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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03 03: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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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의 “미스 트롯”이라는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12,000명의 도전자 중에서 100명이 결선에 출연했고, 그래서 최종 우승자는 12,000: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것이다.[사진=TV조선]


싸움을 하는 영화, 인터넷, 만화 등을 보거나 읽은 아이들은 다음 행동이 어떻게 변할까? 내 가슴 속에 있는 싸우고 싶어 하는 공격동기의 한을 대신 풀어줬으니까 속이 시원해 졌고, 그러니 이제 싸우고 싶어 하는 공격 동기가 감소했다는 이론이 있다. 가슴 속에 있는 풀리지 않은 무의식의 한이 영화, 인터넷, 만화 등을 통해서 카타르시스(Catharsis : 정화) 되었다는 논리다. 그러니 아이들에게는 그런 것들을 많이 접하게 해 주어야 한다는 이론이 정신분석 이론이다.


이와는 반대로 그런 것을 접하게 될수록 그런 행동을 똑같이 따라서 배우게 된다는 이론도 있다. 그러니 그런 것을 절대로 접하게 하면 안 된다는 논리다. 이런 논리를 주장하는 학습이론을 “모델학습, 모방학습, 사회학습”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심리학자 반두라(Bandura)가 대표적인 학자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은 마치 스펀지 같아서 부모로부터 보고 들은 것을 모두 흡수한다. 그래서 집에서는 아이들의 행동과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만 보여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늘 관찰하고 흉내낸다. 부모들이 잘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예민하게 부모를 배우고 똑같이 따라 하려고 한다. 아이들은 부모처럼 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말과 행동에 있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 노릇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가치와 원칙을 가르치는 것이 자녀 교육의 중요한 원리가 된다. 아이들은 부모의 언행이나 타인과의 관계 방식 등은 물론이고 가치관과 윤리관을 따라서 배우고 모방한다.


몇 해 전, 모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들이 존경하는 인물, 이른바 “초통령”을 조사한 바 있다. 조사결과 1위에 김연아, 2위에 세종대왕, 3위에 도티와 유재석, 4위에 이순신 장군이 뽑혔다. 한국 진로연구소에서 2019년에 발표한 청소년들의 선호 직업을 보아도 연예•스포츠 관련 직업이 두드러지게 높음을 알 수 있다. 초등학생의 경우 운동선수, 교사, 의사, 요리사, 유튜버 등의 순위로 선호하고, 중학생의 경우는 교사, 경찰관, 의사, 운동선수, 요리사의 순이며, 고등학생의 경우 교사, 간호사, 경찰관, 뷰티 디자이너, 군인의 순으로 선호하였다.


항상 1위에 올라 있던 “교사직”에 대한 열망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과 연예•스포츠 관련 직업이 새로운 희망 직종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한국 대학신문 창간 31주년 대학생 의식 조사에서도 김연아, 세종대왕, 이국종, 이순신, 유재석 등의 순으로 좋아했다. 우리나라의 모든 청소년들이 연예•스포츠인을 가장 선호하는 인물 또는 직업으로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힘들고 어렵다. 최근 모 방송의 “미스 트롯”이라는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12,000명의 도전자 중에서 100명이 결선에 출연했고, 그래서 최종 우승자는 12,000: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것이다.


가수를 지망하는 총 연습생은 100만 명으로 추산(2016년)되며, 그 중 기획사에 등록된 연습생은 전체 연습생의 0.1%에 해당하는 1,440명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 정식으로 데뷔한 신인 아이돌은 60개 팀 324명(2015년) 이다. 100만 명 기준으로 보면 3,086명 중 1명, 기획사 등록 연습생 기준으로 보면 4명 중 1명이 데뷔한 셈이다. 2007년부터 10년간 220개 걸그룹이 데뷔하고, 인기를 누린 그룹은 겨우 23개 그룹 뿐이다.


연예인이 된다는 것이 이처럼 힘들어도 한 번 연예인으로 성공만 하면 인기도 높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어서 젊은 층에서 인기 있는 직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연예인만 되면 이들은 바로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고, 청소년들은 그를 따르며 그와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행동하려 한다. 과연 연예인은 청소년들에게 무시 못 할 강력한 학습 모델이 된다. 이제 연예인은 개인이 아닌 공적인 인물이 되기 때문에 도덕•윤리적으로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하고 그에 맞는 역할과 책임의 의무도 따르게 된다.


중국에서는 매년 관영매체가 방송•연예인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여 발표한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직업적인 성과, 자선활동, 개인적 청결함 등을 이용한다. 인기가 높던 판빙빙(范冰冰)이 탈세로 인한 괘씸죄로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높은 평가를 받은 연예인은 사회에 귀감이 되는 좋은 “역할모델”로 칭찬을 받지만, 낮은 평가를 받은 연예인은 사회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한국에서도 성폭력 범죄, 마약, 음주운전 등에 의해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된 연예인은 방송출연을 금지한다는 연예인 방송출연 금지법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녀들이 연예인들을 따라서 배우려 하는 것을 부모들이 허락해 주느냐의 문제보다도 아이들이 연예인을 자신들의 학습 모델로 선택하는 올바른 판단 능력을 교육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성장하게 되면, 무조건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상황을 모두 모방하여 따라 하지는 않는다. 관찰학습을 통해서 형성된 정보는 “자기 효율성”이라는 “강화(보상)”를 통해서 자기 자신에게 유익하다고 판단할 때만 그 행동을 배우고 모방한다.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화려한 연예인이어도 관찰자의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학습 모델이 될 수 없다.


자기에게 효과적일지 아닐지를 판단하여 그 행동을 따를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은 4가지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


첫째, 관찰을 통한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 행동이나 상황이 일단 관찰자(학습자)의 “주의”를 끌어야 한다. 둘째는 관찰을 통해서 학습한 정보를 “기억”해 둬야 한다. 셋째, 기억하고 저장해 두었던 기억을 “재생”해야 한다. 넷째, 관찰하고 학습했던 내용대로 행동에 옮기기 전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동기화”가 있어야 한다. 즉 모델의 행동에 집중하고, 기억하고, 재생하고, 동기화 하는 절차가 있어야 그의 행동을 따라서 모방한다. 그런 과정 중 어느 한 가지만 빠져도 아이는 모델의 행동을 따라 하지 않는다.


청소년기는 생물학적 성숙과 사회적 요구가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이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신체적•성적인 성숙이 급격하게 일어나는 시기이며, 사회와 문화에서 요구하는 가치에 대한 갈등에 노출되는 시기다. 결국 생물학적 변화와 사회문화적 변화로 자기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빠지게 된다. 이 시기에 내가 누구이고, 사회에서 나는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에 대한 개념, 즉 “자아정체”를 생각하는 시기로 수많은 가능성과 여러 가지 불분명한 역할을 시도해 보는 “역할혼미”의 위기를 통해 차츰 자신의 위치를 찾게 된다. 그래서 청소년기를 “심리적 유예기”라 불리는 일종의 “타임아웃” 시기라 한다.


이럴 때 부모나 주변인들이 청소년들에게 매우 중요한 스승이 되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과 도덕•윤리적 가치를 형성하는데 결정적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가 여러 가지 선택의 가능성을 점검하고 검증하여 자녀 스스로가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옆에서 도움을 주는 합리적인 멘토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어른들이 정해 놓은 답을 따르도록 강요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언어적 폭력이나 억지 감정으로 설득시키려 하거나 자녀와 심한 언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럴 때는 회초리(回初理 : 처음의 이치로 되돌아오게 한다)만 들지 않은 폭력 교사나 마찬가지다. 부모는 성의를 다해 자녀가 선택할 여러 대안을 제시해 주고, 자녀 스스로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협조자 역할로 끝나야 한다.


설령 부모와 맞지 않는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은 자녀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자녀의 몫이기 때문에 자녀의 팔자로 생각해야 한다. 부모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 자녀가 주연을 맡고, 부모는 조연을 해야 하는 데, 자꾸 부모가 주연을 하려고 자녀에게 억지떼를 쓰면 부모와 자녀 모두 불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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