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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항복할 수밖에 없는 비장의 카드 꺼낸 미국 - 美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 제재” -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 칼끝, 중국을 향하고 있다! - 미국은 이미 중국에 세컨더리 제재 가능성 제기했다!
  • 기사등록 2023-12-25 0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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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 제재”]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의 대외 자금줄을 끊기 위해 최강의 승부수를 던졌다.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가 바로 그것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제재의 칼끝이 중국을 정면으로 조준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지원하는 군사 기술 및 장비에 대한 엄격한 제재를 회피하도록 돕는 은행과 금융 서비스 회사를 단속할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이러한 제재 방안은 미국이 그동안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억제하려는 시도가 신통치않다는 판단하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전날 “모든 금융 기관에 러시아의 전쟁 수행과 관련된 모든 자금을 차단하여야 한다”면서 “우리는 금융기관이 자의든 타의든 러시아를 우회적으로 또는 회피적으로 돕는 조력자가 있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경고했다.


사실 러시아는 전쟁 수행과 관련된 물질들을 중국이나 여타 친러국가들을 통해 우회 수입을 해 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전쟁 수행 무기를 포함해 러시아의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이러한 우회적, 회피적 경로 차단이 없이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자체가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당국자는 22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군산 복합체와 거래하는 세컨더리 제재를 단행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우리의 목표는 러시아의 기어에 모래를 넣는 것”이라며 “크렘린궁의 전쟁 자금 조달 능력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정부 관할권 밖의 금융기관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제3국 관할권에 있는 많은 은행은 미국 금융권과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러시아의 군산복합체의 접근을 차단하지 않으면 제재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면서 “금융 기관들은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당국자는 또 “러시아가 단기적으로는 전쟁을 수행할 자원을 갖고 있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러시아 경제를 약화하고 산업을 위축시키기 위한 장기적 목표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러시아의 군산복합체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물품을 공급하거나 거래를 돕는 이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를 침탈하는 일에 연루된 이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 의회의 추가 예산 승인은 필수적인 조치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구상하는 세컨더리 제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미국은 러시아를 향해 다양한 제재들을 가해 왔지만, 지금까지는 러시아에 직접적으로 군수 물자를 조달했거나 자금을 모금한 개인·단체를 제재 명단에 올려왔다.


그런데 이제 미국이 세컨더리 제재를 한다는 것은, 만약 미국이 러시아에 가한 제재를 우회하거나 회피하는데 있어 연계된 금융기관들까지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초강력 조치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제정된 미국의 법에 따른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제재 당사자와 거래하는 제3자까지 제재하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중국의 금융기관들도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되면 달러 송금이 불가능해진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이번 세컨더리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지금까지의 무역 관행으로 봤을 때 제일 먼저 러시아에 숨통을 터 준 중국이나 인도계 금융 기관이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러시아와의 자본거래 규모가 큰 중국 금융기관들이 세컨더리 보이콧에 노출된다면, 당연히 엄청난 손실과 함께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당장 미국에서 세컨더리 보이콧 소리만 나와도 중국 금융기관 투자자들은 잠재적 위험을 고려해 이들 채권에서 발을 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WSJ은 “특히 문제가 되는 중국 3대 정책금융기관 중 중국농업개발은행을 제외한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이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무원은 1990년대 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 농업개발은행 등 정책 은행 3곳을 설립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이익이 나지 않는 국내의 대형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고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해왔다.


이중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은 지난 2021년 말에도 합동으로 25억4천만 달러(약 3조3천억 원)를 러시아의 북극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은행들은 전쟁 발발 뒤 이같은 사실이 불거지지 않도록 조심해왔지만 모두 드러난 것이다.


물론 중국이나 인도계 은행들은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가 시행되면서 러시아 기업들에 대한 대출 규모도 줄이고 노골적으로 대러시아 무역거래에 개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 당국은 그럼에도 대형은행들 중 일부는 여전히 러시아와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9월, “작년 2월 이후 약 14개월간 중국 공상은행 등 4대 은행이 러시아 금융권에 97억 달러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에 관여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들 은행들이 지금 당장이라도 러시아와의 거래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곧바로 세컨더리 제재의 대상이 된다.


NYT도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이미 은행들과 협력하여 대러시아 제재 위반 가능성을 정부에 경고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왔는데, 지난 9월까지 400건의 의심스러운 거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그렇게 된다면 이들 금융기관들은 사실상 은행업무가 거의 마비되는 충격적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일찌감치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세컨더리 제재에 해당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 칼끝, 중국을 향하고 있다!]


사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해 반도체 등 전자부품과 원자재 수출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중국 세관 자료를 바탕으로 “올 1∼5월 중국에서 러시아로 수출된 반도체가 전년 동기 대비 갑절이 넘는 5천만 달러(약 662억원)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프린터 기판(printed circuits) 같은 기타 부품류는 전년 동기대비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면서 “정작 우려스러운 것은 무기 생산과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재료인 금속 알루미늄을 만드는 데 쓰이는 산화알루미늄(aluminium oxide)으로, 같은 기간 산화알루미늄 수출은 작년 동기대비 무려 400배나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수출액이 가파르게 늘어난 데는 인플레이션이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기본적으로는 많은 중국 기술기업이 러시아와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미 정부 당국자들은 중국 기업들의 이런 행태가 대러제재와 수출 통제 등을 동원해 러시아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낮추려는 서방의 노력을 방해할 것을 우려했다.


이와 관련, 미 상무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과 이후에도 러시아 방위산업을 지원했다는 혐의로 코넥전자(Connec Electronic), 킹파이 기술(King Pai Technology)등 중국기업 5개사를 무역 제재 대상에 추가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이들 기업이 또다른 방법으로 우회를 해도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제재에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러시아로서는 중국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원유 등의 도입을 늘리면서 러시아 경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에도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약속하면서 적극적인 무역거래 확대를 공공연하게 거론한 바 있다.


[미국은 이미 중국에 세컨더리 제재 가능성 제기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세컨더리 제재의 가능성을 미국은 이미 중국에 경고해 왔다는 점이다. 토니 블링컨 장관은 지난 7월 9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도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방침에 강력하게 항의하겠지만, 미국의 정책 시행 방침이 확고하다고 판단된다면, 당연히 중국 금융기관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당장 러시아와의 무역거래 방식이나 범위 등에 대해 손질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만 해도 중국을 통한 러시아에의 우회 수입이나 회피 수입은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다.


지난해 10월, 러시아에 스마트폰을 수출하는 중국 거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가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유는 미국 정부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과 관련한 제제를 내놓으면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어서다. 중국 기업들이 제재를 피하려는 러시아 파트너들과 거래할 경우, 중국 기업도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이를 우려해 화웨이는 실제로 러시아 시장에서 전면 철수를 준비했었지만, 중국 당국이 미국과 협의하면서 세컨더리 제재는 하지 않는 것으로 타협됐다. 그러자 화웨이의 러시아 시장 철수도 전격 취소했다.


그만큼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는 중국에게 엄청난 압박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미국의 카드는 당장 러시아를 향해 칼을 빼내든 것이지만, 이로인해 가장 타격을 받는 나라는 중국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과연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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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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