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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對中전략 공개한 美, 인도태평양 격랑 속으로... - 美블링컨, 대중국 연설서 45분간 작심 비판 - 미국의 경고, “중국을 바꾸겠다!” - 미국, “시간이 별로 없다” 경고도...
  • 기사등록 2022-05-28 20:33:26
  • 수정 2022-05-29 06: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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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블링컨, 대중국 연설서 45분간 작심 비판]


미국의 대(對) 중국 전략이 드디어 공개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한 45분짜리 연설을 통해 대(對)중국 외교전략 기조를 공개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작심한 듯 “중국이 국제사회의 법과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제 질서를 위한 비전 실현을 위해 베이징(北京) 주변의 전략 환경을 바꿀 것”이라 경고했다. 이는 한마디로 중국이 변하지 않는다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중국의 안보, 경제, 인권, 기술 등 분야에 대한 태도를 문제 삼으며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중국이 이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조목조목 비판하며 성토했다.


▲ [워싱턴=AP/뉴시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조지워싱턴대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대중국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의 대(對)중국 외교전략이 갖는 의미]


이날 블링컨 장관의 연설로 드러난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은 한마디로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내비쳤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대 중국전략에서 도드라지는 부분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배신감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중국이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이 처음 방문한 1972년만 해도 고립과 빈곤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놀라운 영향력과 야심을 가진 강대국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도움으로 WTO체제에 들어왔고 더불어 세계의 공장으로서 지금의 중국이 있도록 지원해 왔었는데 이젠 중국이 그러한 초심을 잊고 세계질서를 어지럽히는 주범으로 등장했다고 비판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구체적으로 “중국의 변화는 국제 질서가 제공한 안정성과 기회에 의해 가능했다”며 “논쟁할 여지 없이 지구상 어떤 나라도 이로부터 중국보다 많은 혜택을 누리진 않았다”고 평가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나 중국은 성공을 가능하게 한 법과 합의, 원칙, 기구를 강화하기 위해 힘을 사용하기보다는 이를 훼손하고 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하에서 중국 공산당은 중국 내에서 더욱 억압적이고, 해외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됐다”고 꼬집었다.


블링컨 장관은 또한 중국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에서 무한한 우의를 선언하는가 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 중이던 지난 24일 중국과 러시아의 폭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한 것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분노의 마음을 표했다.


미국의 대 중국정책의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는 바로 대만 문제였다. 이에 대해서도 블링컨 장관은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며 중국을 몰아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이라는 약속을 지키고 있고 변한 것이 없다”면서, “변한 것은 미국의 정책이 아니라 점점 대만에 강압적인 중국”이라고 비판했다.


다시 말해 중국이 대만에 대해 갈수록 방공식별구역 침범을 비롯해 대만해협 등에서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고 또한 대만과 다른 나라의 관계 차단, 국제기구 참여 봉쇄를 일삼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중국의 말과 행동이 지역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이 충분한 자위력을 유지하고 무력과 억압에 저항할 능력을 갖추도록 대만 지원 약속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와 함께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공격적이고 불법적인 활동에 계속 반대한다”면서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계속 비행하고 항해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중국의 신장, 티베트, 홍콩을 거론하며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곧 “중국은 미국 등의 서방세계가 지적하는 인권문제를 내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틀렸다”면서 “그러한 중국의 변명과 궤변은 중국이 지속해서 언급하는 유엔 헌장에 상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중국의 인권 문제를 감시하고 또 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중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미국은 이와 함께 “중국이 스파이, 해킹, 기술과 노하우 절취를 통해 군사 분야의 혁신을 발전시키고 감시 국가 체제를 강화한다”고도 지적했다. 중국의 사이버를 통한 범죄행위를 정면으로 지적한 것이다.


미국은 그러면서 경제분야에 대해서도 강력한 이의제기를 했다. 다시말해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은 조직적인 기술 강제 이전의 대상이 되지만 미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법치주의의 보호를 받아왔다”면서, “이런 상호주의 부족은 용납할 수 없고 지속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중국은 철강 분야에서 대규모 과잉 투자를 통해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자금이 부족하면 국영은행에서 수혈을 받는 행태를 보였다”면서 “태양광과 전기차 배터리에서도 마찬가지 모델을 적용하는데 이는 중국에 의존할 수 없는 핵심 분야”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의 이러한 반칙과 불공정 때문에 이로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동맹 및 우방국들과 규제를 하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중국의 이같은 불공정과 조작으로 인해 미국 노동자 수백만 명의 일자리를 희생시키고 전 세계 노동자와 기업에 해를 끼쳤다”며 “중국의 보조금, 시장접근 장벽 등 시장을 왜곡하는 정책과 관행을 떨쳐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명하게 대응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블링컨 장관은 또한 “인도태평양이 조약 동맹을 포함해 미국이 가장 강력한 관계를 가진 지역”이라고 강조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20∼24일 한일 순방이 중요한 안보동맹을 재확인하고 경제적, 기술적 협력을 심화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고, “중국을 바꾸겠다!”]


이날 블링컨 장관이 발표한 미국의 대 중국정책의 하이라이트는 중국을 확실하게 변화시키겠다고 선언한 대목이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중국의 경제성장을 봉쇄하거나 중국의 정치시스템을 바꾸려 하진 않을 것”이라 전제를 하면서도 “평화와 안보를 유지할 국제사회의 법과 기구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대목에서 미국의 대 중국전략의 핵심이 담겨 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중국이 궤도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자유롭고 포용적인 국제 시스템을 위한 비전을 발전시키기 위해 중국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아울러 “우리는 모든 범위의 문제에 대해 중국과 직접 소통을 늘릴 준비가 돼 있다. 그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실 블링컨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중국에게는 엄청난 압박이 될 수 있다. 시진핑 주석 치하의 중국이 스스로는 결코 변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이 어쩔 수 없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해서 기필코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야 말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블링컨 장관은 비록 “(미국이) 강대국으로서의 중국 역할을 막으려는 것도 아니고, 중국 경제 성장과 국민 이익 증진을 못하게 하려는 것도 아니다”라며 “중국을 비롯한 세계 모든 국가가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고 개인과 주권국가 권리를 보호하며 공존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이 말 속에 담긴 뜻은 사실 엄청난 비수를 숨기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더불어 “현재 외교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사안의 모든 범위에서 중국과 더 많이 직접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중국과 그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찌보면 블링컨 장관이 중국 당국에게 점잖게 충고했다고도 볼 수 있다. 미국이 외교적으로 접근할 때 잘 타협하여 온 세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중국도 나오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만약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지금과 같이 주변국을 위협하고 공격적 행동을 하면서 세계질서를 깨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미국은 결국 중국 주변의 동맹국들과 우방국들을 결집시켜 중국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도록 반드시 만들고야 말겠다는 엄포를 놓은 것이다.


[미국, “시간이 별로 없다” 경고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동안 유럽에 외교력을 집중했던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견제 고삐를 다시 바짝 죄는 것은 시기적인 절박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이 지역 패권 강화를 위해 노골적인 행보를 계속하는 상황에서 경제·안보 측면에서 사활적 이익이 걸린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개입을 더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오는 10월 열리는 중국의 당대회와도 연관이 있다. 블링컨 장관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10년이 매우 결정적일 것으로 본다”면서 “국내 및 세계 각국과 함께 취하는 조치가 우리의 비전이 현실화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향후 10년’이란 말을 중국에 대입해 본다면 시진핑의 3연임이 인도-태평양지역의 질서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국의 10월 당대회 이전에 중국이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도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고, 그래서 서둘러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면서 인도-태평양전략을 강화했고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미뤄진 대 중국전략도 서둘러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미국 내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동맹국과 결속을 강화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중국의 미래를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동맹이 핵심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동맹국들과의 공조는 중국의 미래산업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중국이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이미 지난해 9월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를 발족했고, 실질적 군사동맹인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중국 견제 협의체) 체제 강화에 나섰으며 여기에 경제동맹체인 IPEF까지 출범하면서 안보 및 경제분야에서 중국 봉쇄에 나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중국에게 숨통을 열어주었다. “모든 종류의 현안에 대해 베이징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말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중국내 반 시진핑파, 대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중시하고 ‘유연한 리더십’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리커창 파에게 외교적 창문을 열어 둔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즈음에 중국내에서 돌연 리커창 대망론이 나오고 있고, 그러한 흐름에 미국이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는 점을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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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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