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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위기의식 느낀 중국, 경제정책 대수술 예고 - 시진핑 참석 경제공작회의. 정책 전면 재검토 시사 - 경제 발전이 내년 중국 공산당의 최우선 순위 시인 - 서론은 거창하지만 과연 실천 능력은 있을까?
  • 기사등록 2023-12-14 11: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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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참석 경제공작회의. 정책 전면 재검토 시사]


2024년의 중국 경제 방향을 내다볼 수 있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대외적으로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 경제가 처한 위기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판단하면서 전면적인 재검토를 시사해 주목을 끌고 있다. 다만 현실 인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중국 공산당의 각성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3일 1면 머릿기사를 통해 내년 경제정책을 이전과는 다르게 과감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인민일보는 이날 올해 경제성과를 평가하면서 내년의 정책 기조로 12자의 글로 방향을 제시했다.


온중구진(穩中求進) 이진촉온(以進促穩) 선립후파(先立後破)가 그것이다. 이는 “내년에는 안정을 유지하면서 성장을 추구하고, 발전을 통해 안정을 촉진하며, 옛것을 폐지하기 전에 새로운 것을 확립하면서 계속해서 진보를 추구해야 한다”고 풀이할 수 있는데, 이를 보면 중국의 내년 경제는 올해와는 달리 상당한 변화가 일 것임을 예고한다.


여기서 온중구진(穩中求進)은 2021년과 지난해 경제공작회의에서도 등장한 기조지만, 성장으로 안정을 촉진한다는 이진촉온과 먼저 세우고 나중에 돌파한다는 선립후파는 올해 처음 제기된 키워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선립후파(先立後破)로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에 대한 재검토와 속도 조절 등의 의미를 담고 있어 주목된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2030년 중국 탄소 배출량이 정점에 이르고 2060년에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이른바 ‘쌍탄'(雙炭)’ 목표와 관련된 표현이라고 봤지만,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선립후파(先立後破)의 대상에는 중국의 '쌍탄'(雙炭) 목표, 곧 부동산 정책, 공동부유 정책이 포함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사실 쌍탄'(雙炭)이라는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다가 부작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선립후파’라는 말로 정책의 단계적인 추진과 속도 조절 등 온건하고 신중한 현안 추진을 강조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좀 더 심층적으로 본다면, 성장·안정의 조화와 함께 경제 발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문제들, 특히 부동산 문제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SCMP가 그렇게 본 것이다.


[경제 발전이 내년 중국 공산당의 최우선 순위 시인]


이번 경제공작회의가 주목을 받은 것은, 중국 공산당이 과연 중국 경제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어서다. 사실 회의 내용 자체가 비밀인 중앙경제공작회의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때 업무보고를 통해, 2024년 경제정책이 구체적으로 공개하게 된다. 그럼에도 중앙정치국이 발표한 성명을 보면, 중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짐작해 볼 수는 있다.


일단 중앙정치국 성명은 경제 발전이 정치적 최우선 순위라고 분명히 명시했다. 이는 지금 중국이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으며, 이를 중국 공산당도 대외적으로 표현은 안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위기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이날 회의에서는 경제 회복을 위해 몇 가지 어려움과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유효수요 부족, 일부 산업의 과잉 생산, 대중의 낮은 기대치 등이 주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표현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부동산·금융시장 위기, 수출 부진으로 장기적 경기 침체의 늪에 빠진 데다 첨단기술의 접근이 차단된 디리스킹(위험 제거) 등 미국과의 경제·안보 이슈로 사면초가 상태인 중국이 어떻게든 이를 돌파해야 한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중앙정치국은 이어 “모든 면에서 불확실성이 상당하고 역풍이 거센 시기에 중국에 절실하게 필요한 경제적 안정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성장 중심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앙정치국은 “중국의 발전이 직면한 유리한 조건은 불리한 요인보다 강하고 경제회복과 장기적 긍정적 전망의 근본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경제선전과 여론지도를 강화하고, 중국경제의 '광명론'(光明論)을 크게 외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비관론이 유통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선전전을 벌일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에도 적극적인 언론 통제가 실행될 것임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중국 당국은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2020년 수준의 2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이를 위해 앞으로 연간 최소 4.8% 성장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은 내년 3월 전인대 때 올해와 마찬가지로 '약 5%'의 성장률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정치국은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내년 경제정책의 핵심 업무로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현대화 산업 시스템 건설, 국내 수요 확대, 중점 분야 개혁 심화,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 중점 분야 리스크 예방 및 해결, 도시와 농촌의 융합 발전, 민생 개선 등 9개 핵심 사업을 제시했다.


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 조정을 강화하는 한편,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신중한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최근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대(對)중국 FDI(외국인 직접투자)다. 중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10월까지의 FDI는 9천870억1천만 위안(약 18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줄었다. 그러나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FDI의 순유출을 막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서론은 거창하지만 과연 실천 능력은 있을까?]


사실 중국의 정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식 석상에서 떠드는 말이 아니라 내놓은 방안대로 제대로 실천해 가느냐의 문제다. 특히 중국은 서론이나 문제 제기 등은 아주 좋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들어가면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중국이 인민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 공산당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이고, 또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줄을 법률이 아닌 공산당 지도부의 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나온 성명대로 나아가려면, 사실 그동안 수행해오던 정책 대부분을 밑바닥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선립후파’? 말은 좋다. 그래야만 한다. 그런데 그 선립후파가 중국 상황에서 가능할까? 시진핑의 공동부유가 잘못된 정책이라고 누가 떠들 수 있을까?


중국 경제를 병들게 만든 부동산 정책만 해도 그렇다. SCMP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더 큰 조처를 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짚었다.


방향은 분명히 맞다. 말 그대로 헝다나 비구이위안 등의 대형 개발업체는 이미 디폴트 상태에 들어섰고, 이로 인해 그림자금융 전반이 흔들거리고 있다.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상당한 아픔까지도 감수를 해야만 한다. 문제는 그러한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의 명예에 흠집이 가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중앙경제공작회의가 끝난 후 이날 경제매체 차이신은 “중국 당국이 저렴한 가격의 주택 건설, 공공 인프라 건설, 도시 재건축 프로젝트 건설을 가속하는 방법으로 부동산 시장 리스크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게 당연히 맞다.


이와 함께 중국 당국이 중소 금융기관 유동성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대적인 수술은 불가피하다. 여기에는 이미 재기 불가능한 기업들의 파산과 그림자 금융의 디폴트도 포함된다. 그러한 호된 시련을 한번은 겪고 넘어가야 한다.


이뿐 아니다. 지방정부의 대수술도 필요하다. 지방정부의 부채 대책은 중앙정부가 아니면 해결할 방도가 없다. 지난 5일,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하면서도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꿔 중국 국가신용등급의 강등을 예고한 상황에서 지방 부채 문제가 '금융 시한폭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손을 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여기에 숨어 있는 진짜 문제는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중앙정부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부채들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감시나 평가를 한 적이 없고 또 지방정부의 온갖 비리와 부패가 섞여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일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인용해 그 규모가 약 7조∼11조달러(약 9천100조~1경4천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면서, 그 가운데 4천억 달러(약 524조원)에서 8천억 달러(약 1천50조원) 이상이 디폴트 위기에 처한 상태라고 보도한 바 있다.


문제는 현재 드러난 것만으로도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자칫 이 문제가 금융기관의 위기로 전이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방 중소규모의 금융기관이 해당 지방정부의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돼 이미 채무 위기가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중앙정부도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냄새는 많이 나지만 일단 덮어두고 가는 길을 중국 당국은 채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립후파’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공동부유 정책을 과연 포기할 수 있을까?]


시진핑 주석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선전했던 ‘제로 코로나’ 프로젝트가 중국 경제를 병들게 만든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은 이미 중국 사람들도 알고 있다. 이와 함께 시진핑 주석이 그렇게도 금과옥조로 여기는 ‘공동부유’ 정책 역시 당연히 ‘선립후파’의 대상이다.


사실 공동부유로 말미암아 중국 경제가 손실을 입은 것은 계산하기도 벅찰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공산당 지도부내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들이 줄을 이었지만, 시진핑 주석은 잊을만 하면 또다시 공동부유 카드를 꺼내들면서 그것이 중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제창한다.


분명한 것은 중국 경제가 회복의 길로 들어서려면 더 이상 공동부유라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 그것이 당연한 길이다. 중국 톈펑증권의 쑹쉐타오 수석 애널리스트도 “중국 당국의 공동부유 정책 재검토는 부의 재분배 방법을 결정하기 전에 부의 파이를 더 키우는 걸 의미한다”면서 “그것이 바로 선립후파 방침”이라고 짚었다.


중국 중앙정치국이 내년의 중국 경제 정책에 대변화를 가져오겠다고 선언했지만, 그러한 약속들에 대해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직도 중국의 국가주석이 시진핑이기 때문이다. 만약 시진핑 주석이 업무 일선에서 한걸음 물러나 전문가들이 국정운영을 하도록 양보하지 않는한 중국 공산당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결코 그 뜻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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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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