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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승자의 저주’에 빠진 중국 전기차 - ‘속빈 강정’으로 전락한 중국 전기차 - 중국의 고질병, 중복투자가 발목잡고 있다 - 이익률 감소, 글로벌 경쟁력에도 문제
  • 기사등록 2024-02-04 06: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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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빈 강정’으로 전락한 중국 전기차]

전기차 굴기’에 힘입어 사상 처음 세계 자동차 수출 1위 국가로 떠오른 중국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면서 날이 갈수록 ‘속빈 강정’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기차의 판매는 계속 늘어나지만 수익은 더욱 더 줄어드는 산업구조 때문에 한계에 이르면서 중국 자동차 업계가 이를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의 경제매체인 제일재경(第一財經)은 지난 1월 31일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가 집계한 지난해 자동차업계 매출은 10조976억 위안(약 1천890조원)으로 2022년 대비 12% 증가했다”면서 “전체 매출이 10조 위안을 넘어섰고, 수출량도 세계 선두가 됐다는 점만 본다면 상당히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수익성 측면에서는 매우 우려스러운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일재경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업계의 이윤은 5천86억 위안(약 95조원)으로 2022년에 비해 5.9% 증가하기는 했지만, 이익률 자체는 중국 공업 평균(5.8%)에 못 미치는 5.0%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러한 자동차업계 이익률이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제일재경은 “2015년 8.7%였던 업계 이익률이 2016년 8.3%→2017년 7.8%→2018년 7.3%→2019년 6.3%→2020년 6.2%→2021년 6.1%→2022년 5.7%→2023년 5.0%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결국 2015년과 비교하면 작년 이익률은 8년 새 3.7%포인트 떨어진 셈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금융시장정보업체 퉁화순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승용차업체 20곳 가운데 둥펑자동차(-61.95%)와 광저우자동차(-44%), 창청자동차(-38.79%), 상하이자동차(-9.8%) 등 7곳의 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가 조사한 20개 기업 중 7개사는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 더불어 신에너지차 제조사 대부분도 적자를 봤고, 일부 기업은 손실 폭이 계속 늘고 있다.


차량 1대 이윤도 2015∼2018년 2만4천 위안(약 450만원)에서 2만2천 위안(약 41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이후 2만 위안(약 370만원)대로, 작년에는 1만6천900 위안(약 317만원)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추이둥수 CPCA 비서장은 “자동차업계 이익률이 지나치게 낮다”며 “앞선 몇 해의 이익률 하락 추세를 종합해보면, 최근 자동차업계의 이익 하락 폭이 여전히 크다”고 설명했다.


추이 비서장은 이어 “이윤 원천에 변화가 생겼는데, 2023년에는 주로 수출과 고급 차에 의존함으로써 대부분 기업의 이익이 크게 떨어졌고, 일부 기업의 생존 압박도 커졌다”며 “현재 내연 자동차 시장은 수익성이 있지만 빠르게 쇠퇴하고 있고, 신에너지차 시장은 고성장 중이지만 손실이 크다는 모순적인 압박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수익성 악화와 관련해 제일재경은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신에너지차 시장이 대체로 적자 상태인데, 특히 자동차 제조사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작년 한 해 '가격 전쟁'이 여러 차례 펼쳐졌는데, 이것이 수익성 악화를 불러온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1일 블룸버그도 “중국 광둥성 전역에 80개에 달하는 매장을 운영하던 대리점 브랜드(용아오투자그룹)가 파산했다”며 “중국의 승용차 판매는 2017년 2400만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정체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고질병, 중복투자가 발목잡고 있다]


그런데 중국 전기차의 긍정적 성장을 가로막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중복투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뭐하나 잘된다 싶으면 수많은 기업들이 벌떼같이 달려들면서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일들이 왕왕 벌어졌었다. 그런데 전기차 시장도 마찬가지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내에서 전기차 시장이 커지자 대형 부동산업체들까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런 기업들이 부동산 경기 악화와 맞물리면서 곧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렇게 전기차 시장의 산업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중복 투자가 이뤄졌고, 이로인해 '노는 설비'가 늘었으며 결국 수익성 악화를 불러온 것이다.


2022년 말 기준 중국 승용차 생산 능력은 4천289만대였는데, 실제 생산은 2천702만대로 설비 이용률이 63%에 그쳤다. 제일재경은 이와 관련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상 설비 이용률이 75%에 못 미치면 심각한 과잉이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제일재경은 이어 “외자 자동차기업의 이익률은 여전히 국내 기업보다 크게 높다”며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외자기업은 글로벌 자동차기업으로 유럽과 미국의 성숙한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냈고, 이런 시장에는 과도한 경쟁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제일재경은 그러면서 “국내 시장의 경쟁은 극심한데, 중국 브랜드는 글로벌 기업이 아니니 국내 시장에서 가격 인하 전략으로 점유율을 확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제살 깎아먹기 전략으로 중국내에서 출혈경쟁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익률 감소, 글로벌 경쟁력에도 문제]


이런 중국내 상황은 글로벌 경쟁력에서의 문제를 낳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는 지난해 4분기 미국 테슬라를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지만, 해당 분기 순이익은 전분기보다 오히려 줄었다.


이 기간 BYD 순이익은 76억~96억 위안(약 1조4000억~1조7800억원) 선으로, 3분기(109억위안·약 2조 원)보다 무려 10~30% 가량 감소했다. BYD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상반기(1‧2분기) 5.28%로. 테슬라(10.5%)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은 결국 BYD가 연간 300만대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 가격 할인 정책을 쏟아냈고, 이것이 판매 숫자적 측면에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수익률은 하락하는 결과를 낳은 배경이 되었다. BYD의 지난해 판매량은 누적 302만4417대로 전년보다 62.3% 증가했다.


[한계에 다다른 중국 정부의 지원]


중국의 자동차산업의 급성장 배경에는 사실 중국정부의 ‘퍼붓기식 지원 정책’이 한몫을 했다. 중국의 자동차 회사들로서는 정부가 일정부분 지원을 해주니 이를 배경으로 가격을 후려칠 수 있었고, 또 이를 바탕으로 수출도 대폭 늘릴 수 있었다. 유럽 시장 등에서 중국차가 대대적 신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품질 때문이 아니라 가격적 측면에서 유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 정부의 지원이 이젠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지난 1월 22일 산업정보기술부 차관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과잉 생산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역시 중국산 전기차에 수입 자동차 기본 관세(2.5%) 외에도 25%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에 “자동차 산업을 크고 강력한 중국의 손에 팔아넘기고 있다”면서 더욱 강력한 중국 견제를 예고했다. 이는 당장 중국의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중국 자동차의 주 수출지역인 유럽과 미국에서 판로가 막힌다면, 당장 엄청나게 수량을 늘려 제작하고 있는 중국차 시장에 상상할 수 없는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사실 중국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길까지 막힌다면 중국 자동차 산업은 동맥경화 현상에 맞닥뜨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중국 배터리업계도 급속 냉각 가능성]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전기차 시장의 문제가 배터리산업에도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31일,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닝더스다이)이 지난해 48% 수준의 순이익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올해는 험난한 경영 환경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CATL은 세계 선두의 동력 배터리 기업으로 급성장해 세계 배터리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추월하고 작년 4분기 세계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른 중국 업체 BYD(비야디)가 CATL에 이은 제2의 배터리 기업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세계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그동안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온 중국의 전기차 산업이 올해 들어 수요 부진과 경쟁 과열로 험난한 출발을 한 가운데, 이 여파가 CATL에도 직격탄을 날리면서 역시 쉽지 않은 도전을 맞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 내 전기차 기업들도 생산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데다 중국 안팎의 배터리 기업들이 '높은 가성비'의 배터리 제품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더해 CATL이 미 하원의원들의 요청으로 미국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새로운 역풍을 맞고 있다.


중국과 유럽연합(EU) 간 전기차·동력 배터리 분쟁도 CATL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EU는 중국 당국이 수년 동안 해당 분야에 '불공정 보조금'을 줘왔다면서 반(反)보조금 조사를 진행 중이며 사실로 확인되면 상계관세를 매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세계 1·2위의 배터리 기업 CATL과 BYD가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중국 전기차가 이렇게 복합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 전기차 회사들의 미래가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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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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