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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8-19 06: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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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Why Times]


기(氣)를 요약해서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생명 활동의 원동력이 되는 에너지”, 즉 간단히 말하면 “힘”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래서 예부터 우리는 생활 속에서 힘을 뜻하는 기(氣)라는 말을 많이 사용해 왔다. 기(氣)가 세다, 기(氣)가 차다, 기운(氣運)이 없다, 기(氣)가 막히다, 기(氣)가 죽다, 기(氣)가 살아 있다, 끼(氣)가 있다, 인기(人氣)가 있다, 홍길동처럼 신출귀몰하다는 뜻으로 기(氣)똥차다는 등등 참으로 많은 말을 쓰고 있다. 그 중에서 기분(氣分)이라는 말은 기(氣)의 분배(分配)를 뜻하는 말로 사용해 왔다. 우리 몸 이곳저곳에 기(氣)가 균형 있고 조화롭게 잘 분배되어 있으면 기분이 좋다고 말하고, 그렇지 못하면 기분이 나쁜 상태라고 말한다.


그래서 동양 의학에서는 몸 안에 기(氣)가 균형 있게 분배되어 있으면 건강한 것으로 진단하고, 반대로 균형을 잃게 되면 허약하거나 병이 왔다고 것으로 진단한다. 그러므로 치료라는 행위는 몸 안의 기(氣)를 균형 있게 회복시켜 주기 위해서 기(氣)가 허약한 부분에 기(氣)를 보태 주는 것이다. 흔히 보약이라는 것은 그러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으며 처방하는 약이다. 그런데 우리 몸에 정말 그런 기(氣)가 있으며 그러한 치료 행위가 건강회복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기(氣)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확실히 입증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런 기(氣)는 분명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동물들이 만물의 힘인 기(氣)를 탐지해 내는 예지능력을 보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배가 풍랑이 심하여 난파될 위기에 처하게 되면 쥐들이 제일 먼저 사라진다고 한다. 광부들도 깊은 갱도에 들어갈 때면 유독가스 탐지를 위해 새들을 데려 간다고 한다. 가로수 잎에 붙어사는 흰불나방은 비가 오기 전에 빗물에 씻겨 내려가지 않기 위해서 나무 밑동으로 피신을 하며, 개미는 비가 올 징조를 느끼게 되면 안전한 나무 위로 올라서 빗물을 피한다고 한다. 이 같은 동물들의 예지능력은 오래 전부터 잘 알려져 왔다. 예를 들면, 기원전 373년 그리스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족제비와 뱀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지진 지역을 피신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같은 동물들의 신통한 예지 능력에 대해 설명하는 몇 가지 가설이 있다.


첫 번째 가설은 동물들이 들을 수 있는 가청 능력이 사람들보다 훨씬 더 예민하다는 주장이다. 동물들은 지진이 발생하기도 전에 땅 속에서 요동치는 초음파를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 사람들은 주파수 16 헤르츠(Hz)부터 들을 수 있는데, 동물들은 그보다 낮은 8 헤르츠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서 지진파를 미리 알 수 있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 가설은 지진이 발생할 때 생기는 기체가 동물들의 심리적 상태를 자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진이 일어나게 되면 지하수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전기 기체가 발생하는데, 이 기체가 지표면과 만나서 구름을 만들게 된다. 이 때 세로토닌이라는 신경 호르몬 작용으로 동물들은 생리적 또는 심리적으로 불안을 느끼게 되고 그 결과로 이상 행동을 하게 된다는 가설이다.


세 번째는 지진 때문에 생기는 지구 자장(磁場)의 변화를 예민하게 느끼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과거에 스리랑카에서는 지진 해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지만 코끼리, 멧돼지, 토끼, 원숭이와 표범들은 해일이 육지를 덮치기 전에 미리 높은 지대로 피신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들로 미루어 볼 때, 사람은 동물에 비해 물리적 자극에 반응하는 민감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는데, 현대 양자 물리학이 이런 주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양자 물리학 이론에 의하면 현재의 과학적 방법으로는 우주에 있는 수많은 존재들을 모두 측정하기는 불가능 하고 극히 일부분의 존재만 측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얼마 전만 해도 존재는 하고 있어도 측정할 수 없었던 것이 95% 정도나 되었고, 존재한다고 믿는 것 중에서 겨우 5%만 만지고, 보고, 듣고, 측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양자 물리학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입증이 안 되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제는 측정할 수 없는 존재들도 무수하게 많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까지 기(氣)의 존재 유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기(氣)의 개념은 중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철학적 이론의 핵심 공리다. 기(氣)는 객관적 존재로서 형태가 있는 모든 물질의 근원이 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기(氣)는 공간의 도처에 널리 가득 차 있으며, 견고한 물체로 응축된 묽고 감지될 수 없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기(氣)는 공허하여 어떤 형체도 없으나 언제나 형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동양의 기(氣)의 개념에 이제 현대 양자 물리학이 동의하기 시작하고 있다. 양자 물리학이 아직은 우주에 있는 수많은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기(氣)의 개념을 점차 과학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기(氣)의 개념을 잘 설명하고 있는 과학적 증거로 유명한 “관찰자 효과(observer effect)” 라는 실험이 있다.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과학자로 꼽히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파인만(Richard Feynman)은 실험을 통하여 우리 “마음”은 만물을 변화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냈다. 우리의 마음은 생각하고 바라보는 대로 물질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허공을 바라보게 되면 공기 중의 “빛 알갱이”들이 “고체 알갱이”로 변화하여 존재를 드러내 보이지만, 바라보지 않고 있을 때는 사방으로 흩어져 빛의 물결 자국만 남는다는 것이다. 내가 바라보게 되면 빛의 알갱이가 고체 알갱이로 변신하여 드러났다가 내가 바라보지 않으면 다시 빛의 물결로 퍼져서 드러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누구도 바라보지 않으면 즉 생각을 품지 않으면 공기 중에 물결로 흩어져 있다가, 바라보기만 하면, 즉, 생각을 품게 되면 단단한 고체로 변신하여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주의 만물을 구성하는 미립자가 흩어져 존재하다가, 내가 초점을 맞춰 바라보기만 하면 그것이 현실로 모습을 드러낸다는 놀라운 법칙을 발견한 것이다.


동양 불교의 인식론에 의하면,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만들어 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다. 인간의 마음 작용에 따라서 물질이 존재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개념을 서양 양자 물리학이 증명해 낸 것이다. 우리의 뇌는 초당 4,000억 비트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일반인들은 기껏해야 2,000여 개의 정보밖에 처리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명상, 수행, 기도 등과 같은 특별한 영성 기법을 개발해 방대한 신경망을 통합시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미지의 영역인 무수히 많은 새로운 존재의 세계를 인식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한국의 어느 물리학자가 백두산 천지에 있는 물의 압력을 계산하여, 한국인은 그 만큼의 엄청난 수압을 받고 살아가는 기(氣)가 무척 강한 민족이라고 주장한 바가 있다. 이런 생각들이 사실이라면 과거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나눴다는 농담의 의미도 다시 한 번 분석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서산대사가 집필한 설봉산 석왕사기(雪峯山 釋王寺記)에 보면, 무학 대사와 태조 이성계와의 유명한 대화가 있다. 이성계가 무학 대사에게 농담으로 “스님은 이제 보니 꼭 돼지 같이 생겼습니다”고 말하자, 무학 대사는 호탕하게 웃으며 “처사님은 부처님 같이 보이십니다”라고 이성계에게 덕담을 했다고 한다. 이성계가 놀라 무학 대사에게 “나는 대사를 마치 돼지 같다고 놀렸는데, 대사는 어찌 나를 부처처럼 보인다고 말씀을 하십니까”하며 까닭을 물으니,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佛眼見惟佛),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는(豕眼見惟豕) 법입니다“라고 응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만약 이성계가 농담으로라도 대사를 돼지로 보려고 했다면, 이성계는 대사를 돼지로 보려는 마음으로 기(氣)를 그렇게 모았을 것이다. 그리고 대사도 역시 이성계를 정말 부처로 보려 했다면 대사도 부처 같은 마음으로 기(氣)를 모아서 이성계를 그렇게 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이런 가설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관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기(氣)의 효과를 더욱 과학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생기게 된다. 화를 잔뜩 내며 상대방에게 듣기 싫은 말을 퍼붓는데, 상대방은 이에 아무 대꾸도 없이 무반응으로 일관했다면, 양자 간에 미치는 손익계산은 참으로 흥미있게 느껴진다. 항상 화(火)라는 기(氣)를 발산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마음의 건강 점수가 0점일 것이고, 아무런 반응도 없이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50점짜리, 긍정적인 기를 발산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100점짜리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늘 화(火)를 내며 사는 사람이 건강상 얻을 수 있는 점수는 사실상 마이너스( - ) 점수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관계를 깨닫게 되는 순간 우리는 천지인아(天地人我) 모든 대상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의 기(氣)를 발산하면서 살아야 건강과 행복이라는 기(氣)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게 된다.


종교인들이 소망을 빌며,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마음을 기(氣)라 한다면, 그 기(氣)가 신(神)에게 전달되고 신(神)은 다시 기(氣)를 통해 그에 맞게 응답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님들의 밝고 인자한 모습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착한 마음씨를 가진 친구의 얼굴색이 왜 그렇게 편안해 보이고, 범법자들의 얼굴 모습이 왜 그렇게 험하게 보이는 지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과 얼굴 표정을 보면 그의 마음의 상태가 건강한지 병이 들어 있는지를 읽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모습을 보면 그의 마음을 비춰 주는 거울을 보는 것과 똑 같기 때문이다. 이제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의 얼굴은 예뻐지고, 미워하는 것을 일삼는 사람의 얼굴은 흉해 보일 것이라는 믿음은 이제 사실로 믿을 만하다. 사람은 40대 이후의 자기 얼굴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 미국 전 대통령 링컨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항상 상대방에게 진정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친절을 베풀고, 예의를 갖추어 감사해 하고, 웃어른들에게 겸손한 마음을 표하는 예의는 모두 겉으로는 상대방에게 좋은 기(氣)를 주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사실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그런 기(氣)를 만들며 살아가는 본인 자신이다. 항상 좋은 기(氣)를 모으려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준비하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과 상대방과 나 자신(天地人我)에게 늘 건강한 기(氣)를 전달하려 애쓰는 삶의 태도는 그래서 엄청난 수지맞는 장사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수지맞는 장사는 내가 나에게 전하는 긍정적인 마음의 기(氣)일 것이다. 원가도 들지 않고 평생토록 무료로 그것도 무한정 공짜로 쓸 수 있다. 그냥 좋은 기(氣)를 만들려고 노력만 하면 된다. 오늘도 내일도 내가 건강하게 살아갈지의 문제는 내가 사랑의 기(氣)를 만들면서 살아갈지 아니면 미움의 기(氣)를 만들면서 살아갈지 하는 내 마음의 결정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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