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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경제 위기가 비추는 中 '채무의 덫'" - "中, 스리랑카 등 개도국 대출 늘어나 세계 경제의 골칫거리" - 中, 아시아·아프리카 개도국에 대출해준 뒤 강한 영향력 유지
  • 기사등록 2022-08-22 13:47:57
  • 수정 2022-08-22 17: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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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반토타(스리랑카)=AP/뉴시스]스리랑카 항만 노동자가 지난 16일 스리랑카 함반토타 국제항에 정박하는 중국 연구선 위안왕5호를 환영하기 위해 중국 국기를 들고 있다. 이 배는 원래 8월11일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항구 기항은 인도가 제기한 보안 문제로 인해 연기되었다. 2022.08.22.


국가 부도 상황에 직면한 스리랑카를 포함해 중국의 개도국에 대한 대출이 늘어나 세계 경제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2일 보도했다.


개도국들이 중국으로부터 과다한 채무를 안고 상환이 막히면서 정치적 지배하에 놓이는 '채무의 덫'으로 불리는 상황이라, 미국과 유럽, 일본은 이를 강하게 비판하지만, 중국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개도국에 대한 과도한 대출 논란을 둘러싼 중국과 서방 간 신경전은 지난 7월 중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개도국의 채무 문제가 중요한 의제가 대두되면서 가열됐다.


당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을 향해 "스리랑카가 빚을 갚지 못할 것은 명백하다"며 "중국은 각국에 대한 채무재편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협조을 요청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로이터 통신을 인용, 당시 옐런 미 재무장관이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을 지목해 채무 문제를 풀도록 요구했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 측은 스리랑카에 바짝 다가서며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온라인판인 인민망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스리랑카가 안고 있는 어려움과 시련을 우리 몸처럼 느끼고 있다"며 경제 회복을 위해 지원할 뜻을 밝혔다.


다만 국가별로 대중(對中) 채무에 대해서는 "관계 금융기관이 스리랑카측과 협의해 적절한 해결을 찾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에 그쳤고, 구체적인 채무 재편에 대한 방향이 제시되지 않았다.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는 재무장관 회의 후 채무처리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신속한 행동을 하도록 다자간 협조를 환영한다며 각국이 연계해 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중요성을 지적했다.


각국이 스리랑카의 채무 문제를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채무의 덫'의 대표적인 사례로 세계에 알려지게 된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항구는 중동과 동아시아를 잇는 해상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한다.


스리랑카는 항구 건설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중국으로부터의 융자에 의존해 2008년에 건설을 시작했다. 항구 완공 후에도 가동률은 낮아 중국이 장래 군사거점으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인도 등에서 나왔지만 곧 현실이 됐다.


스리랑카는 중국 등으로부터 공항이나 도로 등 인프라 정비를 위해 고액의 융자를 받아 채무액이 팽창했지만, 상환이 막히면서 함반토타항의 운영권을 99년간 중국 기업이 맡기로 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주력 산업인 관광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외화 부족은 심화됐다. 더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세계적으로 치솟으면서 수지는 더욱 악화돼 지난 4월에는 대외채무를 갚지 못한 채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스리랑카는 중국 측에 최대 40억달러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뒤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는 스리랑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국가전략으로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내걸고, 아시아·아프리카의 저소득 국가에 대해 인프라 정비나 채굴 사업에 고액의 융자를 하는 식으로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은행의 국제채무 통계에 따르면 저소득국의 중국에 대한 채무 총액은 2020년 말 약 1700억달러가 됐다. 이중 아프리카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한다.


대출을 받은 개도국의 채무 상환에서 지금까지 주요 역할을 한 곳은 파리클럽(채권국 비공식 그룹)이었다. 채무 상환이 어려워진 채무국을 위해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 20여개국이 상환 가능한 형태가 되도록 조건 변경을 논의하는 비공식 기구다. 일반적으로 조건 변경에서는 채권국이 융자 감면이란 형태로 부담을 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중국의 개도국 대출 위상이 높아지면서 파리클럽도 흔들고 있다. 중국이 대출을 확대해 채권국이 된 것은 2000년대 이후로, 중국은 파리클럽 회원이 아니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중국은 채무재편에 대한 스탠스도 파리클럽과 다르다. 변제 기간의 변경에는 응하지만, 채무액의 감면을 단행하는 경우는 적다. 또 대출 상환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 신규 대출을 제안하기도 한다고 한다.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마이니치 신문에 "중국은 갚을 수 없는 나라에도 대출을 해 왔다. 빚을 탕감하면 중국 내에서 책임 문제가 된다. 중국이 협력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도국 채무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는 중국을 포함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G20으로 옮겨가고 있다. 2020년 11월에 G20과 파리클럽은 저소득국의 채무 삭감을 위한 '공통의 틀'을 설치하는 데 합의하고, 잠비아 등 3개국의 채무 정리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G20에서도 채무 문제 해결에 대한 길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틀 설치에는 합의했지만 채무재편에 대한 협의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스리랑카의 채무 문제도 이 나라가 중소득국에 해당하기 때문에 협의 틀에 포함되지 않아 논의도 진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시하마 도루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대출액은 다른 채권국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로 중국이 채무 처리에 협조를 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관계국이 모두 새로운 대출을 시키지 않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대응의 중요성을 지적하지만 심도 있는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마이니치 신문이 전했다.


마이치니 신문은 "그 사이에도 채무 문제를 안고 있는 개도국의 재정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면서 디폴트가 잇따르는 사태가 빚어지면 세계 금융시장의 파란 요인이 될 수도 있다. G20의 기능부전(機能不全)은 세계 경제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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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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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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