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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에 뿔난 인도, 대만과 손잡고 반격 나선다! - 중국과 유혈충돌후 대만과 관계 강화하는 인도 - 지난 8월, 시진핑-모디 회담 결과도 뒤집은 중국 - 인도내 반중정서 팽배, 대만과의 군사관계까지 강화될 듯
  • 기사등록 2023-12-07 12:37:24
  • 수정 2023-12-07 12: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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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유혈충돌후 대만과 관계 강화하는 인도]


세계 1,2위의 인구 대국인 인도와 중국이 국경 지역에서 유혈충돌을 벌인 이후 관계가 급랭하면서 대만을 두고 치열한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심지어 인도는 대만과 사실상의 경제동맹 수준의 관계까지 격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인도가 2020년 6월 중국과의 국경 지역 유혈 충돌 이후 양국간 관계가 냉랭해지자, 대만이 인도와 새로운 우호관계를 형성하며 이득을 얻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SCMP는 “2016년 차이잉원이 대만의 첫 여성 총통으로 선출됐을 때,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정부는 중국 본토와의 관계를 의식해 취임식 참석을 위한 공식 대표나 국회의원을 보내지 않았지만 4년 후, 차이 총통이 재선에 성공한 후, 정치적 고려 사항이 변했다고 판단한 모디 총리는 태도를 바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감안해 인도 국회의원 2명을 파견했다”고 전했다.


당시 차이 총통의 두번째 취임식에 참석한 2명의 인도 의원이 모디 총리의 축하 인사를 전하자, 이에 뿔난 중국은 국제 사회에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SCMP는 “그 후 4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인도와 중국의 관계가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중국이 ‘배신자’로 간주하고 있는 대만과 인도 사이의 비공식적인 관계는 더 돈독해졌다”면서 “2001년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에 머물렀던 양국 무역 규모는 2021년 70억달러(약 9조2천억원)로 확대됐고, 지난 7월에는 인도 내 실질적인 대만 영사관 격인 3번째 타이베이 경제문화판사처가 뭄바이에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또한 대만 전자 제조업체이자 미국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최대 협력업체인 폭스콘은 중국 본토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난달 말 인도에 16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인도 정부는 아울러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공장을 유치하려 공을 들이고 있다.


SCMP는 이러한 무역과 투자 이외에도, 노동 협상도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월, 대만 노동부 장관은 인도 국민들이 일자리를 위해 대만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하는 조약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일설에는 그 규모가 10만여명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그만큼 초대규모의 인적 교류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또 11월에는 대만 교육부 차관이 인도의 여러 대학에 대표단을 이끌고 양국 사이의 교육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더더욱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양국간 국방협력 대화로도 진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에는 3명의 전직 고위 군 관리가 포함된 5명의 인도 대표단이 타이베이에서 열린 대만 당국과의 안보 대화에 참석했다.


이에 대해 SCMP는 “인도 대표단은 해당 방문이 사적인 방문이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은 대만 국방부 산하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INDSR)과 비공개 회담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만에 기반을 둔 인도 언론인이자 작가인 수밤 팔은 “현재 인도와 중국 사이의 불안을 야기한 중요한 순간이 있었다면, 인도군과 중국군이 2020년 6월 15일 히말라야산맥 국경에서 유혈 충돌을 벌여 인도군 20여명이 사망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수밤 팔은 이어 “이 사건은 궁극적으로 인도의 중국 정책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며 “2020년 국경 분쟁 관련 무력 충돌 이후로 인도와 대만이 다양한 수준에서 협력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도가 외교 관리들의 중국어 학습 훈련을 중국 본토에서 대만으로 완전히 이전한 해도 2020년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인도 시브 나다르대의 자빈 자콥도 “먼저 공통의 경제적 이익이 증가한 다음, 정치적 또는 전략적 이익이 증가하는 것을 기반으로 논리적으로 발전했다”면서 “대만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벗어나 다각화하고 중국이 인도와의 국경 지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인도와 대만은 자연스럽게 서로 할 일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제프 스미스도 “대만과 단교하는 국가들이 이어지면서 대만의 외교적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대만과의 외교적·경제적 관계를 강화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나라들이 있고 그중 인도가 가장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의 적극적인 대 인도 외교가 중요한 역할]


사실 인도와 대만의 관계 진전에는 모디가 총리에 오르기 훨씬 전부터 대만을 방문하는 등 대만과의 관계에 관심을 기울인 것도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그 덕에 2014년 모디의 총리 취임식에는 당시 뉴델리 타이베이 경제문화판사처의 대표가 초청을 받기도 했던 것이다.


다만 인도와 대만의 관계는 모디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2019년 잇달아 정상회담을 하면서 경색됐고, 2019년 모디의 두번째 취임식에는 현지 대만 대표가 초청받지 못했다.


하지만 2020년 중국과 국경 유혈 충돌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고, 인도와 중국의 관계가 경색되면서 대만이 수혜를 입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대만의 국경절인 쌍십절(雙十節)에는 “대만의 국경절을 축하한다”는 글과 청천백일기가 담긴 포스터 여러 장이 인도 뉴델리 시내에 펄럭이기도 했다. 그것도 인도 주재 중국대사관 인근에 그런 깃발이 나부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지난 10일 인도 뉴델리 시내에 청천백일기가 대만 국경절을 축하한다는 글과 함께 걸려 있다. [트위터 캡처]


외교잡지 디플로맷에 따르면, 포스터는 인도 집권당인 인도인민당(BJP) 대변인이 붙였다. 중국 측의 강력한 항의로 얼마 되지 않아 포스터는 떼어졌지만, 사진은 온라인에서 계속 공유됐다.


그로부터 사흘후인 13일에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트위터에 사진 4장이 올라왔다. ‘안녕(나마스떼)’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우리의 친구인 인도의 따뜻한 배려로 인도에서 보낸 즐거운 기억을 떠올린다”는 글을 남겼다. 2012년 인도 방문 당시 사진이다. 차이 총통은 타지마할 등에서 포즈를 취했다.


▲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나마스떼(인도어로 안녕이라는 의미)’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우리의 친구인 인도의 따뜻한 배려로 인도에서 보낸 즐거운 기억을 떠올린다”는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이 사진은 지난 2012년 인도방문 당시 찍었던 것이라 차이잉원 총통이 이 사진을 올린 배경이 뭔가에 대해 의견들이 분분했다.


15일엔 카레와 난이 담긴 인도 음식 사진도 올렸다. 10일 인도의 청천백일기 이벤트에 대한 답장이었다.


이렇게 인도는 대만을 띄웠고, 또 대만은 이에 적극 화답을 한 것이다. 어찌보면 인도가 대만의 대변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당시 인도 방송 인디아투데이에는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이 출연해 “대만은 국가이며 중국과 대만은 별개”라고 계속 강조했다. ‘하나의 중국’이 철칙인 중국이 들으면 펄쩍 뛸 말이 인도의 TV에서 공공연하게 노출된 것이다.


그렇다면 인도는 왜 이렇게 대만을 적극적으로 띄우고 지원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적의 적은 친구’이기 때문이다. 사실 인도에서의 반중물결은 엄청나다.


특히 지난 2020년 6월, 인도와 중국 군대가 국경지대인 히말라야산맥 라다크 갈완 계곡에서 충돌했었는데, 당시 못이 박힌 몽둥이를 든 중국군의 흉기 공격에 인도군 수십 명이 숨졌다. 이후 인도 전체에 반중 물결이 일었다. 정부가 틱톡 등 중국산 스마트폰 앱 사용을 금지했고, 시민들은 중국 오성홍기를 불태웠다. 그때의 여진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것이다.


인도는 중국을 아프게 할 존재로 대만을 떠올린다. 그래서 2020년 6월의 충돌사건 이후 인도는 적극적으로 친 대만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디플로맷은 “인도는 대만과 공식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2010년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있다”며 “영토 분쟁 지역인 카슈미르에 대한 중국 입장에 불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역사적 배경도 작용한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1960년 이후 인도 다람살라에 근거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외교관계는 맺고 있지만, 티베트 문제에서 애매한 입장을 보여왔다.


디플로맷은 이어 “중국과 인도 관계가 위태로운 시기에 인도에선 ‘대만’이나 ‘티베트’ 단어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며 “이번에도 대만은 중국을 곤란하게 할 인도의 중요한 카드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인도가 정치적 이유로만 대만을 챙긴 건 아니다. 경제적으로도 밀접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만 입장에서도 떠오르는 강국인 인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대만의 위상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인도와 대만간의 관계를 보면서, 중국이 그동안 국경을 대하고 있는 국가들과 보여온 영토 분쟁이 외교에 얼마나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과 인도간의 영토 분쟁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지난 8월에도 모디 총리와 시진핑 주석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국경 긴장 완화에 합의한 지 불과 닷새 만에 또다시 국경 분쟁이 재점화됐다.


중국이 8월 29일 공개한 2023년판 중국 표준 지도때문이었다. 이 지도에는 중국과 인도 간 국경 분쟁 지역인 히말라야 남쪽 아루나찰프라데시주(州)와 카슈미르 지역 아크사이친 고원이 모두 중국 영토로 표시돼 있다. 아루나찰프라데시주는 인도가, 아크사이친 고원은 중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곳이다.


이날 중국의 지도 공개에 인도는 강하게 반발했다. 수브라마니암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인도 뉴스채널 ND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인도 영토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인도 영토가 중국 영토가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아린담 바그치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국경 문제 해결을 더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며 “인도는 근거가 없는 중국의 주장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인도가 더더욱 열을 받은 것은 불과 닷새 전인 24일, 시 주석과 모디 총리가 손을 잡고 국경 긴장 완화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양국 정상이 두 나라 관계 개선과 국경 긴장 완화 노력을 강화하도록 관련 당국에 지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국경 분쟁 지역을 자국 영토로 편입시킨 지도를 발행한 것에 대해 인도는 ‘뒤통수’를 맞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렇게 인도와 중국 양국은 결코 화해할 수 없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그런 사이에 인도와 대만간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깊어진다. 이 모두 중국이 자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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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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