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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1-03 12: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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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비상의원총회를 마치고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1. 들어가면서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나라의 내치와 외교 안보에서 전망을 밝게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지금 우리 정치는 여야 관계에서 다수가 소수의 의사를 변증법적으로 지양(止揚)한다는 다수결 원리의 장점이 실종된 지 오래다. 또 여야 합의 없는 입법이 마구잡이로 국회를 통과하고 정부는 거부권을 통해 이를 견제하는 정치과정의 악순환이 끊이지 않는다. 과연 오늘의 여야가 정치나 안보에 공통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지조차 의심되는 진영대결상황이다.


또 남북관계에서도 북측이 대화를 전면 거부하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올인, ICBM을 포함한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미·중 간 패권을 둘러싼 경쟁과 대립도 갈수록 격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전쟁도 해를 넘기고 있다. 타이완 해협으로부터 남중국해의 긴장도 여전하다.


그간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던 우리 경제성장도 이제 한풀 꺾여 연평균 2% 이하로 하강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처럼 “피크(peak) 코리아”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데도, 이성(理性) 보다는 감성(感性), 윤리보다 인기, 깊이보다는 자극을 선호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송의달, “정치인, 지식인들 확 달라져야 코리아 다시 비상한다”, 조선일보 12월 17일)

지금 우리의 대내외 여건은 밖에 드러난 대로만 본다면 희망보다는 좌절과 불안(Insecurity)의 그림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상(現狀)은 롱펠로(Longfellow)의 유명한 싯구(詩句)처럼 “겉에 드러나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좀 더 긍정의 눈으로 현상과 사물을 깊게 들여다보면 어렵고 답답한 문제들의 행간(行間)에 깃들어 있는 희망의 씨앗, 긍정의 요소들을 찾아낼 수 있고 이를 소재로 밝은 전망을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 이 글은 이러한 행간 접근을 통해 한국정치의 내치외교에서 희망요소를 찾아보기로 한다.


2. 외교 안보에서 보이는 희망요소


우리는 문재인 정권 5년간 내치(內治)는 물론이거니와 외교 안보 분야에서도 우려가 그칠 날이 없었다. 오른쪽 깜박이를 켜놓고 줄곧 자동차를 왼편으로 모는 바람에 온 국민들은 너나없이 국정의 향방을 놓고 불안의 나날을 살아왔다.


그러나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후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한국 내에서 독자 핵 개발여론이 70%를 상회하고 이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는 가운데 열린 2023년 4월 26일의 한미정상회담은 북한의 핵 위협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북한 핵 도발이라는 실존적 위기를 상정하고 여기에 대처할 <워싱턴 선언>에 합의하고 이를 외교문서로 발표했다.


재래전에 중점을 둔 한미안보협력을 핵전(核戰) 대비로 격상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해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으로 대응, 북한정권의 존재를 거부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정권의 친중 종북 노선이 몰고 온 안보의 큰 불안은 해소되었고 한미 관계도 발전의 정상궤도에 올라섰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6월 29일 NATO 정상회담에도 참여, 외교안보협력의 범위를 유럽으로 넓혔고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도 참가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이 바야흐로 지구안보문제에 영향력을 갖는 중추국가(Global Pivotal State)의 일원으로 국제사회의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 8월 28일 미국의 Camp David에서 열린 한미일 3국의 수뇌회담은 한국안보외교에서 새로운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한미일 3국은 3국 협력을 구체적으로 다지는 공동성명을 발표, 경제, 안보, 기술 분야에서의 긴밀한 협력과 협의의 제도화를 '3국 협력의 원칙'으로 합의했다.


앞으로 3국은 정상급 수준만이 아니라 각료급, 실무급협의에서도 이 원칙을 따르기로 했다. 3국관계가 이처럼 긴밀해진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후 지난 7월 19일 동해상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합동군사훈련을 자행, 우리 안보를 위협하고 북한이 러시아와 제휴, 군사무기를 제공하는 등 지역 차원의 위기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 그간 역외(域外) 문제로 간주했던 유럽안보나 인도 태평양 문제도 동북아시아 문제와 맥락을 같이하는 과제로 인식하게 되었고 따라서 상응하는 행동과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때맞춰 한국의 방위산업도 크게 신장, 미국이나 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 등으로 우리 무기가 공급되는 시대의 문이 열렸다. 박정희 대통령이 어렵게 시작했다가 전두환 대통령이 완성한 중화학공업이 이제 방산굴기(防産屈起)로 발전, 우리 미래의 먹거리가 된 것이다.


동시에 한국도 안보위기를 맞을 때는 미국과의 협력은 필수지만 이밖에도 중국에 대한 유럽제국의 영향력까지도 우리 안보외교의 자산에 포함시키게 되었다. 또 워싱턴 선언의 발전책으로 한미간에 추진되는 핵협의그룹(NCG)회담은 제2차회의를 통해 앞으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북한의 핵도발에 대비하는 훈련으로 발전시키게 되었다. 이제 한미군사동맹은 사실상의 ”핵 동맹“으로 기능이 진화될 조짐이다. 우리 안보외교에 싹튼 새로운 희망이다.


3.국내정치에서 보이는 희망요소


한국 정치는 지난 30년 동안 청년 학생들의 민주화 투쟁이라는 이름의 가투(街鬪)와 노조활동으로 적잖은 혼란을 겪어 왔다. 우리 국민들은 1960년 4.19혁명을 대학생들이 주도해서 성공시킨 이래 대학생들의 모든 시위는 내용 불문, 민주화 시위로 간주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진정한 학생시위는 4.19혁명뿐이었다.


외연을 넓혀보면 1970년대 말의 반유신(反維新)시위까지는 민주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밖의 학생시위는 민주화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본질은 좌익이념을 내장(內臟)한 주사파집단의 정치투쟁이었다. 레이몽 아롱(Raymond Aron)이 지식인의 아편이라고 경고한 공산주의 사상에 오염된 학생운동이었다. (레이몽 아롱, 지식인의 아편(안병욱 역), 삼육출판사, 1986)


1980년대에 시작된 삼민투(三民鬪)는 민주주의와 무관한 반미투쟁이었고 그밖에 한총련이나 범민련 등은 북한 주체사상에 오염된 것으로 우리 자유민주체제에 대한 반역이었다. 통칭 운동권으로 불리던 대학가의 학생운동은 직업혁명가들처럼 전업(專業)운동가를 자체내에서 길러내면서 주사파의 세를 확장, 마침내 현실 정치권 진입에도 성공했다.


이들은 국내에서 자생했다지만 내막을 보면 이들을 대남적화를 위한 전위대로 이용하려는 북한의 작동에 깊이 연계되어 있었다. 투쟁구호나 투쟁수단, 투쟁방법들은 하나같이 대공 안보전문가들의 눈으로 보면 민주화를 내세운 북한 대남공작 업무의 대행이었다.


이들은 일부 학계가 꾸민 통일사관(統一史觀)이나 민족사관에 맞춰 행동한다는데 이러한 사관의 가장 큰 맹점은 ‘어떤 통일이냐’를 묻지 않고 통일이라면 무조건 옳다는 식이다. 또 민족사관이라는 것도 개개 민족구성원의 입장이나 가치관은 빼고 ‘하나는 전체의 일부’라는 전(前)시대적 민족관이다.


이런 논리에 대입해서 한국 현대사를 보면 ”대한민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로 된다. 또 미 군정을 반대해서 일어난 1946년의 대구 10.1 사건이나 대한민국의 건국을 저지하라는 크렘린의 지령에 따라 발생한 1948년의 제주 4.3사건 등도 정당한 민족해방운동으로 미화, 왜곡되어 진다. 북한의 대남공작의 대행이 분명한 이러한 논리는 한마디로 종북사관(從北史觀)이다.


이러한 운동권패들이 2000년대부터 지난 30여년간 한국정치의 중심부를 장악, 주도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국가로서의 정통성이 흔들렸고 한국정치의 존립 명분인 '자유민주' 대신에 ”민중민주 내지 인민민주“에의 경향이 판치게 되었다. 대외경쟁력을 강화를 위한 국력을 확충 배양하기보다는 포퓰리즘적 정치목표를 달성하기위해 국력을 쪼개거나 국고빼먹기에 광분한 정치였다.


진보의 가치인 평등이나 인권은 관심권 밖이다. 여기에서 심각한 국가위기가 배태되었다. 이 나라가 운동권 정치에 이대로 계속 끌려만 간다면 국가위기는 심화되고 자유민주주의는 숨 쉴 공간마저 잃게 될 것이다.


최근 다행스럽게도 우리 사회에서 한때 운동권으로 전국적 명성을 떨치던 인사들 일부가 '민주화운동 동지회'라는 조직을 결성하고 그들이 과거 복무했던 투쟁이 국민의 자유와 인권과는 거리가 먼 주사파 운동이었음을 고백하고 주사파 정치의 민주적 청산에 앞장서겠다고 나섰다.


이들이 말하는 민주화, 즉 주사파 청산운동을 민주화운동 3.0으로 정의한다(필자는 4.19 혁명이 진정한 자유민주화 운동1.0이었다면 민주화를 위장한 주사파운동은 민주화운동 2.0으로, 주사파를 변증법적으로 지양(止揚)한 새로운 민주화운동은 민주화운동 3.0으로 정의한다)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세력화되어 운동권 정치가 국민의 심판으로 끝장난다면 북한이 그간 펼쳐온 대남공작의 토대는 무너지고 운동권의 국고를 빨아먹는 특권정치도 사라진다. 주사파들의 사이비 민주, 사이비 진보가 소멸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운동권 정치꾼들중에서 입신양명에 성공한 자들은 최근 그들이 발간한 저서들에서 자기들의 주사파 전력(前歷)이나 발언 기록을 빼거나 감추고 있다. (민경우, 스파이 외전, 투나미스,2023 참조)


국민들이 알까 두렵기 때문이다. 서구(西歐)에서도 한때 그람시(Gramci)에 몰입했다가 상황이 변했는데도 그람시에 묶여있던 학생운동가들은 모두 역사의 쓰레기로 사라졌다. 우리 사회에도 주사파를 ”진보“로 착각하면서 국회나 당 조직, 노동조합, 문화예술계에 진지를 구축하거나 정부의 자치조직에 빨대를 꽂고 명맥을 이어가는 자들이 많다. 이들의 종착지도 역사의 쓰레기 하치장일 것이다.


필자는 한때 운동권 시절에 차고 다녔던 민주화 훈장을 걷어차고 스스로 바른길을 찾아 나서는 민주화운동 3.0을 주도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이 나라 학생운동의 가장 바람직한 미래상이다.


이들은 한때 북한 정권을 정통으로 인식했고 북한과 연계되기를 선호했고 그들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기도 했다.


더욱이 북한의 대남공작매체인 한민전(韓民戰, 북한이 1985년 7월 27일 발족시킨 한국민족민주전선의 약칭이다. 한국에 존재하는 것처럼 위장된 북한의 선전 및 공작매체로 ‘우리민족끼리’를 기관지로 발간하고 대남방송, 주사파에 대한 지휘업무를 맡고 있다)의 지령을 받들었다.


이들은 체험으로 북한의 실체를 알았고 종북노선과 이것의 당파적 표현인 진영투쟁이 반민주, 반인권의 잘못된 길임을 알았다. 이제 이들은 적어도 북맹(北盲)은 아니다. 북한의 실체를 잘 알기 때문에 이들이야말로 앞으로 우리가 자유통일을 도모할 때 꼭 필요하고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다.


현시점에서 이들의 출발은 미약해 보이지만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동참 숫자는 늘어날 것이며 조만간 우리 정치에서 ‘생각하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진정한 진보“의 주체로 부상할 것이다. 올해 2024년은 한미동맹이 핵 동맹으로 진화되는 가운데 국내의 주사파 청산운동이 서로 맞물리게 됨으로 해서 한국 정치는 발전의 새 국면에 들어설 것 같다. 한국정치에서 새로운 희망이 싹트는 대목이다.


*필자 이영일 (대한민국 역사미래재단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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