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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무너진 시진핑의 리더십, 갈길 잃은 中외교 - 美, 폭발물처리반 투입해 '中정찰풍선' 잔해 수거 - 미ㆍ중 관계 회복을 막으려는 중국 군부의 ‘의도’? - 곤혹스러운 시진핑. 마땅히 쓸 카드가 없어
  • 기사등록 2023-02-09 06: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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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폭발물처리반 투입해 '中정찰풍선' 잔해 수거]


알래스카에서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8일간 미국 영공을 횡단한 중국의 ‘스파이’ 풍선이 지난 4일 미 공군의 F-22 랩터 전투기가 발사한 한 발의 에임(AIM)-9X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에 격추됐다.


▲ 미 해군은 7일(현지시간) 폭발물처리반(EOD) 소속 장병들이 지난 5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앞바다에서 중국의 고고도 정찰풍선의 잔해를 수거하는 사진을 공개했다.[사진=미 해군]


이어 미 해군은 7일(현지시간) 폭발물처리반(EOD) 소속 장병들이 지난 5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앞바다에서 중국의 고고도 정찰풍선의 잔해를 수거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찰풍선 수거를 통해, 중국의 첩보 능력 수준에 대한 미 정보기관의 이해도가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왜 하필 이 시점에 정찰풍선을 보냈을까?]


중요한 것은 중국의 정찰풍선이 왜 하필 미중간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총력 외교를 펼치고 있는 이 시점에 나타났는가 하는 점이다. 2월 5~6일로 예고됐던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訪中)은 시진핑 3기 출범을 앞두고 중국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외교의 장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블링컨 장관은 시진핑 주석과의 면담도 예정되어 있었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지난해 11월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인도네시아의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합의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 측은 블링컨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에서 돌파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현상 유지’의 여건은 조성되기를 기대했다.


사실 시진핑 주석은 3기가 공식 출범하는 3월의 양회를 앞두고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려고 했다. 그래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과감하게 폐기하면서 민심을 달래고, 동시에 경기 회복을 꾀하는 분기점으로 삼으려 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대미관계 개선이었다. 그래야만 갈수록 공고해지는 미국ㆍ유럽ㆍ아시아 국가들의 반중(反中) 동맹 기세를 꺾을 수 있고, 또한 미국의 강력한 대(對)중국 반도체 부품ㆍ장비 수출 통제 정책을 누그러뜨리려 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국립대의 자이안 총 교수는 “중국 지도부는 블링컨의 직접 대화를 기대하고 있었고, 시진핑으로선 이 방문이 이뤄지기까지 모든 과정이 순조롭기를 원했을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이렇게 중차대한 시점에 완전히 재를 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블링컨 장관 방중 직전인 1월 28일 미국 알래스카 영공에 중국의 ‘스파이’ 풍선이 목격됐고, 결국 블링컨은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여기서 정말 중요한 의문이 생긴다. 왜 하필 이렇게 외교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중국은 그야말로 무모하게도 정찰 풍선을 미국 영공으로 보내서 이러한 파문을 일으켰을까 하는 점이다.


[시진핑의 리더십이 무너졌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세계는 시진핑 정부와 안보 담당 기구 내 의사소통과 통제가 일관적이지도 못하고, 기능적이지 못하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도 6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은 하나의 잘못된 움직임이 우발적 충돌로 번질 수 있는 국제정치적 기류에서 중국이 어떻게 파워를 행사하는지에 대해 우려를 초래한다”며 “중국의 풍선 논란으로 시진핑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 주석은 그동안 여러차례 리더십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자신의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웠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광범위한 저항에 부딪치면서 아무런 준비작업도 없이 덜컥 취소하면서 문제를 일으켰고, 세계의 공적(公敵)으로 떠오른 러시아의 푸틴과 ‘제한없는 파트너십’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중국 외교를 고립시켰다. 여기에 홍콩ㆍ신장위구르 지역에 대한 탄압적인 조치로 서방의 눈총을 샀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찰풍선 문제로 대미(對美) 관계 해빙(解氷)을 위한 절호의 기회마저 놓쳐버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를 지냈던 수전 셔크는 “이 풍선은 국내외적으로 중국에 큰 피해를 줬다”면서 “(이 풍선은)시진핑의 능력과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NYT에 지적했다.


셔크 전 차관보는 이어 “과거에는 중국 정부가 경제발전을 최우선에 두면서 각종 이슈에 유연하게 대응했으나, 시진핑 집권하의 지난 몇 년간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예측가능성이 낮아져 모두가 ‘위험한 상황’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진핑이 권력의 정점(頂點)에 있어야 할 이 때에 이런 일련의 부정적 피드백(feedback)을 받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라고 진단했다.


[혹시 군부의 공작은 아닌가?]


이런 측면에서 의심이 가는 것은 이번 정찰풍선 사건이 미ㆍ중 관계 회복을 막으려는 중국 군부의 ‘의도’는 아니었는지에 대한 것이다.


인민해방군(PLA) 지도부가 이렇게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스파이’ 풍선을 날려보내는 일을 당 지도부와 사전에 조율했는지, 아니면 양국 관계를 해빙하려는 시진핑의 노력을 저해하려 의도적으로 저지른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의 리콴유 스쿨 교수인 드루 톰슨은 “시진핑이 모르게 이뤄졌다면 이런 것을 예방하려는 국가안보 조율 과정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MIT 공과대학 중국군사전문가인 테일러 프레블 교수는 “중국 지도부가 만약 풍선이 미국으로 가는 것을 알았다면, 블링컨의 방문을 앞두고 사전에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중국은 정치적 여파를 예상 못했거나 이에 무관심했을 수 있고, 아니면 외교 일정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랫동안 계획해온 사안을 그저 예정대로 실행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 미국 국방부 관리인 드류 톰슨 싱가포르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선임연구원도 “(풍선사건으로)중국의 의사결정에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났다”면서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 이런 일은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중국이 민첩한 결정을 하기 어렵고, 위기가 진화하는 동안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중국과의 노력에 좋지 않은 징조“라고 우려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방만해진 관료주의가 전세계로 날려 보낸 이런 고(高)고도 열기구(熱氣球)의 위치 추적에도 실패하고, 언제 어디서 ‘불가항력’적으로 의도치 않게 나타날지 예고조차 없을 정도로 해이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런데 서방의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점은 중국 군부의 저의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시진핑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에 미국에서 발견된 정찰풍선은 중국인민해방군의 미사일 부대인 로켓군이 운영한다. 지금 중국외교부가 해명하는 대로 단순한 기상풍선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데 중국의 군부는 미중간 충돌이 격화될 때 군사력도 키을 수 있고 비로소 힘도 얻을 수 있다. 중국 군부는 그동안 미중간의 극적인 화해를 방해하는 그런 일들을 벌인 적이 있다.


지난 2011년 1월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당시 후진타오 주석을 만나기 불과 수시간 전에, 중국 군부는 J-20 스텔스 전투기의 첫 테스트 비행을 돌연 공개했다. 이에 게이츠 장관이 후진타오에게 J-20 테스트 비행 의도에 대해 질문했지만 정작 그 중요한 정보를 후진타오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확실히 게이츠의 방중을 방해하려는 군부의 공작이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2007년 1월에도 중국 로켓군은 위성 파괴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사실을 중국 외교부는 수일 간이나 전혀 모르고 있었고 그래서 논평도 내지 못했다. 비밀을 중시하는 PLA 지도부가 당시 주석인 후진타오에겐 이 사실을 보고했지만, 다른 부처와는 정보 공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NYT는 이에 대해 “미ㆍ중 관계에서 심각한 위기 상황이 발생해 급속히 전개되는데, 중국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가 불투명하고 중국이 효과적으로 외부와 소통할 수 없다면 이는 다른 나라들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더더욱 의심이 가는 것은 이번 정찰풍선 사태에서 미중 양국간 핫라인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말로 정찰풍선의 미국 영공진입이 실수였다면 시진핑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 실수라면서 양해를 구했더라면 쉽게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애미 B 제거트 후버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NYT에 “중국 내에서 누가 누구에게 얘기하는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아직도 혼선 보이는 중국]


중국의 정찰풍선이 격추되고, 또 미 해군에 의해 수습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국방부는 격추를 “과도한 대응”이라며 “중국은 비슷한 상황에서 필요한 수단을 취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중국은 '정찰 풍선' 격추 논란을 확대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현재로서는 정작 ‘현행범’으로 붙잡힌 중국이 큰 소리를 칠 분위기가 아닌데다 미 의회의 대(對) 중국 매파들에게 강력한 탄약을 넘겨줬기 때문이다.


곤혹스러운 것은 시진핑이다. 최소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양국 관계를 진정시켜야 하는 과제가 눈앞에 놓였는데, 문제는 마땅히 쓸 카드가 없어서다. 이래저래 시진핑은 이렇게 궁지에 몰려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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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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