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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의 일방통행에 들끓는 중국 민심 - 게재됐다 사라진 中 매체 사설, '시진핑 노선 반대' 여론 격화 - 인민과 갈수록 괴리되는 중국 공산당 - 춘제연휴 일방 수정에 뿔난 중국인들, 결국 손 들었다
  • 기사등록 2023-12-28 12: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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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됐다 사라진 中 매체 사설, '시진핑 노선 반대' 여론 격화]


마오쩌둥 탄생 130주년을 맞이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그의 정신을 계승해 중국을 부흥시키겠다며 ‘중국식 현대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시 주석과 중국 지도부의 시대착오적 역주행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중국경제 매체의 사설이 게재됐다가 곧 삭제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7일, “중국의 유명한 경제매체인 차이신에서 발간하는 주간차이신(財新週刊)이 지난 25일 ‘실사구시 노선의 재검토’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으나 약 두 시간 만에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솔직하기로 유명한 주간차이신은 사설을 통해, 덩샤오핑이 주장한 개혁개방 연설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사실에서 진실을 추구하라)'는 연설을 8번이나 인용하면서 “실사구시를 고수하면 당과 국가를 번영시킬 수 있고, 실사구시를 포기하고 등을 돌리게 되면 당과 국가를 오도하게 된다는 것은 역사가 반복해서 증명하고 있다”는 시진핑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또한 전 중국 국가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의 성공 여부는 책 속이 아니라 실천에, 실사구시에 달려 있다”란 어록도 인용했다.


사설은 그러면서 “지금의 경제 위기가 바로 시진핑 스스로 말한 바를 역주행함으로써 자초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더불어 “중국 경제의 위기는 중국 내에 만연한 형식주의와 관료주의 때문”이라며 “이는 현실을 외면하고 위만 바라는 책상물림과 교조주의로 흐른다”면서 현 관료체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사설은 또한 “민간경제 성장이 더디고 약자에 대한 사회적 기대, 재정 및 금융 위험성이 드러나는 등 국가 경제 뿐 아니라 국민의 생계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면서 “경제 침체로 인한 금융 리스크가 명백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주장은 어려움이 가득하지만 회복세를 낙관하고 있는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격렬한 논쟁 불러 온 차이신의 사설]


지금의 경제 위기가 시진핑 스스로 말한 바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아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적 사설이 인터넷 신문망에 게시된 지 두 시간만에 삭제되면서 원래 페이지에는 '404'(삭제됨)가 표시되었다.



그러나 이 사설이 삭제된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사평론가인 시루진(士陆军)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당국은 더 이상 개혁개방을 언급하지 않고 모든 정책이 과거로 돌아갔다”며 “특히 지난 1년동안 공산당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공급판매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시작했으며, 기업들에도 공산당이 깊이 진입하기 시작하는 등 역사가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다보니 “중국의 경제, 사회, 정치, 외교, 문화, 교육, 스포츠 등 모든 분야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주간차이신은 사실 지금 중국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했을 뿐”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중화권에서 유명한 평론가인 차이셴쿤(蔡先坤)도 “주간차이신의 사설은 개혁개방 45주년을 맞아 적절한 방향을 제시했다”면서 “중국은 지난 10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큰 변화의 상황에 처해 있으며, 내외의 도전에 직면하여 개혁개방의 전면적 심화만이 중국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펑충이(馮崇義) 시드니공과대 교수는 RFA에 “중국 내에 여전히 시 주석을 부정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아직 많은 사람들이 시 주석의 라이벌이었던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나 법학자 장핑(江平)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으며, 경제학자 우징롄(吳敬璉)이 10년 전에 썼던 글들을 현재 시점에서 재해석해 중국 경제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평가했다.


펑충이(馮崇義) 교수는 이어 “덩샤오핑 시대에는 개인 자산, 경제, 문화에 대한 국가의 완전한 통제권을 포기했다”면서 “덩샤오핑은 자본주의에 개방적이었으며 마르크스 주의를 신봉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인민과 갈수록 괴리되는 중국 공산당]


사실 주간차이신의 사설은 언론 통제가 강력한 중국 사회에서 정말 용기있는 목소리를 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차이신 사설에서 주장한대로 지금 중국 경제는 붕괴 직전의 초위기 상황이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여전히 ‘상황이 좋다’, ‘좋아지고 있다’는 등의 희망적이고 긍정적 메시지만 전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은 이러한 논조로 전 인민들에게 선전하라고 지시까지 했다.


RFA는 “중국 당국이 경제 상황을 왜곡해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의 민생은 궁핍, 빈곤, 후진 상태에 놓여 있고, 중국과 선진국 간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을 뿐만 아니라, 도약하는 주변 국가와 지역에도 크게 뒤처졌다”고 지적하면서 “주간 차이신이 사설에서 ‘사실에서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 말도 이러한 중국의 현실을 깨닫기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실체를 제대로 깨닫고 파악해야 중국은 ‘절대 빈곤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또 시사평론가 루쥔(陸軍)은 “사설은 망령된 발언으로 중앙정부를 비판했고 그 이유로 삭제됐다”며 “기사 작성자와 고위급 편집자, 고위급 인사들 모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미 시사평론가 탕징위안(唐靖遠)은 에포크타임스에 “시 주석이 덩샤오핑보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노선을 따르고 있지만, 차이신의 기사는 당내 두 노선 간의 투쟁이 뜨겁고 공개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차이신은 시 주석의 발언으로 그를 공격하는 세련된 방법을 택했다”고 언급했다.


[춘제연휴 일방 수정에 뿔난 중국인들, 결국 손 들었다]


주간차이신이 중국의 경제 문제에 직격탄을 날린 상황에서 중국인들이 춘제(春節·중국의 설)만큼 중시하는 음력 섣달그믐날(除夕·추시)이 내년 춘제 연휴에서 제외된 데 대한 불만이 커지자 당국이 쉴 것을 적극 권장하며 진화에 나서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통신은 27일,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이 최근 잇달아 발표한 '2024년 춘제 기간 공작(업무) 수행 관련 통지'를 통해 “춘제 기간 인민대중이 즐겁고 평화로운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보장하라”면서 “각 부문과 사업 단위는 직원들이 섣달그믐날 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안배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통지는 이어 “모든 단위가 유급 연차 휴가나 각종 휴가 제도를 이용해 직원들이 섣달그믐날 쉬게 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일이 주목을 받은 것은 춘제가 다가오면서 섣달그믐날이 공식 연휴에서 제외된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국무원은 지난 10월 “내년 춘제 연휴를 춘제 당일인 2월 10일부터 17일까지 8일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연휴 앞뒤 일요일인 2월 4일과 18일은 정상 근무하도록 했다. 이는 예년 7일 연휴보다 하루 더 늘어난 것이지만, 중국인들은 반기기는커녕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춘제보다 더 중시하는 섣달그믐날이 별다른 이유 없이 연휴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당시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전통 풍습을 도외시한 것"이라며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처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중국인들은 섣달그믐날 저녁 온 가족이 모여 만두 등 '녠예판(年夜飯·섣달그믐날 먹는 음식)을 먹으며 중국중앙TV(CCTV)의 특집 버라이어티쇼인 춘제완후이(春節晩會)를 시청하는 것을 낙으로 여긴다. 그리고 춘제완후이가 끝나면 춘제 새벽까지 폭죽을 터뜨리며 새해 안녕을 기원한다.


이렇게 춘제 당일에는 친지 집을 방문하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날은 오히려 섣달그믐날인 셈이다. 특히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돈벌이하는 '다궁런(打工人)'에게 섣달그믐날 저녁은 1년간의 고단한 객지 생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가족과 단란하게 보내는 귀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국 당국이 일방적으로 섣달그믐날을 휴일에서 제외시키면서 외지에 있는 사람들은 춘제 당일에 귀성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자 많은 중국인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누리꾼들은 “연휴 하루가 더 늘어난 게 의미가 없다”며 “당국이 권장하지만, 사업주가 외면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산업 현장 근로자들은 혜택을 못 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렇게 중국 인민들의 원성이 자자해지자 급기야 국무원이 직접 나서서 “모든 사업 단위가 섣달그믐날 직원들이 쉴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밝히기에 나섰고, 결국 원래의 조치를 사실상 전면 철회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사태는 아무리 서슬퍼런 중국 공산당이라 할지라도 민심의 이반에 신경 쓸 수밖에 없고, 경제 위기까지 닥친 상황에서 여론의 흐름에 민감한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의 현실을 다시한번 깨닫게 해 준다. 그만큼 지금 중국이 살얼음판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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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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