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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헛발질한 시진핑, 베트남 방문 동상이몽 - 베트남 방문해 ‘운명공동체’ 강조한 中 시진핑 - 미-베트남 밀착 견제 위해 총력 기울이는 시진핑 - 시진핑의 헛발질, 베트남의 생각은 달랐다!
  • 기사등록 2023-12-13 23:5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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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방문해 ‘운명공동체’ 강조한 中 시진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트남을 방문해 ‘운명공동체’ 관계임을 내세우면서 외교관계 강화 노력을 기울였지만, 중국 관영매체나 우리 언론에 보도되는 것 같이 원래 중국이 의도했던 성과를 거두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13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이 12일 1박 2일 일정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했다”면서 “베트남과 운명공동체로서 외교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12일 시진핑 주석은 하노이에서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만나 양국 간의 파트너십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한 베트남 지도자, 중국 베트남 청년대표와 소통하는 자리에서 ‘동지이자 형제’인 중국과 베트남이 맺은 특별한 이야기를 수차례 언급하며 양국 간 우의를 강조했다.


시 주석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해오고 있다. 시진핑의 베트남 방문은 2015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이고, 그동안 중국과 베트남 양당과 양국 최고 지도자는 연내 상호 방문을 실현하며 양당과 양국 관계 발전의 방향을 제시하며 청사진을 그렸다. 올해 외국 방문은 러시아(국빈)·남아프리카공화국(브릭스 정상 회의)·미국(APEC 정상 회의)에 이어 네 번째다.


[미-베트남 밀착 견제 위해 총력 기울이는 시진핑]


시진핑 주석이 이렇게 베트남과의 관계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최근들어 베트남이 미국과 관계를 급진전시키고 있어서다. 사실 미국과 베트남은 1960년대부터 1975년까지 오랜 전쟁을 치른 ‘불구대천의 원수’다. 미군 약 6만명, 베트남인 약 200만명이 베트남 전쟁에서 죽었다.


그런 양국이 지난 9월 10일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외교 관계를 최상위 수준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높였다.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미군 철수 50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베트남과 미국이 관계 결속을 하게 된 것은 남중국해 영토를 둘러싸고 중국의 위협이 나날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런 기류를 반영해 지난 6월엔 미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다낭에 입항했다. 다낭은 중국과 영토 분쟁 중인 호앙사군도(중국명 시사군도)와 가깝다.


베트남이 미국과 안보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가면서 미국은 대규모 투자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지원을 약속했다. 이렇게 미국과 베트남은 전쟁했던 적(敵)이었지만, 국가 발전과 안보를 위해 힘을 합쳤다. 이것이 국제정치의 단면이다. 이렇게 안보를 튼튼히 해야만 경제적 번영도 가능해진다는 것을 양국의 관계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마국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베트남과의 관계 증진이 군사 안보 전략적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중국이 가만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을 중국의 편으로 묶어 두기 위해 이번에 시 주석이 베트남을 전격 방문해 우의를 다지려고 했던 것이다.


[시진핑의 헛발질, 베트남의 생각은 달랐다!]


사실 시진핑 주석은 베트남을 향해 말했던 ‘운명공동체’ 관계로 격상하기를 원했다. ‘운명공동체’라는 용어는 중국이 그동안 주창해 왔던 '인류 운명공동체'에서 나온 말이다. 인류 운명공동체는 시 주석이 2012년 11월 개최된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처음 언급한 표현이다. 이는 인류가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발전과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로 미국에 맞서 중국 위주의 세력권을 형성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베트남과의 외교 관계를 운명공동체로 재조정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요구에 대해 ‘운명공동체’ 표현이 지나치게 중국에의 예속과 구속력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베트남이 반대하자 기존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인류 미래 공동체'(community of shared future for human kind)로 재정립하기로 합의했다.


기존에 베트남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 등 6개국이다. 그러나 중국이 원하는 대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인류 미래 공동체’로 바꿨다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말장난에 불과하다. 관계 격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중국식 표현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소리(VOA)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은 ‘운명공동체’를 말하지만 정작 하노이는 이에 대해 미온적”이라면서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러한 용어를 거창하게 외치고 있지만, 정작 베트남 국영언론들은 그러한 용어를 전혀 언급하지도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호치민시 법대 강사 호앙 비엣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운명 공동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개념”이라면서 “베트남은 중국의 편에 서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호놀룰루의 다니엘 K.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 안보연구센터의 알렉산더 부빙 교수도 “베트남이 중국의 ‘운명공동체’에 가입하는 데 동의한다면, 이는 현재 중국과 베트남 간의 '포괄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선전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중국이 베트남과의 관계에서 항상 미국에 더 가깝거나 앞서거나 위에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것”이라고 VOA에 주장했다. 중국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그러한 용어를 사용하고자 했다는 의미다.


공안부 대령 출신으로 페트로타임즈 편집장을 역임한 응웬누퐁은 중국의 공동 운명체 구상에 대해 “고대부터 지금까지 중국은 강대국이었으며, 지금도 강대국이지만 그들의 행동은 매우 비열하다”면서 “중국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을 신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응웬누퐁은 이어 “중국은 운명공동체를 강조한 다음 나중에는 베트남이 중국을 따르도록 강요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중국과 해양분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마당에 경제문제에서까지 중국에 끌려가서는 안 될 것이며 단지 공동의 이익만을 위한 관계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신뢰할 수 없는 나라, 중국]


베트남이 중국의 온갖 유혹에도 꿋꿋이 버티는 가장 큰 이유는 한마디로 중국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남중국해에서의 충돌 때문이다. 지금도 중국은 남중국해에 일방적으로 구단선을 긋고 호앙사군도(중국명 시사군도)에 대해 자신들의 영해라면서 충돌하고 있다.


베트남은 이제 탈중국 시대를 맞아 중국의 대안 시장으로서의 매력을 뽐내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 공장들의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 그러한 성과도 거두고 있다. 미국이 베트남과의 관계에 있어서 신경을 쓰는 부분도 바로 이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양국 간에 탄력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밸류 체인을 높이는 동시에 중국을 대체하는 공급망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기차·스마트폰의 충전식 리튬이온 배터리 가공에 필요한 핵심 광물인 희토류 공급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베트남은 세계 최대 희토류 공급국가인 중국 다음으로 매장량이 많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미국이 베트남과 새롭고 강화된 외교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것은 동남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베트남은 신뢰를 이미 잃어버린 중국이 아니라 미국을 택했다. 그렇다고 중국을 버린 것은 아니다.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경제적 유대 관계는 지속하겠지만, 어디까지나 경제적 측면에서 상호 이익이 되는 교류에 국한될 것이다. 같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국가라고 해서 결코 중국 공산당의 입장에 동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시진핑 주석의 베트남 방문에서 애초 원했던 ‘운명 공동체’로서 관계 격상은 실패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은 도대체 믿을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앞에서는 악수하면서 뒤통수 치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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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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