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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다시 전랑외교로 투쟁 강조한 시진핑, 한중관계도 격랑일 듯 - 대사들에게 “투쟁정신 발휘하라” 지시한 시진핑 - 대국 외교에 집착해 변두리외교 하는 중국 - 경질성 나돌던 싱하이밍 대사도 연임될 듯, 이는 한국능멸
  • 기사등록 2024-01-01 12: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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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들에게 “투쟁정신 발휘하라” 지시한 시진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7~28일 베이징에서 5년 만에 열린 중앙외사공작회의에서 “투쟁 정신을 발휘하라”고 지시했다. 최근 팬더외교쪽으로 방향을 틀었던 중국 외교를 다시 투쟁 중심의 전랑외교로 방향을 돌렸다는 의미다.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30일, 전날 시진핑 3기(2023~2028년) 중국의 외교 기조를 제시하는 중국외사공작회의에서 “지난 10년간 중국은 대외 공작에서 적지 않은 커다란 풍랑을 헤치며 어려움과 도전에서 승리했다”며 “외교 전략의 자주성과 주도권을 현저하게 강화했다”고 밝혔다. 또한 “국제적 영향력, 혁신적 지도력, 도덕적 호소력을 갖춘 책임 있는 대국이 됐다”고 자평했다.


시 주석 집권 이후, 2014년과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로 5년만에 열린 이날 회의는 시진핑 총서기를 비롯한 7명의 상임위원과 한정 부주석이 참석했다.


인민일보는 이어 “향후 대외업무의 전체 계획을 수립했다”며 “미래를 전망하면 중국의 발전은 새로운 전략적 기회의 시기를 맞았고, 중국 특색의 강대국 외교는 더 역할을 발휘(更有作爲)할 수 있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선 '서구 중심의 기존 국제 질서를 바꾸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도 강조됐다. 또한 “인류의 미래 운명과 세계의 발전 방향에 관한 문제에서, 국제적인 도덕과 의리의 주도권을 굳게 장악하고 '세계 대다수의 단결'을 쟁취해야 한다”면서 “대국의 책임과 독립·자주 정신의 발산이 필요하며, 투쟁 정신을 발휘하며 모든 강권 정치와 집단 따돌림 행위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외사공작회의가 주는 의미]


이날 중앙외사공작회의는 앞으로의 중국 외교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선적으로 이날 회의에서 ‘투쟁’을 강조함에 따라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로 불리는 중국의 거친 외교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시진핑 주석이 '서구 중심의 기존 국제 질서를 바꾸겠다'는 결심을 말한 것은 사실상 미국 중심의 세계 외교의 틀을 중국은 과감하게 거부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한 제3세계와 힘을 합쳐 국제정세의 근간을 뒤흔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당장 유엔에서의 힘의 대결도 불사한다는 것이고, 동시에 190여 유엔 회원국 가운데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힘을 기반으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데 진력을 다하겠다는 사실상의 도전장을 냈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중국 당국은 이번 회의에서 “우리는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의 다극화와 보편·호혜·포용의 경제 글로벌화를 주도하며, 크고 작은 국가는 모두 평등함을 견지해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에 반대해 국제 관계의 민주화를 절실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모든 강권 정치와 집단 따돌림 행위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힌 대목이다. 이는 중국이 국제적 외교현장에서 사실상 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더 이상 소외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블록 패권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만 국립청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센터의 쑹궈청 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 공산당이 5년 만에 중앙외사공작회의를 다시 소집해 지난 10년간의 외교 성과를 강조하고 외교에서 투쟁 정신을 강조한 것은 많은 국가로부터 고립을 초래한 중국의 외교 오판을 자화자찬을 통해 은폐하려는 시도”라면서 “이번 회의에서 나온 다양한 발언은 감히 투쟁하고 칼을 보여주고, 시진핑의 일종의 벽을 치는 황소 같은 외교 이념을 계속 홍보하는 전쟁 늑대 외교의 2.0 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쑹궈청은 이어 “시진핑이 집권한 이후 세계의 큰 친구들이 무리를 지어 중국을 떠났고, 강대국들도 모두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데, 여전히 대국 외교에 집착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지금 사실상 변두리외교를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마디로 골목대장식의 ‘깡패외교’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펜실베이니아 주 버크넬 대학교 국제관계 교수 지쿤 주(Zhiqun Zhu)는 “심각한 외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외교관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 “외교 문제에 대한 당의 완전한 통제로 인해 전문 외교관들이 움직일 여지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외교는 사라지고 그저 전투만 남는 전랑외교가 앞으로 중국 외교를 휩쓸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주변국 외교는 어떻게 할까?]


그렇다면 이러한 시진핑의 외교노선 지침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게는 어떠한 영향으로 다가오게 될까? 일단 올해 회의에서 중국 외교의 우선순위는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중국 특색의 대국 외교’(7차례), ‘대국’(11차례), ‘인류 운명 공동체’(5차례), ‘인류’(10 차례), ‘개발도상국’(1차례) 등을 언급했을 뿐이다.


그러나 시진핑의 주변국 외교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예시는 있었다. 우선적으로 중국의 대 일본 외교가 더욱 강경해질 것임을 보여주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30일, “중국 해경이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서 활동을 강화하라는 시진핑 지시에 따라, 2024년 새해에 함선을 매일 센카쿠 열도에 파견하고, 필요시에는 일본 어선을 상대로 현장 검사를 시행할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11월 29일 상하이 소재 무장경찰부대 산하 해안경비대 동중국해 지휘부를 방문해, 영토주권과 해양권익 수호를 강조하면서 센카쿠 열도와 관련해 “영토는 1㎜라도 양보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시진핑은 이 자리에서 “댜오위다오 주권을 지키는 투쟁을 부단히 강화해야 한다”며 “전진만 있다. 물러서서는 안 된다”고 말한 뒤 “법 집행 능력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중국 해경은 2024년에 함선 4척으로 구성된 함대를 매일 센카쿠 열도 주변에 보내고, 대만과 가까운 섬인 요나구니지마와 이리오모테섬 사이 해역을 활발히 통과하기로 정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러한 중국의 행동은 일본과의 군사적 충돌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중국 외교의 방향을 읽게 해 준다.


그런데 이러한 주변국 강경외교 기조는 필리핀과의 충돌 외교로도 그대로 드러났다. 중국은 최근 들어 연일 필리핀을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2월 28일 정례브리핑에서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필리핀명 칼라얀) 제도의 세컨드 토머스 암초를 거론하며 “이것은 중국과 필리핀의 문제로, 제3자와는 무관하다”면서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 개입을 중단하고 필리핀이 도발하도록 선동하는 것을 멈추며 실제 행동으로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 필리핀의 도발을 선동하고 미국·필리핀 공동방위조약으로 중국을 위협하려고 하지만, 중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또한 “중국은 항상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견을 해결하고 해상 안정을 위해 노력하지만, 필리핀의 계속되는 도발에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지난 25일에도 외교부의 마오닝 대변인 발표를 통해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수호하겠다는 중국의 결심은 확고부동하다”며 “필리핀은 도발을 하며 역외 세력을 끌어들였고 중국은 필요한 조치를 통해 단호히 대처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필리핀과 대화와 협상으로 해상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기를 원한다”면서도 “필리핀 측에 '절벽에서 말고삐를 잡아채 멈춰서기'(懸崖勒馬·현애늑마)를 권하고, 잘못된 길에서 더 멀리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현애늑마'는 위험에 빠지고서야 정신을 차린다는 뜻으로, 중국이 다른 나라에 강력한 보복을 경고할 때 쓰는 용어다.


중국은 한국을 향한 외교도 강경으로 갈 것임을 예고했다. 한국을 향한 내정간섭 발언, 그리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에서 “미국의 승리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막말까지 하면서, 외교가 및 정치권에서 추방론까지 나왔던 싱하이밍은 사실상 외교부에서도 거리두기를 함으로써 연말 임기만료와 함께 자연스럽게 교체될 것으로 봤다.


그랬던 싱하이밍이 시진핑 주재하에 열린 중앙외사공작회의에 참석했다. 중국중앙(CC)TV 뉴스 화면에는 싱 대사와 대사 지명 2년 만인 올해 3월 27일 평양에 부임한 왕야쥔(王亞軍) 주북한 대사의 모습도 보였다.


지난 2018년 6월 22~23일 열렸던 회의 뉴스 화면에는 리진쥔(李進軍) 당시 주북한 대사와 달리 임기만료된 추궈훙(邱國洪) 주한 대사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지난 2020년 1월에 부임해 통상 대사 임기인 만 4년을 채운 싱하이밍이 또다시 임기 연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됐다.


싱하이밍의 주한 대사 임기 연장은 한마디로 한국 정부를 능멸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하이밍이 지난해 6월, 한국의 외교를 비판하고 모욕적 발언을 했을 때, 중국의 거친 입으로 불리는 환구시보가 싱하이밍을 엄호하면서 한국정부를 거칠게 비난한 바 있었는데, 이러한 기조가 이번 시진핑의 외교방향이 다시 전랑외교로 전환함에 따라 싱하이밍의 임기도 연장되는 방향으로 흐른 것이 아닌가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원래 지난해 말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한중일 정상회담도 일각에서는 3월 중국의 양회 이후 개최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미국에서는 미국의 대선 이후에나 열릴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이 역시 중국 외교 방향의 전환과도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2024년의 한중관계도 순탄치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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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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