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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침공은 치명적 실수”, 러 내부의 푸틴 책임론 - 4월부터 본격화될 경제제재 효과가 푸틴의 미래 좌우 - 크렘린 궁 내부의 '푸틴 책임론', 경제 악화되면 불붙을 듯 - 러시아, 5월초 디폴트 가능성 부각
  • 기사등록 2022-04-21 14:17:12
  • 수정 2022-04-22 0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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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크렘린 내부서도 우크라戰 회의론]


결국 러시아 크렘린궁내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 권력의 정점에 있는 최고위층과 달리 정부와 경제 분야 고위직에서는 전쟁에 비판적인 시각이 퍼지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은 나라를 수년간 퇴보시킬 치명적 실수라고 여긴다”고 보도했다.


▲ 블룸버그 통신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 권력의 정점에 있는 최고위층과 달리 정부와 경제 분야 고위직에서는 전쟁에 비판적인 시각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복이 두려워 익명을 요구하는 크렘린궁 내부 관계자 10명을 인용해 이같은 사실을 보도한 블룸버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점점 제한된 강경파에 의존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심각한 경제·정치적 비용에 대해 다른 관료의 의견은 무시한다는 증언도 나왔다”면서 “미국 정보당국이 푸틴 대통령이 실패에 직면하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데 대해 같은 두려움을 느끼는 내부자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이들은 푸틴 대통령이 경로를 수정하지 않을 것이며 러시아에서 누구도 그에게 도전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면서 “이런 회의론은 전쟁으로 러시아가 예상외로 큰 손해를 입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렘린궁 고위 관료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려는 푸틴으로 인해 러시아는 철저하게 고립될 것이며 러시아 경제는 회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 것”이라면서 “안보의 위협은 물론 러시아의 영향력을 급격하게 퇴조시킬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반대 의견은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 탄압이 두려워 입을 닫고 있다”고 한 뒤 “이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러시아를 제재하는 것에 대해 크게 놀랐으며,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등이 확대되면서 러시아의 진격을 무디게 하고 있다는 사실에 또한 놀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한편 “크렌린궁 고위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20년 동안 이룩한 경제적 성과와 생활 수준을 지우게 될 정도로 제재로 인한 경제적 영향이 파괴적일 것이라고 푸틴대통령에게 설득했지만 보고를 받은 푸틴은 그러한 경고를 무시했다”면서 “푸틴은 오히려 서방세계의 제재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고, 러시아 경제는 곧 적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막대한 비용을 치를 수 있겠지만 서방은 전쟁을 벌이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을 남겨두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푸틴은 자신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국민들이 있기 때문에 위대한 러시아 건설을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푸틴은 전쟁 초기보다 접촉 범위가 더 줄어 들었으며 지금은 극히 제한된 강경파 그룹들만 만나고 있다”면서 “이번 전쟁 개시 결정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발레리 게라시모프 참모총장, 니콜라이 파트루쇼프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사무총장을 비롯한 소수의 매파들이 한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 “이번 전쟁은 소수의 강경파들로 인해 푸틴이 오판을 하도록 촉진시켰으며 특히 우크라이나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면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자마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해외로 도망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특히 “러시아의 탐사보도 저널리스트인 안드레이 솔다토프(Andrei Soldatov)에 따르면 KGB의 후신인 연방보안국(FSB) 내부에서 침공 실패에 대한 좌절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FSB 핵심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아 러시아의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고 불룸버그는 전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블룸버그는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Dmitry Peskov) 대변인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타협할 생각이 없는 푸틴, “그대로 직진”]


문제는 크렘린궁내에서조차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회의론이 봇물같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푸틴은 완전히 귀를 닫고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데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 국장을 지낸 피오나 힐(Fiona Hill)은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어떤 형태로든 진지한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기 전에 실제로 어떤 성과를 얻을 수 있는지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공세가 무뎌지거나 더는 밀어붙일 수 없다고 느끼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협상이 성공하거나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그러한 푸틴을 말릴 사람이 러시아내에서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면서 극단적 고립까지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니 피해를 보는 이들은 러시아 국민들이고 전쟁으로 인한 참상을 겪는 우크라이나인일 것이다.


[푸틴의 축출 가능성은?]


그렇다면 그러한 푸틴의 광적인 전쟁을 막을 방법은 딱 하나 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푸틴을 권좌에서 축출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의 권력 구조상 푸틴의 이너서클 주도로 쿠데타가 일어나 정권이 신속하게 전복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는 기대는 ‘지나친 환상’이라는 점이다.


안드레이 솔다토프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기고한 글에서 “실로비키(Siloviki)가 푸틴에게 반기를 들고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솔다토프가 말한 ‘실로비키’란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라는 뜻의 러시아어로, 푸틴 정권을 떠받치는 군부·정보기관·군산복합체 등 무력부처 관련 정치 관료들을 지칭한다. ‘실로비키’는 현재 러시아 신흥재벌인 올리가르히와 함께 푸틴 권력을 지탱하는 핵심축으로, 러시아 정규군과 방위군,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인 연방보안국(FSB)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솔다토프는 그러면서 “푸틴은 FSB의 비밀요원을 군 내부에 투입해 내부 세력을 감시하고 FSB 안에서도 서로 신뢰할 수 없는 체제를 구축했다”고 했다. 또 “이들에게 아파트를 제공하고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급여 등 ‘신흥 귀족’이라 불릴 정도의 파격적인 대우를 함으로 반란의 동기를 사전에 제거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에너지 차관을 지낸 블라디미르 밀로프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내부 쿠데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장벽을 구축했다”며 “장밋빛 희망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멜린다 해링 부국장도 “푸틴의 이너서클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푸틴을 몰아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의 축출 가능성은 있다. 서방의 제재와 글로벌 기업의 철수로 러시아 경제가 악화된다면 푸틴의 권좌가 흔들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경제악화는 이미 조짐이 시작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1사분기에 러시아가 최대의 경제 호황을 누렸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착시현상이고, 본격적인 제재의 효과는 2사분기부터 시작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달러 표시 채권에 대해 달러가 아닌 루블화로 지급했다”면서 “5월 4일 유예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러시아가 달러 지불을 하지 않으면 크렘린의 신용도와 관련된 신용 부도 스왑이 발동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WSJ의 진단이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E)도 “서방 국가들의 제재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 등으로 인해 올해 러시아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미 골드만삭스는 올해 러시아 경기가 10%, 국제금융연구소는 15% 위축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문제는 이렇게 러시아 경제가 서방세계의 제재 효과가 본격화되는 4월 이후 급추락을 하게 되면서 러시아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티모시 프라이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기고문에서 “러시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오랜 지지는 경제적 성과와 연관돼 있다”며 “청구서를 지불할 수 없는 정부는 정치적 불안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독일마셜펀드의 리아나 픽스와 마이클 키머지( Liana Fix and Michael Kimmage) 연구원도 포린어페어스에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면?”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러시아는 이 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고, 3월 4일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진다면?”이라는 기고 글에서는 “러시아 경제의 점진적인 악화, 고립의 증가, 부를 창출하지 못하는 무능력이 누적되면 푸틴은 대중과 엘리트의 지지를 잃을 것”이라고 했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정복할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의 러시아 계획이 완전히 실패하였음을 의미한다, 그러한 푸틴의 실패는 푸틴 자신은 물론이고 러시아를 망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세계사적 교훈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당장 푸틴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는 막강하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사실적 보도가 아닌 완전히 푸틴 입장에서 가공한 뉴스들로 판치는 일방적인 선전선동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푸틴에 대한 지지도가 80%가 넘는다고 해서 이것이 진짜 러시아 국민들의 여론이라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원래 독재국가의 특성상 대중은 정권에 대해 진심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대중이 먹고사는 문제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돌변한다. 바로 러시아에 심각한 경제난이 도래하게 되면 대중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실로비키’를 움직이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 ‘실로비키’라는 존재가 국가의 안위가 아닌 자신의 이익을 따라 살아가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이와 관련해 유라시아그룹의 헨리 로마 연구원은 “러시아의 엘리트들은 푸틴이 자신의 경제적 재앙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확신하면 그를 전복시키는 대열을 뒤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경제 제재가 노리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 폴란드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고 “바라건대, 이자가 권좌에 남아있어선 안 된다(For God’s sake, this man cannot remain in power)”라고 한 것이 그냥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4월부터 시작되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효과가 어떻게 진전되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그 결과에 러시아의 운명은 물론이고 푸틴의 미래도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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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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