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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IPEF 출범을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 - 중국, IPEF본격화하면 80~90년대 산업으로 후퇴할 수도 - IPEF, 첨단산업 중심 기술 표준 및 산업기반 공동개발 - 중국이 한국 향해 무역보복한다면 더 큰 피해 입을 수도
  • 기사등록 2022-05-23 14:24:51
  • 수정 2022-05-23 21: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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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EF, 23일 공식 출범]


아시아 지역의 경제 프레임 판도를 완전히 변화시킬 것으로 보이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23일 공식 출범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통상협력체인 IPEF는 미국과 한국 외에도 일본,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 13개국이 1차로 참여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중에서는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7개국도 참여했다. 중국과 관계를 의식해 아세안의 참여가 부진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넘는 수준이다.


특히 세계 인구 2위이자 중국과 지정학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한 인도의 동참이 주목된다. 애초 인도의 합류 전망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아세안 중 군부 쿠데타 세력이 집권한 후 미국과 갈등 관계인 미얀마와 라오스, 캄보디아는 빠졌다. 가입 의사를 표명한 대만 역시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들 국가들은 IPEF가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의 협의체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IPEF 참여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전 세계의 40%를 차지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역동적인 국가들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IPEF는 대외적으로 무역과 공급망, 인프라 및 탈탄소, 세금 및 탈부패 등 4대 분야를 축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의 협력을 추구하는 모임이라고 표방하고 있다. IPEF를 통해 디지털경제, 핵심 부품 공급망, 청정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도 23일 첫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침 “한국이 IPEF에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면서 “룰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가 빠진다면 국익에 피해가 많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IPEF는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콘텐츠 통상 협상이 아니고,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경제 통상과 관련한 광범위한 룰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IPEF 출범에 극한 반발하는 중국]


IPEF의 출범에 대해 중국은 연일 견제 메시지를 내면서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22일, “일본이 지역 내 영향력 강화를 위해 중국 견제에 나섰고, 이를 위해 서서히 미국의 신하가 되고 있다”며 “(회담 중)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해 언급한다면 엄중하고 격렬한 반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IPEF에 대해서도 “미국의 동맹국들을 제외하면 소수의 동남아시아 국가만이 가입 의향을 보이고 있다”며 “관세 인하 등 구체적인 혜택도 없는 IPEF에 동참할 국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한 20일자 논평에서 “IPEF의 진정한 목표는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것”이라며, “글로벌 무역사상 지정학적 분할에 초점 맞춰진 협력 틀이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부 장관이 IPEF의 취지 중 하나로 중국에 대한 민감 품목의 수출 통제를 거론한 적이 있고,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IPEF에 초청받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면서 “이런 발언들이 IPEF의 취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적 번영 도모가 아니라 지역 국가들을 결속해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하려는 것임을 분명히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그러면서 “중국의 대 아세안 투자가 급증하면서 중국은 거의 모든 아세안 회원국의 최대 교역국이 됐고, 중국은 한국의 대외 무역에서 거의 25%를 차지한다”며 “지역 산업망에서 중국의 역할을 감안할 때 미국이 일부 국가를 IPEF에 참여시킨다 해도 실질적 경제 가치가 없는 공중누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환구시보도 23일 칭화대의 손쳉하오(孙成昊)와 왕웨시(王叶湑)의 공동 기고를 통해 “인도·태평양지역의 대부분 국가들은 중국과 미국이 디커플링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공급망 문제가 이데올로기적 문제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2024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지 못하면 사라질 운명에 처해질 수도 있다”고 폄훼했다.


[IPEF 출범에 대한 중국의 착각과 오판]


그런데 IPEF의 출범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보면, IPEF에 대해 그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고 또한 IPEF 출범으로 인한 파장이 어떻게 펼쳐질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 주목된다.


중요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중국이 행해온 일련의 정책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의 3연임과 맞물려 중국의 전체주의 체제 강화에 따른 경제정책들은 글로벌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온 일차적 반작용이 러시아에 대해서는 ‘러시아 에너지로부터의 탈출’이고, 중국의 경우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중국에서 탈출’하는 것이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방역정책으로 인해 인권의 말살은 물론이고, 글로벌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 자체를 완전히 봉쇄함으로써 심각한 손실을 입었다.


또한 시진핑 3연임 결정이 가까워지면서 스스로 중국을 고립화하고 외국기업들을 배척하는 움직임에 글로벌 경제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주요 제품의 95%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해 오던 애플마저 탈(脫)중국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이 중국의 고강도 도시봉쇄 및 전력난의 후폭풍을 호되게 겪은 데다 중장기적으로는 미·중 갈등 격화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어서다. 애플은 중국의 대안으로 인도,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으로부터의 디커플링은 사실 중국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바로 중국 리스크 또는 시진핑 리스크 때문이다. 사실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IPEF출범과 무관하게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만큼 중국 리스크가 컸고, 특히 첨단산업 분야 투자일수록 중국보다 미국 투자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그동안 경제와 무관하게 무역을 안보와 엮거나 자국 이익 보호를 위해 비정상적인 행위를 되풀이해온 것에 대한 반작용이다.


결국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중국리스크로 인해 시작되고 있었는데, 여기에 중국이 공급망을 무기로 세계 경제 질서를 뒤흔들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자구책으로 더 이상 중국 리스크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중국 리스크로 호된 몸살을 겪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나 지난해의 ‘요소수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은 공급망을 무기로 상대 교역국에 대한 타격을 가하면서 중국체제에 속박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문제는 그러한 중국 리스크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국가정책적으로 결정해야만 한다. 계속해서 중국의 공급망 무기화에 시달리면서 중국을 상전 모시듯하고, 그러면서 결국 외교주권까지 중국에게 넘겨주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우리 힘만으로 부족하다면 같은 가치체계를 갖고 있는 국가들과 힘을 합쳐, 중국의 공급망 무기화에 공동 대처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립국가라면, 아니 자주국가라면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답은 뻔하다. 잠시의 고통이 물론 따를 수도 있지만 긴 안목으로 외교 주권을 손상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결국 중국과의 디커플링이라는 카드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강력하게 밀어 붙이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이 ‘글로벌 공정 개념’을 완전히 파괴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WTO라는 체제를 등에 업고 불공정 무역을 밥먹듯 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공산당의 각종 정책적 지원을 받는 국영기업들이 정부 보조금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분명한 불공정이다. 또한 철강, 알루미늄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과잉생산을 초래, 세계무역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비(非)시장경제’ 상태가 WTO 시스템을 흔드는 문제들을 파생시키고 있다. 그래서 WTO 체제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으며, 결국 WTO가 이런 현실을 방조한다면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무역질서가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니즈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 IPEF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크게 착각하고 있다. IPEF가 마치 중국의 영역을 탈취하고 의도적으로 중국을 배제하려는 시도라고 비판을 가하지만 오히려 중국의 불공정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이 중국의 불공정으로부터의 공정성 회복,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더 이상 중국의 공급망 무기화로 인한 피해를 겪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IPEF를 출범시키게 된 것이다.


[중국이 IPEF를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


그런데 중국이 IPEF출범에 긴장을 하고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IPEF의 공급망 재편은 중국의 싼 노동력을 밑천으로 하는 1차·2차 산업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IPEF가 주목을 갖는 것은 미래산업을 이끌어갈 첨단 분야이다.


IPEF가 특히 관심을 갖는 분야는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배터리, AI(인공지능), 정보기술(IT), 원자력발전 등이다. 이중에서도 IPEF는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반도체 시장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해야 중국과의 경제 패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주목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은 IPEF출범과 동시에 ‘칩(Chip)4 동맹’ 구축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칩4 동맹’은 미국을 포함한 반도체 기술 강국 4개국(한국-일본-대만)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에 타격을 주고, 주도권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중요한 것은 반도체 분야에 관한 한 중국은 결코 ‘칩4 동맹’을 따라올 수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중국이 상당 부분 앞서가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나 AI 등 분야에서 한-미-일이 공동 연구와 발전을 해 나간다면 중국이 결코 이를 무기화할 수 없도록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더더구나 이 분야에서도 반도체의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중국이 반도체 동맹에서 소외된다면 AI를 비롯한 첨단분야에서 속도가 뒤처지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런 관점에서 IPEF의 기능과 과제를 정리하자면, 더 이상 중국이 미래산업을 무기화하지 못하도록 완전히 배제한 다음 이념과 가치가 맞는 동맹국들끼리 첨단산업을 공동으로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기술 표준도 세우고 더불어 이를 통해 제3, 제4의 산업 영역을 구축해 가겠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중국은 낙후된 산업만 넘쳐나는 국가로 추락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제재가 가해지자 부품이 없어서 1980년대 자동차를 만들 수밖에 없는 러시아처럼 중국 역시 값싼 경공업 제품을 수출하는 과거의 중국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 IPEF 출범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 향해 무역보복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마지막 남는 관심거리는 IPEF에 참여하는 한국을 향해 중국이 무역보복을 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다. 중국은 이미 그러한 경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무역보복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이제까지는 한국 홀로 중국의 무역보복을 고스란히 당해 왔지만 이젠 IPEF에 속한 10여개 넘는 국가들이 공동대응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IPEF회원국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인데 중국이 한국만 콕 찍어서 무역보복을 가한다면 이는 오히려 중국이 더 큰 화를 입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역보복을 당하는 한국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다. 반도체 등으로 역공을 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중국도 함부로 한국을 향해 보복을 가하는 유치한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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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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