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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란, 사우디 공격하나? 위기에 빠진 중동 - "'이란이 곧 사우디 공격' 첩보에 사우디·미국 초긴장" - 이란, 히잡시위 배후에 미국과 사우디가 있다고 주장 - 관계 틀어졌던 미국과 사우디, 복원 가능성도
  • 기사등록 2022-11-03 06: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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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곧 사우디 공격' 첩보에 사우디·미국 초긴장"]


히잡시위로 정국이 혼돈 가운데 빠져 있는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을 곧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이란이 자국 내 반정부 시위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어 사우디 측이 미국에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이란이 자국 내 반정부 시위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어 사우디 측이 미국에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첩보와 관련해 “사우디, 미국, 그리고 중동 지역의 다른 이웃 나라들은 군의 위기대응태세를 격상했다”면서 “공격 대상은 사우디 내 에너지 기반 시설과 미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 쿠르디스탄 지역의 에르빌로 지목되며, 세부 사항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WSJ은 밝혔다.


이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런 경고에 우려하고 있다”며 “만약 이란이 공격을 실행한다면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은 사우디에 F-22 전투기를 배치하고 있다.


NSC 관계자는 이어 “미국은 군과 정보 채널을 통해 사우디와 상시 접촉 중이며 이 지역에서 미국과 그 동반자들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사우디를 공격하려는 이유?]


이란이 갑자기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하려는 것은 일단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실제 이란내의 히잡 관련 시위가 사우디와 미국, 이스라엘의 선동에 의한 것이라 비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란은 지난 9월 하순부터 이라크 북부를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과 무장 드론으로 공격해 왔으며, 이 중 하나가 에르빌을 향해 날아가다가 미군 군용기에 의해 격추된 적도 있다.


또한 이란 측은 에르빌에 근거지를 둔 특정 집단들을 “이란 쿠르드 분리주의자들”이라고 칭하면서 이 집단들이 이란 내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자국내의 히잡시위의 배후로 사우디를 지목하면서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사우디가 '이란 인터내셔널' 등 위성 뉴스 채널을 통해 이란 시위를 보도하고 있다면서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살라미 사령관은 “이번이 우리의 마지막 경고”라며 최후통첩 성격의 입장을 밝혔다.


이란이 히잡시위의 배후중 하나로 지목한 '이란 인터내셔널'은 이란인들을 겨냥해 뉴스를 제작하는 방송으로 지난 2017년에 런던에서 설립됐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왕실과 연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지난 2019년에도 사우디의 석유생산 시설을 겨냥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한 바 있어서 이번에도 히잡시위 배후를 핑계로 또다시 사우디의 유전시설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물론 이란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관계 틀어졌던 미국과 사우디, 복원 가능성도]


사우디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첩보를 계기로 우선 사우디가 바짝 긴장하면서 그동안 관계가 소원해졌던 미국과 다시 화해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지난 2018년 10월에 발생했던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납치살해 사건으로 말미암아 급격하게 악화됐다. 미국은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사건의 배후라고 보지만 사우디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우디는 러시아와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면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지지율과 11월 중간선거 승패와 밀접하게 연관된 물가안정을 위해 지난 7월 사우디를 방문, 카슈끄지 살해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산유국 증산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은 이달부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인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을 결정, 사우디와 미국 간 관계 개선 기대에 찬물을 뿌렸다.


그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사우디 사이의 관계가 과연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백악관을 통해 밝혔다. 이는 미국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유가 상승을 유발하는 조치여서 미국의 현 집권당인 민주당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런데 이란의 사우디 공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사우디와 미국 사이의 군사·정보 협력이 중요해짐에 따라 최근 수년간 긴장상태였던 양국간의 관계가 호전될지도 주목된다.


[지금 이란에서는...]


그렇다면 이란은 왜 사우디를 공격하려는 불장난을 구상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그만큼 이란 국내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이란 군부의 강경한 경고에도 지속되고 있어서다.


CNN은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간) “이란 전역에서는 마흐사 아미니(22)의 죽음을 규탄하는 시위가 30일에도 곳곳에서 이어졌다”면서 “서부 사난다즈에서 시위대는 총과 최루가스를 동원한 당국의 진압에도 ‘자유’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나갔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이 반정부 시위대에 '최후통첩'을 내린 지 하루 만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살라미 총사령관은 전날 “시위대는 이제 거리로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오늘은 폭동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이란 당국이 강경진압을 예고했음에도 이제 7주에 접어든 반정부 시위는 계속되고 있고, 오히려 더 강력해지고 있어서 이란 정부도 당황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강경 대응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국내의 반발은 더욱 격화되고 덩달아 해외에서의 이란 당국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기 떄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0월 31일(현지 시각) 테헤란주 대법원장은 “최근 사태에서 보안관 공격 혹은 살인하거나 공공 재산 방화 등 사보타주 행위를 저지른 1000여명에 대해 이번주 공개 재판이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수도인 테헤란에서만 약 1000명의 시민들이 공개재판을 받을 예정이며, 그외 지역에서는 재판 대상 수는 1000명을 넘어서는데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는 보안군 공격, 살인, 공공재산 방화 등이다.


일부 시위 참여자들은 이미 재판을 통해 사형 선고를 받기도 했다. 22살 모하마드 고바들로는 ‘지상을 더럽힌 혐의(Corruption on earth)’로 구금되었는데, 단 한 번의 공판으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사법부는 아들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게 했고, 변호사들이 법정에 들어가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라며 “그들은 변호사 참관 없이 아들을 심문했고, 단 한 번의 심리 끝에 사형을 선고했다”고 주장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 휴먼 라이츠(IHR)에 따르면 지금까지 50개 이상의 대학에서 이 같은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이 단체는 지금까지 최소 200명이 시위와 관련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한 바 있다.


[국제사회의 공적(公敵)이 된 이란]


이란은 지금 국제사회의 빌런(Villain)이자 공적으로 등장했다. 이란 내 히잡시위에 대한 무자비한 강경진압에 이어 무기가 바닥난 러시아에 드론과 미사일들을 제공하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CNN은 1일(현지시간) 서방 소식통을 인용, “이란이 러시아에 올해 안에 지대지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비롯해 드론 등 1천기의 추가 무기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이어 “이는 이란이 러시아에 정밀 유도탄을 공급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의깊게 관찰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이와 함께 “새로 공급될 무기에는 450대의 드론도 포함됐다”면서 “이란제 드론은 러시아가 발전소 등을 포함한 핵심 시설을 타격하는 데 이용되며, 크기가 작아 탐지가 어렵고 정밀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층 위협적”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는 “지난주까지 300대가 넘는 이란제 드론을 격추했다”며 자폭드론을 활용한 민간 시설 등에 대한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을 규탄하고 있다.


또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0월 25일 “러시아는 4천500기의 미사일을 우리에게 쏘았고, 이제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며 “러시아는 다른 나라에서 동원 가능한 무기를 물색했고 이란에서 그것들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러면서 “러시아가 대가로 이란 핵 프로그램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물론이고 이란 정부 당국도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추락한 드론의 잔해는 ‘Made in Iran’임을 확연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들 나라들이 완전한 거짓말로 면피하려 한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이렇게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이란이 사우디에 대한 공격까지 감행한다면 그 다음 어떤 제재를 받게 될까? 악의 축 러시아와 이란이 그야말로 세계의 빌런으로 추락했음을 다시한번 확인해 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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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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