면서 자급자족을 외치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바로 식량의 무기화를 우려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유진영 국가에서 식량을 무기화하는 나라는 전혀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켰던 러시아가 되려 석유와 곡물의 무기화 카드를 꺼내들고 유럽과 아프리카 등을 위협한 일은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식량안보를 우려하는 것은, 중국이 자유진영 국가들로부터 제재를 당하면서 식량의 자유로운 수급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음을 상정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다시말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든지, 일본 또는 필리핀과 군사적 충돌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유진영 국가들이 중국에 대해 경제제재를 취하게 될 터인데, 시진핑의 중국은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이 식량안보를 강조하면 할수록, 또 갑자기 옥수수나 콩과 식물들의 수입량을 대폭 늘리면서 식량 비축에 나선다면, 이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시그널이 된다.


[중국은 식량 자급자족을 얼마나 실현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중국은 식량을 얼마나 자급자족하고 있을까? 중국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19년 연속 곡물 풍작을 기록했으며, 시장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국무원이 개최한 식량 안보 관련 기자 회견에서 중국의 식량 공급을 담당하는 국가 곡물 및 자재 비축국 국장 콩 량은 “중국의 식량 자급률이 100%를 넘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공식 수치에 따르면, 중국이 ‘식량 배급량’을 자급자족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이 인구가 먹기에 충분한 식량을 생산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식량 배급’은 일반적으로 쌀과 밀만을 의미하지만 옥수수, 수수, 콩과 식물 및 기타 다양한 종류의 식량은 여전히 대량으로 수입해야 한다.


중국 사회과학원 농촌개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 2025년 제14차 5개년 계획 기간이 끝날 때까지 중국은 곡물 약 2,500만 톤을 포함해 약 1억 3,000만 톤의 식량 부족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입국으로, 지난해 중국의 총 곡물 생산량은 6억 8천만톤인데 반해 곡물 수입은 1억 4천만톤에 달한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2022년 중국 거시경제발전포럼의 보고서는 “현재 전체 식량의 3분의 1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식량 자급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지난 20년간 중국의 식량 안전 및 안보 수준, 즉 식량 자급률이 과거에 비해 높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이어 “안보 수준, 즉 식량 자급률은 2000년 93.6%에서 현재 65.8%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렇게 중국내 식량 생산량을 줄이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요인은 농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식품, 농업 및 생물 공학 교수인 카렌 만클은 “중국은 2000년에 식량을 자급자족했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상황이 바뀌었다”며, “부분적으로는 농지의 양이 줄어들면서 도시 개발, 농지의 다른 용도 전환 등 식량 재배에서 다른 용도, 곧 공장 부지로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렌 만클은 그러면서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경작지의 5%를 잃었다”며 “이는 한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대외 수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 바로 미국, 캐나다, 호주라는 점이다. 이들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전체 수입중 37.3%를 차지한다. 그러니 문제가 생기면 중국의 식량사정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여기에 중국의 또다른 전략적 관심사는 해상 식품 무역에서 단절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농업 전문가 제네비브 도넬론 메이는 말라카 해협과 파나마 운하를 '식량 병목 현상'이라고 부르며, 중국이 특히 '말라카 딜레마'를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더더욱 두렵게 하는 것은 미국의 힘에 의한 공급망 차단이다. 지난 해 미국 해군 연구소 웹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에서 “미국은 전 세계 여러 해상 요충지에서 중국의 공급망을 차단할 수 있다”며 “미 해군은 중국의 무기 작전 지역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선박이 이러한 중요한 병목 지점에 접근하면 요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통치자들은 다른 나라를 두려워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자국민을 먹여 살릴 수 없다면 진정으로 걱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니 시진핑 주석이 식량안보를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다른 나라를 침공할 의도만 깨끗이 포기한다면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저렇게 과욕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시진핑의 정치적 기반이 위태롭다는 의미 아닐까?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1772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