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시진핑의 엇갈린 메시지, 공무원조차 아예 포기했다! - 글로벌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시진핑 주석 - 시진핑의 본심, 과연 글로벌 기업 친화적인가? - 안보가 경제에 우선하는 중국, 무너진 정책 균형
  • 기사등록 2024-01-05 12:24:32
기사수정



[글로벌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시진핑 주석]


중국과 홍콩 주식이 새해 시작부터 암울한 출발을 하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엇갈린 메시지가 글로벌 투자자들을 실망시켰으며, 또한 중국의 현지 공무원들조차 시진핑의 지시를 아예 묵살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는 3일(현지시간) “지난 한 해 동안 시진핑 주석은 글로벌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발언들을 해 왔지만, 동시에 자신의 권력 기반에 어느 누구도 도전할 수 없도록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해 왔다”면서 “이렇게 상충되는 두 방향의 목표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중국의 관료들은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이번 주만 해도 지난 12월 22일 발표된 게임산업 규제 방안을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완전히 뒤집었는데, 이는 중국 당국의 규제로 인해 기술 대기업인 텐센트 등에 800억 달러(105조원) 이상의 시장가치를 날려버리는 대실책이었다”면서 “뒤늦게서야 실수를 깨달은 중국 당국은 게임산업 규제 책임자를 문책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침체된 중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는 일과 시진핑의 안정적 집권 및 중국의 안보를 강화하려는 작업과 정면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중국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도, 동시에 규정도 모호한 반간첩법으로 해외 기업들의 손발을 묶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기업 경영에 필수적인 국가통계 자료에 대한 접근까지 가로막는 기이한 일들이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으며, 심지어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측정하는 지표의 하나인 직접투자부채(direct investment liabilities)가 지난 3분기에 118억달러(약 15조3천억원) 적자를 기록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수익을 중국 내 재투자하기보다는 중국에서 빼고 있다는 뜻으로, 지난 1998년 해당 통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이와 관련해 BBC는 “중국 경제의 둔화와 저금리, 미국과의 갈등이 중국 경제의 잠재력에 의구심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닉 마로는 “지정학적 위험과 국내 정책의 불확실성,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기업들에 대안시장을 모색하도록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최고 지도자의 엇갈린 메시지는 탈중국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판단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비즈니스 리더들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안보와 경제에 대한 중국의 엇갈린 메시지로 인해 투자자들이 더욱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익명을 요구한 6명의 관료에 따르면, “현지 관리들도 정치적 실수를 피하기 위해 시진핑의 지시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고 했다. 시진핑의 지시이기는 하지만,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기 때문에 어디에 맞춰 행동을 해야할지, 또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시진핑의 본심, 과연 글로벌 기업 친화적인가?]


여기서 갖는 중요한 의문이 하나 있다. 시진핑 주석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중국에 안심하고 투자하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시진핑 주석은 진정 글로벌 기업 친화적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주중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회장인 옌스 에스켈룬드는 “중국 시장에 대한 가장 큰 의문은 중국이 외국 기업과 어떤 관계를 맺기를 원하는가 하는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의 엇갈린 메시지로 인해 기업들은 중국 당국이 발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어떤 식으로 처세를 해야할지 모를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불확실한 기업 환경을 버텨낼 기업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하는 것이 중국에 투자한 기업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글로벌 자금들이 이탈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12월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홍콩 스톡커넥트(중국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를 연결하는 프로그램) 거래 시스템 데이터를 계산한 결과, 최근 4개월 동안 외국인 투자금액이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중국 상장 주식에 대한 외국인 순투자는 8월에 2350억 위안(약 42조5000억 원)에 이르렀지만, 12월엔 87%나 감소한 307억 위안에 불과했다.


특히 12월 중국 상장 주식의 외국인 순매도는 약 260억 위안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스톡커넥트 연결 이후 8년 만에 외국인 투자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CSI300지수 또한 작년에 11% 하락하여 2002년 시작 이래 전례 없는 3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또 다른 주요 이탈 사례로, 모건 스탠리가 추적하는 글로벌 액티브 펀드 매니저 그룹은 12월에 중국과 홍콩 주식 보유량을 줄였는데, 이는 역대 세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이스트 캐피털 자산 관리의 파트너인 카린 힌은 “2024년에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 높아진 정책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 분위기가 너무 부정적이기 때문에 투자 심리를 개선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보가 경제에 우선하는 중국, 무너진 정책 균형!]


물론 중국의 당국자들이 안보와 경제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지난 12월에 열렸던 경제공작회의에서도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했으며, 중국의 경제 계획 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도 지난 3일 정부 관리들에게 민간 경제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민간기업 경영진의 신뢰를 높일 것을 촉구했다.


문제는 당국의 지시사항을 현장에서 실천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어느 말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시진핑의 비전을 실행해야 하는 지방 공무원들에게 어떤 목표가 우선시되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면서 “저장성과 쓰촨성 등 지방 경제 개발 정책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6명의 공무원과 나눈 대화에 따르면, 정치 환경을 헤쳐나가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두 명의 관리들은 경제 성장이 성과 평가의 핵심 척도가 아니며, 외국인 투자에 대한 중국 당국의 따뜻한 말은 해외 투자자들을 위한 것일뿐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발언은 비즈니스 리더들이 중국의 메시지를 해석하는 관료들을 상대할 때 직면하는 어려움을 반영한다.


결국 중국 당국자들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아무리 달콤한 말을 한다 할지라도 실제 업무를 처리해야 할 공무원들은 귀에 담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자신들의 자리 보전을 위해 공산당을 위해 일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확대되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믿고 기댈 언덕마저 흔들리는 충격을 받고 있다. 그러니 더 이상 중국 당국을 의지하느니 차라리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중국을 하루바삐 떠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상하이에 본사를 둔 트렌드 리서치 회사인 영 차이나 그룹의 설립자 자크 디흐트발트는 “중국이 보다 전체주의적인 환경으로 변화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에 체류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시진핑 주석이 발탁한 중국 최고 지도부 내에 글로벌 경제에 호의적인 이들이 전혀 없다는 것도 중국 당국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데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리창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는 전임자들에 비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팬데믹 이후 중국의 고위 관리들에게 접근하기도 더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특히 반간첩법 시행 이후, 중국의 관료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을 만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잘될 턱이 없다.


블룸버그는 특히 “20년 넘게 고위 관리들과 고위급 대화를 나눈 한 사업가에 따르면, 현재 당의 고위층에서 친성장 메시지를 지지하는 뚜렷한 인물이 없다고 한다”면서 “대신 국가 안보를 홍보하는 사람들은 특히 지난 3년 동안 더욱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를 최우선시하는 중국의 정책은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아예 묶어 버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나티시스 SA의 수석 아시아 태평양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는 “안보를 최우선시하는 이유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라면서 “중국은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경제를 최우선 순위에 두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중국에서 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시 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이 확대되면서 작년에 100명 이상의 금융 전문가를 조사했다. 중화권 기업의 전문가 3명에 따르면, 스타 은행가인 바오 판에 대한 임의 조사는 금융계에 충격을 주었다.


실제로 한 미국 외교관에 따르면, 중국 여행을 고려하는 기업인들이 구금 위험에 대해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불안감은 일부 국가에 대한 비자 규정을 완화하고 외국인에 대한 세금 우대 혜택을 확대하는 등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시 주석의 '따뜻한' 조치와 충돌하고 있다.


이렇게 중국 당국이 안보를 최우선하는 정책을 앞세우며 동시에 시진핑 정권의 안정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내세우는 한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에 마음을 두지 않게 될 것이고, 그러한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이 아무리 중국에의 투자를 호소한다 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이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1736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