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3-06-19 12:30:03
  • 수정 2023-06-19 12:40:48
기사수정



경상도 사나이의 대표적 특성은 말수가 적은 과묵한 성격이라 한다. 그래서 아내를 사랑해도 평생 동안 사랑한다는 말 한번 못한다고 한다. 이런 경상도 남자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은 대체로 칭찬, 벌, 무관심 등이다. 이런 세 가지 조건 중에서 어떤 조건이 효과가 높을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칭찬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가 크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처벌과 무관심의 방법 중에서 어떤 방법이 더 효과가 좋을까? 정통 이론에 의하면, 벌이 두 번째로 효과가 있으며, 가장 나쁜 방법은 무관심이다. 사회적인 관계가 있으면서도 무관심하게 되면 벌이나 잔소리로 소통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 벌과 잔소리는 상대방에게 관계를 갖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무관심과 무반응은 그러한 마음조차 없어 상대에게 전혀 관심이 없음을 암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꾸준히 소식을 전달하는데도 상대방이 계속 무반응으로 일관하면 소통하고자 하는 상대방은 관심이 없다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기에 상대방에게 무관심한 것은 사회적인 관계를 가장 나쁘게 만드는 행동이 된다. 상대방과 친하기 위해서는 나와 같은 공통점을 찾고, 멀어지려면 차이점을 찾으면 된다. 이와 같이 칭찬하는 방법이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데 가장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학술적으로 처음 제기한 연구는 이제 25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그런 연구를 시작하게 된 사건은 겨우 5살에 지나지 않은 어린이가 열심히 잔디만 깎고 있는 아빠에게 던진 말 한 마디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1997년은 심리학의 연구 방향을 크게 바꾸는 중요한 사건이 벌어진 해다. 펜실베니아 대학 심리학과의 유태계 교수였던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의 다섯 살 딸 “니키”가 던진 말 한마디가 심리학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가 어느 날 정원에서 분주하게 잔디밭을 깎고 있는데, 그의 어린 딸 니키는 잡초를 뽑아서 하늘에 높이 던지기도 하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면서 즐겁게 놀았다. 딸의 이 같은 모습에 짜증이 났던 아빠는 “조용히 못 해!” 하고 고함을 지르자, 니키는 깜짝 놀라서 울상을 하며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빠와 딸의 이러한 상황은 누구에게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딸 니키는 잠시 후에 다시 정원으로 나와서 조용히 아빠에게 다가 와 말했다. “아빠, 드릴 말씀이 있어요. 아빠는 제가 다섯 살이 되기 전까지 어떠했는지 기억하세요? 그 때는 정말 말릴 수 없는 심술꾸러기 울보였잖아요. 난 날마다 징징거릴 정도로요. 그래서 다섯 번째 생일 날 나는 다시는 절대 징징거리며 울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어요.


그런데 그 결심은 지금까지 내가 결심했던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거든요. 그렇게 힘든 결심을 내가 해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아빠도 이제는 나에게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일은 그만 둘 수 있잖아요?”


다섯 살에 지나지 않은 어린 딸이 그도 미처 몰랐던 아빠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 낸 것이다. 그는 당시에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그 아이가 갖고 있는 단점만을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는 크나큰 깨달음을 받았기 때문이다. 니키는 스스로 해낼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아버지로서 할 일은 니키의 조숙함을 발견하여 그것을 장점으로 개발해 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이의 삶의 밑거름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자신의 강점을 완벽하게 개발해 준다면 그런 것이 자신의 약점이나 험난한 세상살이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그는 미국 심리학회 회장으로 1998년 신년사 연설에서 회원들에게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삶에 대한 연구는 이제 그만 하고 일이 잘 풀릴 것 같아 보이는 사람들에게 연구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와 더불어 “긍정심리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기초 이론을 발표(2000)하면서 그 이론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사실 심리학의 연구 역사로 볼 때, 그간 인간의 부정적인 면에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 정신질환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이미 기원전 5세기 히포크라테스 시대 이래 심리학의 주요 주제였다. 특히 프로이트와 같은 정신분석학자들 때문에 마음의 부정적인 측면에만 몰입하는 경향이 강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심리학은 사실 크게 두 가지 사명이 있었다. 첫째는 모든 세상 사람들이 생산적이고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이고, 둘째는 사람의 재능을 찾아내고 그것을 기르는 것을 돕는 일이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심리학은 인간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균형 있게 다루었다. 하지만 제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이러한 심리학의 균형적인 연구의 흐름이 깨어지면서 급격하게 부정적인 측면에 치우치게 되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로 전쟁 피해자들과 상이용사들을 후원하기 위해 병리학적인 치료에만 집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긍정 심리학은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 잡아서 미국인 간에 만연했던 질병모델 가설에 도전할 기회를 갖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에 쏟아왔던 관심을 긍정적인 측면에도 쏟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인간의 긍정적 측면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계기가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같은 흐름보다도 훨씬 오래 전부터 죄인들에게도 긍정적인 칭찬을 일상화 하며 살아가는 원시 부족이 있어 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프리카 남쪽 잠비아 북부 고산지대에 살고 있는 인구 15만 명 정도의 바벰바(Babemba) 부족에 대한 이야기다. 이 부족은 사람들이 죄를 짓게 되면 다음 날 그를 넓은 공터로 불러낸다. 그리고 죄를 지은 사람을 온 마을 사람들이 둘러싼 뒤 한 명씩 나와 그에게 평소에 해왔던 칭찬을 한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칭찬을 해야 한다. 그렇게 칭찬을 한 뒤에 큰 잔치를 벌인다. 죄를 지었던 사람에게 “너는 순간 죄를 지었지만 본성은 착한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칭찬으로 알려주고, 이제부터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로 잔치를 열어 축하해 주는 것이다. 이런 의식 때문인지 이제 바벰바 부족은 죄를 짓는 경우가 흔치 않아 잔치를 벌일 기회도 별로 없다고 한다.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재미있는 야사가 생각난다. 어느 날 이성계가 도봉산 어느 절에 기거하며 지내고 있는 무학대사를 찾아 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눈 적이 있었다.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대사님은 꼭 돼지를 닮으신 것 같소”하고 말하니, 대사는 이성계에게 “전하께서는 부처 같아 보이십니다”라고 응대했다고 한다. 돼지의 눈에는 모든 것이 돼지 같아 보이지만(猪眼觀之即猪), 부처님의 눈에는 모든 것이 부처로 보인다(佛眼觀之即佛)며 뼈가 있는 농담으로 응대했다고 한다. 이성계는 돼지와 같은 눈으로 대사를 보았고, 대사는 부처님 같은 눈으로 대사를 봤으니 자기가 한 수 더 위에 있다는 뜻이다.


이 처럼 평상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살아간다면 삶의 과정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일어난다. 켄터키 대학 대너(Deborah Danner)라는 교수는 180여 명의 수녀들에 대한 연구에서 30~40년 전 입회식을 할 때 작성했던 글에서 긍정적 정서를 분석해 보았다. 그런 후에 그 시절에 입회식에서 긍정적 정서를 기록했던 수녀들의 수명이 평균 9.5년이나 더 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일대학의 공중보건학과 레비 (Becca Levy) 교수팀은 오하이오 주민 660명을 대상으로 노화현상에 대한 인식도를 23년 동안 추적조사 했다. 자신의 노화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진 노인은 일반인에 비해 7년 6개월이나 더 오래 장수했으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노인은 해마 축소 속도가 일반인에 비해 3배나 더 빨랐다. 해마(海馬)는 측두엽에 있는 뇌의 한 영역으로 단기기억을 담당하는데, 이 해마가 망가질 경우 건망증이 심해지면서 알츠하이머와 같은 치매질환에 걸리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견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은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데, 이와 같은 긍정적 사고는 금연과 운동을 하는 것보다도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셀리그만에 의하면, 1900년부터 1984년도까지 미국 대통령 후보의 지명연설에서 나타난 후보자들의 비관성과 낙관성 수준을 측정해 본 결과 낙관적인 연설을 했던 후보가 22번 중에서 18번이나 대선전에서 승리했다고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할 뿐만 아니라 건강과 수명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상황에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금연과 운동을 하는 것보다도 더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살아가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 인간은 본래부터 불만족의 DNA를 가지고 태어나서 채우고 또 채워도 절대로 만족하지 못한다. 현재 조건에 대해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처음부터 없기 때문에 언제나 불만과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더욱 더 많은 욕심을 바라며 살아간다. 결국 매사 불만만 가득하고 걱정만하는 생활에 익숙해져서 감사하는 긍정적 마음을 가질 수 없게 된다.


불만에 꽉 찬 마음의 브레이크를 밟고 만족의 가속페달을 다시 밟지 않으면 절대로 만족한 생활을 하기 어렵다.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돼도, 돈 많은 재벌이 돼도, 대통령이 돼도 절대 만족하지 못한다. 티베트라는 나라의 속담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 있다. 정말로 걱정을 한다고 해서 걱정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좀 어색하더라도 살아가면서 매사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다 보면 결국 만족한 행복의 길이 열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긍정적 마음을 갖는 연습이 바로 마음의 수양이고 수련이고 삶이다. 현재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사람이 그래서 세상에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1529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기구독
교육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