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2-12-15 07:06:08
기사수정


▲ [사진=Why Times]


젖소 목장에서 젖소에게 음악을 들려준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동물이니까 음악에 충분히 반응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얼마 전 전통 막걸리 제조 공장에서 효소에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어 막걸리가 더 잘 익게 한다는 뉴스를 들었다. 뿐만 아니라 과수원에서도 상쾌한 음악을 들려주면 튼실하고 맛있는 과일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동물은 그렇다 해도 식물도 음악에 반응을 한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오래 전에 범죄 수사에 관한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 완전 범죄의 미궁에 빠졌다. 살인 사건을 목격한 현장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식물학자의 조언에 따라 수사 선상에 있었던 혐의자를 한 사람씩 사건 현장에 대동하고 가서 현장에 있던 난초의 반응을 관찰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혐의자에게만 특이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혐의자 앞에서는 잎의 구멍을 활짝 열어 정상적으로 동화작용을 했으나 이 특정 혐의자 앞에서는 산소 구멍을 닫아버리는 현상을 관찰하고, 살인범을 특정할 수 있게 되었다. 범인을 찾아낼 수 있는 단서를 난초가 알려준 것이다.


식물도 생명체이므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환경에는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그렇지 않은 환경에는 부정적으로 반응하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집안에서 키우는 화초에게도 정성껏 사랑을 주면 잘 자라지만 늘 부정적인 태도로 대하면 잘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미국의 중앙정보국 거짓말 탐지기 전문가였던 백스터(Cleve Backster)1960년대에 식물의 잎을 자르려고 가위를 대면 검류계의 전류 흐름이 빠르게 변하는데, 자르려는 시늉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식물도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음을 밝혀냈다.


한국의 농업진흥공사에서도 이와 관련된 많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쪽 방에 있는 뽕나무를 막대기로 두드리면 옆방에 있는 뽕나무 역시 같이 아파한다. 이는 저쪽에 있는 뽕나무가 이쪽 뽕나무와 아픔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쪽에 자극을 줄 때만 저쪽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으로 흥미로운 현상은 뽕나무가 다 똑 같이 아픔을 함께 하는 것이 아님이 밝혀졌다. 저쪽 방에 있는 뽕나무 중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뽕나무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사람에 따라 슬픈 장면을 보고 슬피 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덤덤한 사람도 있는 것처럼 나무도 유달리 감성이 예민한 것이 있는 것 같다.


뽕나무 잎을 자르거나, 잎에 불을 붙이거나, 두드리거나, 바람을 불어 주면 반응을 한다. 잎을 건드리면 손을 멈출 때까지 몇 십 분이고 계속 전압이 요동을 친다. 그런데 선풍기 바람을 불어주면 뽕나무는 약 2분 정도만, 쪽파는 1분 정도만 반응한 후 곧 평상을 되찾아 조용히 안정을 찾는다. 손장난과 자연적인 바람을 구별할 줄 아는 것이다. 만일 바람의 흔들림에도 계속 손장난을 치는 것처럼 반응한다면 하루 온 종일 바람이 부는 한라산 꼭대기에서 자라는 식물은 온 종일 지칠 때까지 바람에 반응하며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식물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


미나리와 오이도 음악을 듣는다. 조용한 상태에서 5분 정도 있다가 음악을 들려주면 전류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미나리와 오이 같은 식물은 음악 효과가 커서 진폭이 크게 나타나며, 음악을 끄면 한 동안 전류의 여진도 남는다. 감미로웠던 느낌이 한 동안 가슴 속에 맴도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런데 양파와 쪽파는 전기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음악의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쪽파는 전압의 변화를 측정할 수 없지만, 음악을 들려주면 신기하게도 무게가 31% 정도 더 무거워진다. 이런 결과를 추측해 보면 우리는 아직도 쪽파가 음악에 반응하는 음역을 확실히 알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이 든다.


멜로디라는 물리적 자극은 세포막을 떨게 하고, 이는 다시 안쪽에 있는 세포막에 전달되고, 차례로 세포의 액체인 세포질을 떨게 한다. 그래서 음악을 들려주면 세포질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음악은 세포를 물리적으로 자극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세포를 만드는 단백질에도 자극을 준다는 주장이 있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스테른 나이멜은 단백질 음악론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다. 음악은 가축과 식물의 성장을 도울 뿐만 아니라 아미노산과 공명을 일으켜 영양가 높은 우유와 계란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우리는 동물과 식물마다 좋아하는 고유의 진동수를 알아내야 한다. 아미노산은 그 종류에 따라서 고유의 진동수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에 해당하는 음악을 들려주면 아미노산을 공명시킬 수 있다. 아직 우리는 아미노산의 공명소리를 들을 수 있는 범위 밖에 있어서 그 소리를 들을 수는 없다. 그러나 동식물에게 맞는 진동수 음악을 들려주게 되면 음악의 효과로 아미노산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 음악이 약과 같은 치료적 효과가 있는 것처럼 식물과 동물의 성장과 질병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음악 요법이 유용하게 쓰일 날이 오리라 기대된다.


어떤 것이 유용한 음악인지를 구별 하는 기준은 들어서 기분이 좋은 것일 것이다. 빵을 발효시킬 때는 베토벤의 어떤 음악을, 술을 빚을 때는 모차르트의 어떤 음악을 들려주는 식으로 하면 더 맛이 있고 영양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음파를 통해 반죽 속의 물 알갱이를 잘게 쪼개서 골고루 잘 퍼지게 단백질 효소를 활성화 시켜 주기 때문이다.


슈퍼마켓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키운 농산품을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른바 동식물의 그린 음악매뉴얼이 등장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키운 제품이 진열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농약만큼 중요한 그린음악 농법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 아직은 정신 나간 사람의 잠꼬대라고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농약을 사용한 식품보다는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자란 자연산식품을 찾는 것과 같다. 내 생전에 베토벤의 교향곡을 듣고 자란 밥에,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을 듣고 자란 김치를 골라서 먹을 날이 올 것이다. 이 때 쯤 되면 들에서 자라는 곡식과 야채들이 서양의 클래식 음악을 좋아할지 아니면 한국 전통 가요를 더 좋아할지도 판가름 날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음악 산업이 다시 한 번 흥행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1370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기구독
교육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