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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4-06 16: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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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제도가 창의성을 말살한다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는 얄팍하지만 거대한 거짓말
–영미권 애들 별로 창의적이지 않던데… 걔들은 그냥 ‘다양한 스테레오 타입’이 있는 것 같다
–창의성 운운하는 사람들이 실은 창의성 가진 인재를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 한국인의 창의성 부족은 특유의 파시즘적인 분위기 탓인지도 모른다

최근 자주 하는 생각인데, 한국의 교육제도가 창의성을 말살한다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는 얄팍하지만 거대한 거짓말이라 본다.


피교육자로 12년, 교육자로 8년을 지낸 결과로 말해보자면,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자체는 생각보다 교육의 본질에 잘 접근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생각을 하느냐를 정리해보면…


첫째로, 이런 이야기 하는 사람 중에 대한민국 교육과정을 제대로 들여다본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교육과정 자체는 좋다.


오히려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능력, 교육철학이 창의성을 말살하는 경우가 많으며, 아주 결정적으로 ‘밥상머리 교육’이 아이들의 창의성을 날려버리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둘째로, 교육제도로 말살당할 창의성이면 애초에 꽃피기도 힘든 수준이라고 본다.

대단한 창의성이나 혁신성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내 주변에 한국의 교육제도를 우수하게 클리어하고도 훌륭한 창의성을 가진 사람이 많지는 않으나 없지도 않다.

반면 한국의 교육제도를 우수하게 클리어하지 못한 채로 창의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20대 중반 이후 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셋째로, 외국에서 생활해본 것은 아니지만, 살면서 만난 영미권 애들도 크게 창의적이지는 않았다(…)


한번은 “어쩌면 영미권(특히 미국)에는 그냥 ‘다양한 스테레오 타입’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들이 쿨하거나 개성적일 순 있어도, 그들이 막 엄청난 창의성을 바탕으로 뭔가를 하는 애들은 아니었다.

애초에 조선반도 자체가 미국의 52번째 주 정도 되는 곳이라, 우리가 그들과 대단한 어려움 없이 어울려 놀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근본적으로 대단히 다르지 않은 인간이라는 증거라고 본다.


또한 딱딱한 교육제도를 가진 중국이 IT 괴물들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최소한 우리나라 인재들의 창의성 부족이 초중등 교육제도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이 섰다.


그럼 뭐가 문제인가.

생각해보면 교육과정보다는 사회 분위기 그 자체라고 본다.


조선사람들의 DNA가 만들어내는 특유의 파시즘적인 분위기 말이다.


외국에서 일해본 벗의 말에 의하면, ‘조선사람들이 일은 정말 빠르게 잘한다.’고 한다.


인류에게 공평한 것은 시간이니, 일을 빠르게 잘하는 만큼 잃어버린 것이 있을 테고, 그게 창의성 아닌가 싶은 거다.


근데 그 창의성이라는 게(…) 이 반도 안에서 대체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발휘된 적이 있던가.


조선반도 교육제도를 깔 때마다 등장하는 “여유로운 태도와 인문학적인 사고방식이 창의성을 길러낸다”는 낡은 결론들을 보면 답답함을 느낀다.


인문학적인 사고방식으로 여유를 즐긴 게 결국 조선시대 양반들인데, 그들이 대체 어떤 창의적인 결과를 발휘했나 싶은 거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조선반도 최고의 전성기를 이끌어낸 것은, 창의성이 아니라 프로테스탄트적 근면함과 상명하복식 자기 절제였다.


또한, 창의성 운운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창의성을 가진 인재를 두려워하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순간들이 있었다.


쉽게 말해, 그들은 ‘교육이 창의적 인재를 죽인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창의적인 인재였다’고 주장하고 싶거나, ‘자신이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쪽이었다.


결정적으로 창의성은 언제나 결과로 증명된다(…)


나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생각은, 결과가 없으면 창의성이 아니라 단순한 몽상에 불과하다.


내가 살면서 가장 경계하는 것 중 하나는, 생각만 하고 실천으로 옮기지 않는 일이다.

결과가 없는 창의성은 자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특히 결과중심주의를 비판하며 창의력을 논하는 사람은, 모피를 입으며 동물권을 주장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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