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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8-24 11: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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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Why Times]


연예인들은 한창 크는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매우 중요한 학습모델이 된다는 점을 앞에서 이미 이야기 했다. “아이들 앞에서는 숭늉도 못 마신다”거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과 같이 아이들이나 청소년들보다도 훨씬 더 어린 3~4세 아동도 어른들(모델)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서 모방한다는 유명한 보보인형(Bobo Doll) 실험이 있다. 보보인형은 오뚝이 인형과 같이 이리 저리 쓰러트려도 다시 오뚝이처럼 원래의 위치로 일어나는 인형이다.


이 실험은 아동은 직접적인 경험, 그리고 보상이나 처벌을 통해서만 행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나 어른들의 행동을 옆에서 관찰만 하여도 똑 같이 따라서 배우는 모방학습이 일어난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로 유명하다.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엘베트 반두라(Albert Bandura)의 실험으로, 이 같은 학습을 관찰학습, 모방학습, 모델학습, 대리학습, 사회학습 등 여러 이름으로 부른다.


그는 평균 4세의 미취학 남자 아동 36명과 여자 아동 36명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1961년)을 했다. 아이들은 실험실 안으로 한 사람씩 들어가서 아이들이 노는 구역에서 놀고, 어른(연구원)은 어른 구역에서 논다. 그런데 보보 인형은 아이가 노는 구역에는 없고, 어른이 노는 구역에만 있는데, 아이는 어른이 보보인형을 장난감 망치로 공격하는 모습을 10분간 보도록 했다.


그런 후 장소를 이동하여 아이에게 장난감 망치와 보보 인형을 주게 되면, 망치를 받자마자 조금 전에 본 것처럼 보보인형을 장난감 망치로 공격하며 놀기 시작했다. 특히 어른과 동성일 때는 인형을 공격하는 행동이 더 높았다. 즉 여자 아이는 엄마의 행동을, 남자 아이는 아빠의 행동을 더 많이 모방했다.


1965년에도 유사한 실험을 조건만 바꾸어서 했다. 이번에는 보보인형을 공격하는 어른의 행동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TV 화면으로 그런 정면을 보여 주기만 했다. 다만 이 실험에서는 마지막 끝에 서로 다른 세 가지 방법으로 끝을 맺는 화면을 보여 주었다. 첫 번째는 인형을 공격한 어른이 그 행동에 칭찬을 받고 선물도 받는 장면이다. 두 번째는 인형을 공격한 어른이 욕을 먹고 처벌도 받는 모습으로 끝난다. 세 번째는 보보인형을 공격한 어른의 행동에 아무런 칭찬이나 처벌도 받지 않고 그대로 끝나는 장면이다.


실험 결과 칭찬을 받고 선물까지 받는 장면을 본 아이들이 어른의 행동을 가장 많이 모방 했으며, 욕을 먹고 처벌도 받는 모습을 본 아이들이 가장 덜 모방하는 공격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어떤 보상이나 처벌도 받지 않고 끝나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중간 정도의 모방 행동을 보였다.


이 실험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아동 자신의 공격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공격적인 행동을 아이들이 다 함께 학습했지만 그런 행동에 대해 상을 받느냐, 처벌을 받느냐,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보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보보인형 실험은 TV나 영화, 인터넷, 만화 등에 등장한 폭력적인 장면이 아동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증거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의 중요한 학습모델이 되고 있는 연예인들이 범법 행동을 하더라도 짧은 자숙의 시간만 지나면 다시 대중 앞에 당당하게 또 나서는 것을 보면 매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청소년들에게 우상인 연예인들에 대하여 사회의 엄격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범법 행위가 드러나면 정치권에서 퇴출시키는 강력한 징계를 내리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그런데 심리학자 페시바흐(Feshbach)와 싱거(Singer)의 실험(1971년)을 통해 보보인형 실험 결과와 반대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폭력적인 영상을 시청한 아동들이 비폭력적인 영상을 시청한 아동에 비해 오히려 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는 유해한 영상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보다는 오히려 공격적인 본능에 대해 감정적으로 정화(Catharsis)되는 순기능 역할을 한다면서 반두라의 모방학습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카타르시스라는 말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무의식적으로 억압 받고 있는 감정, 갈등, 욕구가 수용적이고 공감적인 환경에서 자유롭게 표출되면 이러한 억압된 욕구들이 무의식적으로 완화된다고 하는 이론이다. 따라서 TV, 영화, 인터넷, 만화 등을 통하여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관찰하게 되면 무의식에 쌓여 있던 자신의 심리적인 공격욕구가 오히려 해소된다는 말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영상으로라도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장면을 보도록 하여 무의식에 깔려 있는 공격적 본능을 해소시키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문화 활동과 스포츠, 그리고 표현의 자유 등은 모두 이 이론이 배경이 된다.


그러나 심리학자 후스만(Heusmann)이 1977년부터 2003년까지 26년간에 걸쳐 330명의 아동을 계속 추적 관찰한 종단연구 결과 폭력적인 장면에 많이 노출되었던 청소년이 성인기에도 더욱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반두라의 사회학습 이론을 다시 지지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영상물을 보여주거나 부모가 아이들 앞에서 난폭한 언행을 보여주어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동기를 정화시켜 주어야 하는지, 아니면 그런 것을 보게 되면 따라서 흉내 내고 배우게 되니까 그런 영상을 보지 못하게 하거나, 아이들 앞에서 모범적인 행동만 보여야 되는지 찬반이론 중에서 어느 이론을 따라야 할지 망설여질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런 이분법적 흑백 논리보다는 아동의 인지발달 단계에 따라 대응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에 의하면 2세가 될 때까지는 단순한 감각-운동단계를 거치고, 7세까지는 전조작단계에, 11세까지는 구체적 조작단계에, 그리고 12세 이후부터 형식적 조작단계로 발달해 간다고 한다. 특히 2세부터 7세까지는 언어가 급격히 발달하고 상징적 사고능력이 증가하는 시기로 부모와 주변인을 모방하면서 사물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지만, 아직은 자기중심적이고 잘못된 판단오류를 범하기 쉬운 연령이다.


7세부터는 논리적 조작이 가능하고,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사물 간 관계를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12세 이후부터는 논리적 사고에 추상적 개념까지 활용하여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에 대한 이상적 사고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2~7세까지는 무비판적으로 부모나 주위 사람을 따라 배우는 단순한 모방의 시기이므로 부모와 주변인은 언행에 각별히 조심하여 아이의 눈에 공격적인 언행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7세 이후부터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점차 객관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확장해 가는 시기이므로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이 왜 나쁜지를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12세 이후부터는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미래에 대한 사고까지 확대 할 수 있기 때문에 폭력성이나 공격성의 장단점을 비교 판단할 수 있도록 함께 토론하는 지도와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할 줄 아는 건전한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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