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결국 국가부도로 가는 러시아 - 美, 러시아 채권 상환통로 결국 차단 '디폴트 위기' - 국가부도사태 기를 쓰고 막으려는 러시아 - 푸틴 집권 이후 최대의 경제 붕괴 상황에 직면"
  • 기사등록 2022-05-26 13:21:15
  • 수정 2022-05-27 07:40:03
기사수정



[美, 러시아 채권 상환통로 결국 차단]


러시아가 결국 국가부도의 길로 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가 러시아의 채권 이자 등을 지급받기 위해 예외적으로 열어두었던 러시아와의 금융거래 창구를 결국 차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국채 원리금과 이자를 미국 채권자들에게 상환할 수 있게 해 온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재무부는 25일에 끝날 예정이었던 기존 유예 조치를 26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종료함으로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재무부와 중앙은행 및 주요 은행, 국부펀드와의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수순으로 들어갔다.


미국이 유예 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미국의 은행이나 투자자들은 러시아로부터 이자나 원금을 상환받지 못하게 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강제적으로 디폴트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부닥친 셈이다.


미국의 유예기간 종료 방침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직 최종 결정이 나진 않았는데, 내 생각에는 유예가 계속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혀 사실상 종료를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함에 따라 러시아를 디폴트 직전까지 몰아세울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105년 만에 '디폴트 위기']


미국 재무부의 예외적 러시아 금융창구 차단으로 채권 지급 통로가 막힌 러시아는 자국 통화인 루블화로 채무 변제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러시아 재무부는 25일(현지시간) 보도문을 통해 “달러화로 국채 변제 지속이 불가능한 점을 고려해, 러시아 통화(루블화)로 상환할 것”이라면서 “(기탁된) 루블화는 (러시아의) 외채 결제기관인 국가예탁결제원을 통해 국채 표시 외화로 환전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채권 지급 통로 차단이 예고되자 일단 27일 지급 기한인 채권 이자를 20일에 미리 지급했다. 하지만 다음 달인 6월 23일과 24일에도 채권 이자를 갚아야 한다. 문제는 6월 23일에 돌아오는 채권의 유예기간은 15일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7월 9일까지 채권자들이 이자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면서 러시아는 공식적인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105년 만이다.


[국가부도사태 기를 쓰고 막으려는 러시아]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린 러시아의 저항은 결사적이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지난 18일 “러시아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원리금 상환을 강제로 막으면 러시아는 자국 통화인 루블화로 상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재무부는 또한 “러시아는 돈이 있고, 지급 의사도 있다”면서 “미국의 외채 변제 허가 연장 거부는 외국 투자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서방 금융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렇게 러시아는 스스로 국가부도의 길로 걸어 가는 것을 피하려고 애를 쓰고 있으나 미국의 ‘러시아 금융창구 차단 조치’는 어쩔 수 없이 러시아를 국가부도로 몰아가게 될 것이다.


물론 러시아가 국가부도(디폴트) 상황이 된다 하더라도 후폭풍은 제한적일 것이다. 디폴트 상황이 되면 통상적으로 신용등급이 급락해 해외자금 조달길이 막히면서 경제운용에 문제가 생기지만 러시아는 서방의 금융제재로 이미 모든 금융거래가 차단돼 있어서 러시아의 실물 경제에는 큰 후유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러시아에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팀 샘플스 조지아 대학 테리경영대 법학교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경제 실적에 대한 오점, 평판 손상, 추후 연쇄적인 채무 불이행 등이 예상된다”며 “분명한 점은 러시아가 디폴트 시나리오를 피하려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러시아의 국가부도로 인해 가장 큰 충격은 1차적으로 러시아 경제가 아니라 러시아의 국민들일 것이다. 일단 국가부도(디폴트)라는 단어 자체가 러시아 국민들의 심리를 엄청나게 위축시키게 될 것이고, 이로인한 경제적 후유증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기 속으로 빠지게 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들마저 러시아에서 사라진 지금 ‘러시아 국가부도’라는 상징적인 단어는 러시아인들에게 그동안 믿어왔던 푸틴에 대한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그동안 푸틴에 대한 지지를 뒷받침해 주었던 ‘러시아의 자존심’, 곧 초강대국 소련의 향수를 채워줄 수 있는 위인으로 여겨왔던 푸틴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면서 푸틴의 지위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사회현상은 또다른 폭풍이 되어 러시아를 흔들리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러시아의 디폴트는 어쩔 수 없이 세계로부터 고립된 경제체제 속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고립된 러시아는 이젠 러시아의 미래마저 파괴함으로써 이로인한 국가적 손실은 계산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당연히 러시아 경제의 후퇴를 가져오는 직접적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 경제는 외관상 보이는 것과는 달리 깊은 골병을 앓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에너지 판매 호황으로 인해 루블화 가치는 더 올라가고 있고, 재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그저 착시일 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 Why Times가 지난 22일(정세분석 1456회) 자세히 분석한 바 있다. 우리 신문은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는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의 견해를 인용해 “최근 러시아의 기록적인 무역흑자는 착시현상”이라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고 분석한 바 있 있다.


실제로 현재 나타나고 있는 러시아의 경제지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지난 4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2.4%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3월경만 하더라도 –8.8% 정도로 추산했지만 벌써 더 추락했고 지금 예상으로는 –12.4%보다 훨씬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추정치다.


이에 대해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회계감사원장은 “현재 경제가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고, 불확실성도 매우 큰 상태”라며 “러시아 GDP 마이너스 성장률이 7.8%였던 2009년 위기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 큰 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0.7%로 전망됐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공급이 수요보다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어,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또다른 문제는 서방세계로부터 수입이 막히면서 러시아 경제가 돌연 1980년대로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300여개 가까운 다국적 브랜드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했고, 영업도 중단한 상황에서 외국으로부터의 다양한 물류들의 수입 중단은 러시아 경제를 피폐하게 만들 가능성이 아주 높다.


원래 러시아는 에너지 말고는 특별한 수출품도 없고, 러시아 내에서 뛰어난 공산품을 만들지도 않았다. 생필품 대부분들을 사실 수입에 의존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는 아예 유럽 생활권으로 부를 정도로 경제도 밀착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서방진영으로부터의 제재가 가속화되면서 러시아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지금은 돈이 있어도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외를 마음대로 나갈 수 있는 처지도 되지 않는다.


러시아 은행 오트크리티예의 최근 설문결과를 보면 “러시아인 58%는 매점에서 식료품 부족을 목격했으며, 33% 정도는 사재기에 나섰다”고 답변했다.


독립적인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에 따르면 “러시아인 85%는 비싼 물품 구입이나 대출을 하기 어려운 시기”라고 답변했다. 이는 10여 년 만에 최악으로 관측된 소비심리 위축이다. 실제로 올해 4월 자동차 판매는 작년 같은 시기보다 80% 줄어 사상 최대폭을 기록했다.


소비심리 위축도 원인이지만 외국브랜드의 차량을 러시아에서 볼 수도 없고, 더불어 서방진영의 제재로 러시아내에서 제대로된 승용차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소련 시절 브랜드를 부활시켜 자급자족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전방위 제재 속에 부품을 구할 수 없어서 구식 자동차라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불투명한 것이 지금 러시아의 현실이다.


그래서 러시아 중앙은행의 경제학자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 경제가 '산업화 퇴행'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던 것이다. 이러다보니 러시아인들이 1990년대처럼 떼를 지어 중국이나 터키로 건너가 의류 같은 소비재를 사서 자국에 되파는 '보따리 장사'에 나설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미래가 사라진 러시아]


더더욱 러시아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는 러시아내의 수많은 인재들이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탐사보도 저널리스트로 크렘린궁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쓴 안드레이 솔다토프( Andrei Soldatov)와 이리나 보로간(Irina Borogan)은 지난 13일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푸틴 정권을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서방이 러시아 엘리트 출신 망명자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 러시아 탐사보도 저널리스트인 안드레이 솔다토프와 이리나 보로간은 지난 13일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푸틴 정권을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는 서방이 러시아 엘리트 출신 망명자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논길을 끌었다.


솔다토프는 이 기고문에서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IT 전문가를 중심으로 수십만명의 러시아 엘리트가 동유럽과 서방 등으로 건너갔다”면서 “이는 볼셰비키 혁명(1917년) 이후 최대이며, 특히 1990년대 이후 태어난 MZ세대가 탈출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이렇게 러시아 엑소도스를 하는 이유는 그만큼 러시아에 미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러시아는 이렇게 앞날이 그야말로 불투명한 퇴행의 길로 가고 있다. 그래서 포천지는 “푸틴 집권 이후 최대의 경제 붕괴 상황에 직면했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해진 경제 제재는 러시아의 스트롱맨이 겪었던 그 어떤 위기보다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사회에서 러시아의 에너지로부터 완전 독립을 현실화하게 된다면 러시아 경제는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암흑시대로 들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러한 전망을 애써 보지 않으려는 단 한 사람의 스트롱맨 푸틴 때문에 러시아인들은 물론이고 이로인해 전 세계가 식량 문제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1170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