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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중국식 개혁개방은 성공할 것인가? - 김정은, 일당독제체제 유지하면서 경제발전 이룩한 중국식 정치경제 원해 - 비핵화 카드,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개발에 나서려는 의도 - 비핵화를 위한 협의 성공해야 북한 개혁개방도 가능
  • 기사등록 2018-06-06 05:37:57
  • 수정 2018-06-06 07: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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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헌정지 2018년 6월호(46쪽부터 50쪽)에 기고된 글이다


[남북회담, 미북회담의 이니셔티브, 김정은이 쥐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의 대결구도가 대화구도로 전환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정상외교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3월 28일 김정은과 시진핑의 정상회담에 이어 4월 2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에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이 열렸고 이어 5월 8일에는 중국의 다롄에서 금년 들어 두 번째로 시진핑과 김정은 간에 정상회담이 열렸다. 오는 6월 12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미중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발표되었다.


한반도 정세를 급변시킨 이러한 상황전개는 우리 입장에서 이러한 표현을 쓰기는 거북하지만 그 이니셔티브가 김정은으로 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평창올림픽을 주최하면서 북한의 참가를 호소한 문재인 대통령의 올림픽 외교가 큰 줄거리를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외교의 이니셔티브를 잡은 것은 김정은이었다.


김정은의 이러한 외교움직임에서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지난 6년 동안 전례 없는 수준으로 악화되었던 북중 관계를 김정은이 중국을 전격 방문, 우호친선 관계로 복원, 변화시키면서 시진핑과의 대화에서 “북한도 등소평의 개혁개방의 길을 빨리 걸었어야 했다”고 말하고 그 후 중국대외연락부장 쑹타오와 만나서도 “중국 공산당의 경험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그 후 김정은은 중국방문에 뒤이어 평양에서 4월 20일 조선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를 열고 핵무기와 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병진정책 중에서 핵무기개발사업은 완료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경제건설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이 선언의 후속조치로 지난 4월 30일에는 당, 국가, 경제, 군부의 간부들이 대거 참여한 경제발전을 위한 연석회의를 열고 “인적, 물적, 기술적 잠재력을 총동원한 강력한 사회주의 경제건설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지금 김정은의 이러한 입장표명은 외부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매우 혼란스럽고 모순된다.


그는 북한 내부를 겨냥해서는 핵 보유의 바탕위에서 경제발전에 모든 노력을 집중한다고 말하고 대외적으로는 완전한 비핵화와 경제건설, 그것도 중국식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미국은 김정은이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1일 사이에 평양을 방문한 미국 CIA책임자인 폼페이오를 통해 비핵화의지를 확인했고 미국 측은 단순한 비핵화가 아닌 “완전하고 확인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가 미국의 요구임을 분명히 했다.


채찍과 당근을 완비하고 있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김정은이 대미기만전술로 비핵화카드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김정은은 남북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 이를 선언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과거처럼 내외여건이 비핵화합의를 북한이 함부로 위반할 상황은 아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미국의 대통령들처럼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임을 누차 강조한 것으로 보아 북한의 핵 폐기 약속이 허언(虛言)으로 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면 현시점에서 김정은이 노리는 중국식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의 경제발전이 가능할 것인가. 이하에서 여건부터 살피면서 검토하기로 한다.



▲ 북중정상회담의 본질을 그린 라벨 레퍼의 만평 [Rabel Pepper via RFA]-


[김정은, 일당독제체제 유지하면서 경제발전 이룩한 중국식 정치경제 원해]


북한의 김정은이 중국식의 발전모델에서 가장 본받고 싶은 부분은 일당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발전을 이룩한 중국의 정치경제체제다.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일당통치를 유지하면서도 개혁개방과 시장경제를 도입, 경제개발에 성공,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중국의 성공을 김정은은 북한에서 재현하고 싶을 것이다.


<김정은의 착각, 중국과 북한 목표는 비슷하나 개혁개방 추진 여건과 논리는 달라>


이점에서 오늘날 중국의 정치경제시스템은 김정은에게 좋은 모범이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은 이렇게 목표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개혁개방을 추진할 여건과 논리는 서로 다르다.


우선 중국은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1964년 9월 원자폭탄실험에 성공하고 이어 수소폭탄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에서 까지 성공, 강대국의 반열에 오르면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이룩함으로써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사회의 철저한 제재 하에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서는 국제제재를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혁개방을 모색한다. 결국 핵무기와 핵무기운반수단으로서의 탄도미사일까지를 버려야 제재국면에서 벗어나고 비로소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것이다. 이점에서 중국과 북한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둘째로 중국은 등소평(鄧小平) 주도하에 계급투쟁을 격화시킨 문화대혁명을 완전히 청산하고 “지구상에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모택동의 전쟁 불가피론(不可避論)을 핵을 보유한 강대국 간에는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전쟁가피론(戰爭可避論)으로 상황의 논리를 새롭게 정립, 개혁개방의 길에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핵 포기를 전제로 미국이 제공하는 체제보장수단으로서의 북미수교와 한반도 평화협정, 제재해제 그리고 핵 폐기의 대가를 얻음으로써 개혁개방 환경을 조성해보려고 한다.


셋째로 중국은 생산력의 증강수단으로 농민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조치를 통해 생산증가에 따르는 물질적 인센티브를 제공, 사회주의 경제 불황과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인 식량부족사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여기에 시장 경제적 요소가 가미됨으로 해서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이 바탕위에서 개혁개방을 통해 외국기업들의 중국투자(Foreign Direct Investment)를 적극 권유, 장려함으로 해서 중국은 탄탄한 경제발전의 궤도에 진입하게 되었다.


넷째로 중국은 개혁개방을 통해 사상해방을 기함으로써 인간의 창의력을 발휘할 여건을 만들고 외자유치를 위해 당이 주도하여 직장과 거주지를 정해주는 작업단위 체재를 폐지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발전된 남한을 의식하기 때문에 개혁은 하되 개방을 하지 못하는, 즉 개방 없는 개혁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김정은의 개혁개방 시도, 국가가 시장에 기생하며 먹고사는 체제>


그러나 오늘날 북한에서도 중국에서처럼 김정은 집권과 동시에 농업과 공업부문에서 자율성을 허용하는 몇 가지 조치를 단행했다.


소위 2012년의 6.28조치를 통해 협동농장 수확물을 국가와 농민이 7대 3의 비율로 나눠 농민 몫을 보장하는 생산물 할당제(일명 포전담당제)를 실시했고 2014년의 5.30조치를 발표, 북한 전역의 공장 기업소의 경영자율권을 인정하는 조치를 강구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김정은 정권이 새롭게 내놓은 정책이라기보다는 북한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대에 인민들이 배급체제가 와해된 상황 속에서 생계를 자기들 스스로 책임을 지면서 이룩한 경제관리의 성과를 추후에 북한정권이 수용,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


중국처럼 정부가 개혁개방의 이니셔티브를 쥔 위로부터의(Top Down) 개혁이 아니고 인민들이 굶어죽기 않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 낸 시장 경제적 요소를 정권이 어쩔 수없이 수용한(아래로부터 치고 올라간 개혁)결과다. 이점도 중국과 북한간의 차이점이다.


이와 관련 Hazel Smith도 North Korea: Market and Military Rule에서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사회는 정치적 자유가 없는 가운데 시장화개혁이 자율적으로 아래로부터 이루어졌음을 자세히 논증하고 있다(헤이즐 스미스, 장마당과 선군정치(창비 2017),pp.8~9).


그는 1990년대 중반이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대중의 식량구입으로부터 직업선택, 일상적인 정보접근에 이르는 모든 것을 장악 통제했던 김일성주의는 그 밑뿌리부터 완전히 붕괴되었고 국가와 당은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대해 통제능력을 거의 상실했으며 사회생활의 주체가 당이나 자기가 속했던 직능단체가 아닌 가구(家口)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라종일(羅鍾一) 교수도 최근 그의 인터뷰에서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에 의하면 “북한은 각자가 생계수단을 갖는 자본주의 사회와는 달리 노동과 생계가 별개였다. 노동은 의무이고 생계는 국가의 혜택을 의미했는데 1990년대 중반 이를 지탱해주던 배급시스템이 붕괴되었다. 의무는 의무대로 하는데 국가가 혜택을 베풀어 주지 못하자 제각각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먹는 체제로 변했다.


지금은 오히려 국가가 시장에 기생하면서 먹고 산다”고 지적하고 있다(나종일, 주간조선 2017년 12월 15일 호의 인터뷰기사 참조).


[비핵화 카드,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개발에 나서려는 의도]


김정일로부터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도 이제 자기 힘으로 시장을 이겨 김일성주의를 복원할 수 없기 때문에 비핵화카드를 상장(上場)시킴으로써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서 북한이 개혁개방을 서두르는 또 다른 이유는 유엔의 대북한 제재(制裁)가 강화되는 국면에서 북한의 대 중국 무역의존도는 이미 90%를 상회했고 이대로 가면 북한은 중국의 종속국(Client State)이 되어야 할 형편이다(Jean-Pierre Cabestan,"What is Kim Jung-Un's Game, May 8.2018 NYT참조) .


이런데도 중국은 북한에 대한 유엔안보리제재를 줄곧 지지하는가 하면 북한에 대한 외교적 갑(甲)질을 끊지도 않았다. 김정은은 이러한 상황을 탈피하는 방법으로 미국에게 비핵화를 협상 카드로 내밀면서 체제보장을 요구, 외교다변화를 모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일당 통제 하에 경제개발에 성공하고 있는 베트남도 북한에는 좋은 참고가 되지만 베트남 역시 북한과는 달리 개혁개방이라는 도이모이(刷新)정책을 공산당 주도로 실시했다는 사실이다.


또 베트남은 남한과 북한이라는 상호비교단위가 없는 통일국가인 점도 북한의 입장과 구별되는 베트남의 이점(利點)일 것이다. 북한은 남북한 분단 경쟁상황에서 항상 심리전 차원의 부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비핵화를 위한 협의 성공해야 북한 개혁개방도 가능]


북한의 김정일 시대에도 개혁개방을 향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자기가 취한 개혁조치의 성과가 미흡하거나 체제유지에 부담이 온다면 그 정책을 즉각 팽개치고 관련자에게 책임을 덧씌워 숙청하기 일쑤였다.


과거 7.1 경제개선조치나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자 관련자들을 모두 숙청했고 신의주 경제개발특구도 중국이 압력을 가하자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김정은은 지금까지 자기가 내린 결정으로서의 6.28조치나 5.30 조치를 계속 유지할 뿐만 아니라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잘 이행하고 나름대로 노동당에 대해 약속한 핵개발과 경제병진정책을 나름대로 잘 이행해왔다.


또 24개 지역을 경제개발특구로 지정해 놓고 외국자본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소기업과 자영업 정책에서도 변화된 정책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 2010년에 종합시장이 200개에서 현재 500여개로 늘어났고 시장에 대한 억압이나 통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시장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정은은 시장화 개혁를 계속 밀고나가면서 자기가 밝힌 정책이나 공약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사회의 진보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는 김정은이 비핵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고 미국과 수교하게 되면 북한 경제는 잘 나갈 때의 중국경제성장률을 능가, 연평균 15%까지 성장률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한다(이종석, 한반도의 아침 포럼 735호 (2018/05/13) “박정희 시대 고도성장 뛰어 넘어” 인용).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어디까지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면서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을 확고히 해주고 남북한 관계가 개선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또 우리 사회 일각에는 한미양국이 최대의 압박정책을 계속하면서 재제를 강화하면 3대세습의 독재정권이 결국 붕괴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비핵화협상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비판하는 견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전통적인 공산정권과는 달리 동양적 전제주의(Oriental Despotism)문화를 주민 지배원리로 적용하여 지난 70년 동안 주민의 조직과 장악, 통제의 노하우에서는 다른 어떤 전체주의 국가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강화된 지배동맹체제가 지속되어 왔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여기에 남북분단이라는 경쟁적 요소가 북한지배층과 주민들을 결속시키는 접착제로 가미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붕괴보다는 비핵화협상을 성공시켜 점진적 진화를 통한 남북관계발전을 추구하면서 북한이 개혁개방의 결과로 선진화되는 발전의 도정에 오르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남북한이 서로 잘사는 상태에서 만나 하나로 통합되는 통일을 꿈꿔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의 통일은 전통적 의미의 재통일(Reunification)이 아닌 새 통일(New Unification)일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핵화를 위한 정상외교가 상생을 위한 합의로 성공된다면 북한의 개혁을 통한 경제발전은 성공할 것이고 그 결과로서 우리가 바라는 “새 통일”의 일정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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