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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5-25 15: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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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시설 폭파순간 목조 건물들이 폭파 되며 산산이 부숴지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via Newsis)


북한 정권이 핵실험장 폭파 행사를 위해 외국 언론을 초청한 뒤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은 “프로파간다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미 전문가가 지적했다고 VOA가 밝혔다. 


다른 국제 언론 감시 전문가는 외신에 대한 북한 정권의 나쁜 관행을 막기 위해 기자들이 단합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북한 정권이 자본주의 언론의 약점을 활용해 프로파간다 장사를 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는 VOA에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와 이를 취재하는 외신들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북한 당국이 외신 기자들을 완전히 통제하고 한국 취재진의 입국을 거부하다 막판에 허용하는 등 자유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무례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북한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친 뒤 ‘평양의 영어 선생님’ 책을 펴낸 수키 김 씨는 “북한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황송해하는 이상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수키 김 씨는 “들어가는 것도 제한됐고 몇 명 만이 선택돼 들어갔고 그러니까 너희는 감지덕지하고 아무 말도 하지 마라. 그런데 그게 할 때마다 먹히는 거죠.”라면서 말도 안되는 북한의 현실을 꼬집었다.


실제로 핵 실험장 폭파 취재를 위해 북한에 간 5개 나라 20여 명의 외국 취재진은 최근 황당한 경험들을 외부에 전했다.


영국 ‘스카이뉴스’의 톰 체셔 기자는 지난 22일 방송에서 언제 핵 실험장 폭파가 진행되는지 알 수 없고 취재진이 무엇을 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북한 정권이 보여주기 원하는 것만 볼 수 있다는 것이고 감시원은 늘 옆에 붙어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오지에서 필수적인 위성 전화기와 핵실험장의 안전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가져간 방사선 측정기도 당국에 압수됐다고 밝혔다.


수키 김 씨는 이런 상황을 기자의 손과 발이 묶이는 것에 비유했다.

수키 김 씨는 이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미디어가 해야 하는 것은 가서 정보를 찾아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들어가는 것만 해도 발전이다. 들어가는 것이 안 들어 가는 것보다는 낫다. 이거잖아요 항상. 그러니까 완벽하게 손발을 묶어놓는 것 같아요.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그리고 그것을 수긍하는 게 참 희한한 거고. 왜냐하면 불평하면 다시는 못 들어가니까. 너는 우리가 하라는 대로 말을 잘 들어야 하고.”


실제로 지난 2016년 북한의 7차 당대회를 취재하던 영국 ‘BBC’ 취재진은 북한의 여러 문제를 지적하다 추방됐다.


당시 쫓겨난 윙필드-헤이스 기자는 자신들이 겪은 북한 정권의 과민한 통제는 역설적으로 북한 정권의 취약함과 불안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국제 언론감시기구인 국경없는 기자회의 벤자민 이스마엘 전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24일 VOA에 북한에는 국제적인 언론 기준이 없고 그것을 요구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외국 언론을 정권 선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 때문에 목적에 어긋나는 어떤 행동이나 질문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방송’ 기자 출신인 탈북민 장해성 씨는 외신을 초청해 외부 세계에 정권의 선전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김정일 시대 때부터 있던 오랜 관행이라고 말했다.


북한 내부에서는 외신이든 국내 언론이든 북한 정권이 요구하고 보여주는 것만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외신 기자들은 북한에 들어가는 순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외부와 단절되는 체험을 하고 평양을 떠난 비행기가 베이징에 안착하면 자신도 모르게 환호하게 된다고 말한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의 애나 파이필드 도쿄 특파원은 ‘트위터’에 지난 7차 당대회를 취재하러 평양에 갔는데 관련 소식은 오히려 밖에 있는 한국의 ‘연합뉴스’를 통해 봐야 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감시원들에게 따졌던 ‘로이터’와 ‘LA 타임스’ 신문 기자들은 마지막 행사에서 배제돼 취재를 전혀 할 수 없었다.


이스마엘 전 국장은 이런 국제사회와 동떨어진 북한의 나쁜 관행을 막으려면 외신 기자들이 너무 경쟁하지 말고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 언론들이 자유 세계에서 경쟁하듯이 북한에서도 지국을 만들며 각자 활동하고 북한 당국과 마찰을 피하려다 보니 북한 정권의 행태도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수키 김 씨는 이런 자본주의 언론의 약점을 북한 정권이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런 지적을 했다.


“스토리가 되니까요. 이게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의 가장 약점이 아닐까요? 그래도 신비주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정보를 독자들은 원하니까. 아무것도 아니라도 그마저도 전하는 게 언론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니까 캐피털리즘의 약점을 굉장히 잘 이용하는 케이스 같아요. 솔직히 언론인들을 비난할 수는 없는데, 다만 이렇게까지 수긍하고 들어가서 외화를 뿌리고 이게 맞는 걸까? 도적적, 윤리적으로도 그렇고 이게 과연 저널리즘인가? 저널리즘은 그런 게 아닌 것 같아요. 이건 정치죠”


김 씨는 “자유 세계에서 진실을 찾아 전하는 게 언론의 임무인데 오히려 북한 정권의 입으로 전락하는 상황에 대해 외국 언론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지난달 발표한 올해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북한을 언론자유가 없는 세계 최악의 국가로 다시 지목했다.


한편 북한은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5개국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핵실험장의 갱도와 부대시설을 폭파했으나 갱도 내부까지 폭파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17분까지 5시간 17분 동안 풍계리 핵실험장의 4개 갱도 중 3곳을 2, 4, 3번 갱도 순으로 폭파했다. 1번 갱도는 북한이 지난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한 후 방사능 오염 탓에 폐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핵실험장 부속 시설인 관측소 2곳, 단야장(鍛冶場·갱도 설비용 작업장), 생활건물 본부 등 5곳, 군(軍) 막사 2개 동도 폭파했다.


당초 약속했던 핵(核) 전문가가 없이 한·미·영·중·러 등 5개국 기자 30명만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폭파는 총 다섯 번의 핵실험에 이용된 2번 갱도부터 시작됐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은 "핵실험장이 있는 해발 2205m의 만탑산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2번 갱도 입구 쪽에서 흙과 부서진 바위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전했다. 입구 쪽에서 첫 번째 폭음이 들렸고, 안쪽 더 깊은 지점에서 2차례 정도 폭음이 더 울렸다고 한다.


이어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4번 갱도와 3번 갱도, 부속 시설, 군 막사 등이 순차적으로 폭파됐다. 김정은은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에서 3·4번 갱도가 "건재하다"고 했다. 이날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2개 갱도가 이용 가능한 수준에 있었다는 것이 국제기자단 성원들에 의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폐기식에 전문가는 참관하지 않은 관계로 일각에서는 '완전한 폐기'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폭파 당시 외부에서 육안으로 관측된 지반 침하나 폭발음 이외의 소음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현장에 있던 취재진이 "성과적으로 끝났다는데 100% 투명하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느냐"라고 묻자 북한 측 관계자는 "봤듯이 밖에서 폭파되고 안에서 분출하지 않았나. 안과 밖 2번에 나눠서 터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북한은 이번에 참관한 취재진의 방사능 측정기 반입을 불허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기기를 통한 측정은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일부 외국 언론은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대해 "모두 폭파된 것인지 확실치 않다" "보여주기"라고 표현했다.


미 CBS뉴스는 "북한은 특정한 목표로 소수 기자만 초청했다"며 "핵실험장을 폐기했단 걸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모든 갱도가 폭파된 건지 확실치 않다"며 "폭발 규모와 정도를 육안으로 확인해 줄 외부 전문가가 없었다"고 했다.


▲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관련한 5월 25일자 노동신문 기사


이날 북한은 핵무기연구소 명의 성명에서 "투명성이 철저히 보장된 핵시험장 폐기를 통해 공화국 정부의 평화 애호적 노력이 다시 한 번 확증되었다"며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이는 핵보유국으로서 향후 비핵화 협상에 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심야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 핵실험장 폭파의 의미가 크게 퇴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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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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