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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핵전쟁 위험 심각” 또 협박한 러시아 - 美국무-국방 우크라 방문 직후, 러 외무 "핵전쟁 위험 심각" - ‘푸틴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로 인한 오판 가능성 존재 - 러시아의 핵전쟁, 종말을 예고하는 카드일뿐
  • 기사등록 2022-04-26 22:28:15
  • 수정 2022-04-27 06: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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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무 "핵전쟁 위험 심각…과소평가 말라"]


러시아가 또다시 핵전쟁을 경고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현재 핵전쟁 위험은 실재하며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과의 인터뷰에서 서방을 겨냥해 “이런 위험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려는 세력이 많아서 안타깝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1월 “핵보유국이 핵전쟁을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바 있다”면서 “그 원칙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지난 2월 24일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예상과는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하자 공공연하게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경고해 왔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하며 긴장을 고조시킨 바 있고, 지난 4월 20일에는 핵탄두 10여개를 탑재하고 지구 어디라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맛(Sarmat)'을 전격 시험 발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해 서방진영은 러시아가 전세를 바꾸려고 우크라이나에서 위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소형 핵폭탄 등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러한 핵전쟁 발언 외에도 “3차 세계대전의 위험이 실재한다”고 말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러시아가 또다시 핵전쟁 위협카드를 꺼낸 이유?]


러시아가 이렇게 핵전쟁이라는 극단적 위협카드를 꺼내든 데는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1) 핵위협 이유 1: 美국무·국방장관 키이우 방문


러시아의 라브로프 장관이 핵전쟁 위협 카드를 꺼내든 시점은 바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열차 편으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전격적으로 방문한 직후였다.


▲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열차 편으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러시아는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기차역 5곳을 폭격하면서 블링컨과 오스틴 장관의 우크라이나 행을 방해했지만 두 장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보란 듯이 이날 밤 수도 키이우로 들어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3시간 넘게 회담을 했다.


이번 방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최고위급 인사의 현지 방문으로, 우크라이나의 대(對)러시아 항전 의지에 힘을 싣고 러시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를 방문한 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들을 만나는 사진 및 영상과 함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며 “그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들을 만나는 사진 및 영상과 함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며 “그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독립된 주권 국가이고, 푸틴이 남아 있는 기간보다 훨씬 오랫동안 그러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렇게 성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만큼 그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은 또한 “러시아는 전쟁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성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블링컨 장관과 함께 키이우를 방문한 오스틴 국방장관은 한술 더 떠 “우리는 러시아가 (이번 전쟁을 통해) 힘이 약해져 우크라를 침공하면서 저질렀던 그런 일들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는 모습을 보았으면 한다”면서 “러시아는 이미 군사력을 상당히 상실했으며, 우리는 이전의 능력을 신속하게 다시 만들어내는 그런 능력을 러시아가 이제는 갖지 못하는 것을 보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어찌보면 오스틴 장관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미국의 속내를 너무 적나라하게 공개해 버렸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그래서 BBC는 “미국 국방장관 입에서 나오리라고 예상하기 심히 어려운 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의 일련의 발언은 러시아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미국의 핵심 두 장관이 그러한 발언을 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인 무기 지원도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러시아 입장에서는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왔을만도 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러시아측은 자신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핵전쟁을 해서라도 전세를 반드시 러시아편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보인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 핵위협 이유 2: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세


러시아가 핵전쟁 위협을 또다시 꺼내든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2라운드 역시 러시아의 뜻대로 펼쳐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서방세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용 무기 지원을 대폭 강화하면서 우선적으로 푸틴 대통령이 설정한 5월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까지 의미있는 전과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사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쉽게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오판하기는 했지만 북부 키이우 함락 등을 주로 한 1라운드에서는 실패했다 하더라도 동남부 점령을 확실히 하는 2라운드만큼은 결코 패배할 수 없고, 또 패배해서도 안되는 배수의 진을 친 전쟁을 진행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2라운드 전쟁 역시 러시아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러시아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돈바스 전투는 이미 1주일을 넘겼음에도 돈바스 완전 점령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전과를 올리고 있다. 따라서 5월 9일에 돈바스에서 승리의 퍼레이드를 열겠다는 푸틴의 계획은 이미 물건너 갔다는 전망들이 나온다. 그렇다고 마리우폴을 완전히 점령한 것도 아니다. 결국 현재 상황은 2라운드 전쟁 개시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우크라이나 맞춤형 드론이나 곡사포 등을 포함해 공격용 무기들을 대폭 지원하기 시작했고, 독일마저 장갑차 100대를 곧 들여보내기로 했다는 소식은 푸틴에게는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26일 열리는 서방진영 국방장관 회의는 러시아에게 상당히 위협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갈수록 코너로 몰리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반전을 꾀하는 카드가 필요한데 러시아는 이를 핵전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공포적 위협 카드를 꺼내들면 우크라이나를 향한 서방진영이 위축되면서 무기 지원들도 주춤거릴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는 의미다.


[러시아의 핵전쟁, 종말을 예고하는 카드일뿐]


러시아 국방부는 서방진영을 위협하는 하나의 카드로 지난 20일(현지시간) 아르한겔스크주(州)의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사르맛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그러면서 “시험 프로그램이 끝나는 대로 사르맛 미사일을 실전 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사르맛에 장착된 핵탄두의 위력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2000 배 더 강력한 것으로 평가받는데, 이 정도라면 사르맛이 미국 텍사스주나 프랑스 정도의 면적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 한마디로 러시아의 위력을 과시한 것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TV 연설을 통해 “이 무기는 러시아의 안보를 확실히 보장하며, 우리를 위협하려는 적들을 다시 생각하게 할 것”이라면서 “이 미사일이 지구상 모든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이러한 ICBM 발사에 대한 서방세계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러시아의 생각대로라면 서방진영이 움찔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등의 전격적인 재검토가 나왔어야 한다. 그런데 서방세계의 반응은 러시아의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다. 한마디로 시큰둥했다는 것이다.


우선 미국 정부는 “사전에 미사일 시험 발사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미국이나 동맹국에 위협이 된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CNN은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ICBM 발사전부터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발사 직후에도 미사일을 추적했다”면서 “미국 정부는 ICBM 발사에 대해 우려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에게 “그런 시험은 일상적이고,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 “미국은 이번 시험발사가 미국이나 동맹국들에 대한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나마 아직 실전배치도 되지 않은 미사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존 커비 대변인이 특히 강조한 것은 이날 발사된 러시아의 ICBM 발사 정보를 러시아가 통보해 왔다는 점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ICBM을 시험발사할 경우 상대국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미사일 시험발사 때 예상하지 않은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마련된 조치다.


이 말을 달리 표현하자면 상대국에 통보하지 않은 미사일 발사는 즉각적으로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금 미국이 중점적으로 러시아를 감시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이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가 화학무기나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직접 개입하겠다고 선언을 한 상태다. 또한 이에 대한 선제타격도 할 수 있다고 공언을 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미국과 동맹국이 핵무기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이는 푸틴의 몰락은 둘째치고 러시아의 멸망을 가져오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적인 러시아의 지도자라면 절대 핵무기를 사용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푸틴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이 구소련 해체과정에서 러시아가 서방에 침탈당했다는 피해의식, 미국주도 국제제재로 깊어지는 고립상황, 러시아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는 강박과 무력 사용을 서슴치 않는 호전성 등을 가지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미국 내에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푸틴이 혼자서 전쟁을 결정하고, 승리해야 권력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최근 들어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도 패권 부활을 꿈꾸는 독재자이기 때문인 것으로 미국은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CNN은 지난 4월 20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비롯한 핵심 국방 인사들이 미국의 핵무기와 핵 방위를 총괄하는 찰스 리처드 전략사령관으로부터 러시아 핵무기 관련 동태를 주 2, 3회 보고받고 있다”면서 “아직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는 어떤 움직임의 징후도 포착하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 대한 우려가 냉전 이후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 당국자들 역시 러시아가 실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 자체는 1% 내외로 현실화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어느 때보다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전제 아래에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이 러시아의 핵도발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핵전쟁을 우려하는 것은 푸틴이 자기만의 사고에 갇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그간 푸틴 대통령을 비판해 온 흐루쇼프의 증손녀 흐루쇼바 교수는 “푸틴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면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경고한 점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결국 러시아가 핵무기라는 단어를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푸틴의 러시아가 그만큼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도저히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푸틴의 운명은 푸틴이 쥐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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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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