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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2-07 05: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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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불=AP/뉴시스] 13일(현지시각)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집회에 참여한 한 소년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반대하며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나타냈다.


요즘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국민의 99.7%가 이슬람을 믿는 정통 이슬람 국가다. 면적이 6,528만ha, 세계 39위로 83위의 한반도(2,208만ha)에 비해 3배나 크다. 한반도 면적과 비슷한 크기인 34%의 면적에서 양귀비를 재배하여 전 세계 아편 공급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세계에서 제일 큰 아편 생산국이다. 이슬람은 복종의 뜻이고, 무슬림은 복종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슬람교는 세계 4대 종교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77억 인구 중에서 이슬람인이 23%에 해당하는 17억 5천만 명에 이르지만, 2030년경에는 신도수가 22억 명으로 증가한다는 전망한다. 한국에도 이슬람교인이 3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들 율법에 피임은 할 수 없고, 남자들은 다른 종교인과 결혼할 수 있어도 가족이 무슬림이 되어야 하고, 여자는 무슬림과 결혼해야 한다. 이들은 교리를 엄격하게 고수하는 원리주의를 택하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에는 완강히 거부한다.


같은 일신교(一神敎) 유대교에서 나온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종교적인 교리 해석문제 때문에 여러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지만, 음식문화가 상당히 다르다. 북유럽 지역 사람은 비늘이 없는 물고기를 먹지 않으며, 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이슬람교 신도들은 규율을 엄격하게 지키는 국가이므로 당연히 돼지를 사육, 소유 판매할 수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먹지도 않는다. 이런 이슬람 규율을 어기면 형법에 의거 처벌을 받는다. 그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은 “할랄(Halal)”이라 부르고, “하람(Haram)”이라 부르는 음식은 절대 먹으면 안 되는 것으로 종교적 규율로 엄격히 구별하고 있다.


먹는 것을 금지하는 음식 중에서 대표적인 음식이 술과 돼지고기인데, 특별하게 돼지고기를 금하는 이슬람 경전인 꾸란(Quran, Koran)에서 네 번이나 언급할 정도로 매우 강력히 금하고 있는 음식이다. 돼지고기를 금지하는 대표적인 구절이 꾸란 2장 172절과 173절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믿는 자들이여, 하나님께서 너희에게 부여한 양식 중 좋은 것을 먹되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 분만을 경배하라. 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 그러나 고의가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먹을 경우에는 죄악이 아니라고 했으니 하나님은 진실로 관용과 자비로 충만하신 분이니라”.


서양 문화권에서는 주로 고기를 먹거리로 하므로 드라큘라도 이빨이 날카로워 피만 빨아 먹고, 동양권의 호랑이는 인절미를 주면 사람을 안 잡아먹는 줄 안다. 서양은 개고기는 먹지 않는 반면에 동양 문화권은 채식을 하지만 개고기는 잘 먹는다. 서양은 몇 명의 목동 역할을 담당한 충성심 많은 개를 잡아서 먹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못했을 것이다. 아마 인도주의적 입장 뿐 아니라 소나 양 같은 가축을 통해서 고기는 마음껏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유럽 사람들과 게르만 민족들은 오징어와 문어는 먹지 않는다. 그들은 문어를 “악마의 물고기(devil fish)”라 하며 먹지 않는다. 유대교에서는 먹거리 음식 중에 수중 생물로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것”이어야 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어, 오징어, 뱀장어, 가오리, 갑각류, 조개 같은 지느러미와 비늘이 없는 것은 모두 먹지 않는다.


그러나 힌두교는 소고기를 먹지 않고, 불교에서는 살생을 금지하는 규율 때문에 육식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승 불교에 속하는 중국, 대만, 홍콩, 한국, 일본에서는 채식을 고수하고, 상좌 불교권인 스리랑카,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태국에서의 스님은 주로 탁발 걸식과 신도들의 식사 초대인 청식(請食)에 의존해서 생활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육식이 허용되고 있지만, 오후불식(午後不食)은 엄격히 고수한다. 이와 같이 먹거리의 문화는 국가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다르지만, 특별히 종교에 따라서 먹는 음식과 금하는 음식을 명확히 구별한다. 종교가 성행하는 곳의 지리 환경에 따라 종교 교리의 엄격성도 다르게 결정된다. 황량한 지역에서 성행하는 이슬람교가 가장 엄격하고, 부드러운 농경 지역에서 성행하는 불교 교리가 가장 약하고, 기독교 교리는 이슬람교와 불교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도 소고기를 음식으로 먹는 것을 규제했던 시절이 있었다. 농업을 중시한 조선 시대에 농업의 동력인 소를 잡지 못하도록 금했다. 그렇지만 종교적인 규율로 금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묘히 법망을 피해 소를 잡아먹었다. 법적인 규제보다 종교적인 규제가 더욱 효율적이지만, 조선시대에는 그렇게 할 만한 수단이 없었다. 나랏님 눈길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지만, 전지전능하신 신의 눈은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종교적 규제가 훨씬 더 강력하다. 북한에는 지금도 소를 잡아먹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지만, 장마당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것도 강력한 종교적인 규제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는 절대 다수인 83%가 힌두교도인데, 그들은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 소의 고기 뿐 아니라 가죽과 우유도 얻을 수 있지만 소는 농업에서 뺄 수 없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풀을 먹기 때문에 먹이에 신경을 쓸 필요도 없으며, 살아 있는 소를 잡아서 먹는 것보다 살아있는 소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슬람권의 문화에서는 돼지고기를 못 먹게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이슬람권에 속하는 중동지역에서도 옛 고대부터 돼지고기를 금했던 것은 아니었다. 고대 이집트 나일강 하류 지역에서 돼지를 꽤 많이 사육했으며, 돼지를 훈련시켜 씨앗도 뿌리면서 파종하는 방법까지 터득했었다. 요르단 지역 예라코와 이라크 지역 야르모에서는 신석기 시대 유물 중에서 많은 양의 돼지 유골이 출토됐는데, 이는 당시 돼지고기를 상당히 즐겨 먹었다는 증거가 된다. 


이처럼 돼지는 강가와 고원지역에서 길러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불결하고 부정적인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돼지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하게 된 것을 인류학자는 당시 중동 지역이 급속하게 환경이 변화되었던 역사적 사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인류학자 해리스(Marvin Harris)와 쿤(Carleton Cunn)은 이슬람인이 돼지 사육을 점차 금하게 된 이유를 사회적 비용-효율성에, 다시 말하면 변화하는 지리적인 환경조건에 계속 적응하는 생활적응체라는 환경론에 따라 설명하려 한다.


이런 환경적 변화로 이 지역에서 돼지를 사육하던 전통적인 습관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아직 일부 돼지 사육 환경이 적절한 지역은 여전히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알바니아 국가는 총 인구의 75%가 무슬림이지만 돼지고기를 섭취하는 1인당 소비량이 년 10kg이나 된다. 이는 인도네시아 무슬림의 소비량의 4배에 이르는 양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기후가 온난할 뿐만 아니라 국토의 70%가 삼림지역이라 돼지 사육 환경이 좋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또 다른 아프리카 북부 지역인 모로코의 아틀라스 산악지대에 사는 이슬람 지역인 베르베르(Berbers) 역시 환경적인 조건이 좋아 낮에는 돼지를 숲에 방목했다가 밤에 우리로 데려오는 형식으로 키우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서 볼 때,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이슬람의 종교 교리가 모든 지역에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율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꾸란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고 강하게 규정은 했지만 이를 어기고 먹었을 때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꾸란에서 다른 것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 규정을 정해 놓았지만, 돼지고기에 대비해 변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놓은 묘수가 있는 것이다. 사실 오늘날 이슬람의 분포지역을 보면 돼지를 먹고 있는가 먹지 않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돼지를 기를 수 있는 환경과 기르기 어려운 환경 간의 경계선에 따라서 다름을 알 수 있다.


신석기 초기에는 습지와 웅덩이, 도토리, 밤 등 돼지에게 필요한 생태 조건이 좋았지만, 기후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숲이 점차로 파괴되고 사막화 되는 단계를 거치며 토지는 황폐해졌다. 유목생활을 할 수밖에 없게 된 아랍인들은 건조한 지역을 항상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햇빛과 건조한 기후조건에 약하고 이동성이 약한 돼지를 사육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그 대신에 풀만 있어도 기를 수 있는 반추동물인 낙타와 양, 염소 같은 가축을 사육하게 되었다. 이런 가축은 고기 외에 단백질의 원천인 우유와 옷을 만드는 가죽과 털 뿐만 아니라 배설물도 연료로 쓸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점이 많았다. 성공적인 생태학적 적응 전략의 결과로 볼 수 있었다.


사막에서 이동해야 하는 이들은 정주성이 강한 돼지보다는 이동성이 강한 양과 같은 반추동물에 관심이 많았을 것이다. 더욱이 반추동물의 먹이는 주위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돼지의 먹이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반추동물들은 풀을 주변에서 구할 수만 있으면 사육이 가능하였지만, 돼지는 사람의 식량과 겹치기 때문에 식량을 같이 나누어 먹어야 했고, 척박한 사막의 땅에서 생명과 같은 귀한 물을 많이 필요로 했다. 여기에 위생의 문제로 돼지는 다른 동물에 비해 습하고 위생적인 문제점이 많았다.


이와 같은 돼지 사육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는 최상의 단백질 음식이며, 모래 바람으로 칼칼해진 목을 시원하게 해주고, 요리를 하는 냄새는 주변 사막지역을 진동하여 식욕을 참기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이런 돼지고기는 촌장을 중심으로 일부 지도자층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변화했다. 지도층은 점차 하류층의 눈치를 보며 먹어야 하는 음식이 되었고, 마침내 지배계층은 하층민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단합을 이유로 돼지고기 먹기를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약속은 종교적인 규율로 승화되면서 강력한 규제력을 갖게 되었다.


이처럼 종교 문화와 지역에 따라 즐겨 먹는 음식과 여러 이유로 먹지 않게 되는 식습관이 있다. 2002년에 개최된 서울 올림픽 시절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가 한국인들의 보신탕 음식문화를 강력하게 비난한 일이 있다. 그렇지만 2008년 중국의 북경 올림픽 시절에는 어느 국가도 어느 누구도 중국의 보신탕 문화를 비난하지 못했었다. 아마도 14억이 넘는 인구가 집단적으로 도전한다면 어느 국가에서도 대항하기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인의 음식문화 기준으로 본다면 당연히 개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겠지만, 이런 행위는 분명 문화 제국주의적 태도다. 나는 먹지 않으니 너도 먹지 말라는 식의 문화 제국주의적인 가치관을 서로 다른 문화에 강요하는 것은 지나친 억지로 보인다. 나는 먹지 않겠지만 네가 좋다고 하면 먹어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문화 상대주의적 개념으로 보면, 음식은 단지 그 지역의 환경적 배경에서 유래했던 문화일 뿐이다. 식성은 문화 뿐 아니라 같은 문화권 사람들도 개인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항상 변하기도 한다는 점을 존중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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