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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러시아 사상 최고 흑자”, 푸틴 주장 사실일까? - 푸틴, “서방 경제제재 실패, 경제 호황” 주장 - 러 중앙은행 총재, "서방 제재 효과 지금부터 시작" 경고 - 美재무장관, "전쟁 위한 자금 못쓰도록 만들게 할 것" 주장
  • 기사등록 2022-04-20 13:05:29
  • 수정 2022-04-20 14: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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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서방 경제제재 실패, 경제 호황” 주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에 생중계된 정부 고위 관리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러시아 경제가 제재로 인한 대공황을 피하고 있다”면서 “서방의 경제 대공습 전략이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서방 측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1분기 경상수지 흑자는 미화 580억 달러 이상으로 이는 사상 최대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서방의 제재는 러시아의 금융·경제 기반을 빠르게 악화시켜 시장 공황과 은행시스템 붕괴, 대규모 상품 부족 사태를 일으키려 했지만 우리는 서방의 이 대러시아 정책이 이미 실패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릴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푸틴 대통령의 주장은 서방의 예상과 전혀 다른 시나리오이고 만약 푸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강력하게 실시해 왔던 서방진영의 제재가 다 헛것이며, 그러한 방식으로는 푸틴의 병적 도발을 결코 억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푸틴의 주장은 사실일까?]


푸틴은 러시아 국민들을 상대로 방송되는 연설에서 한마디로 서방세계의 경제제재를 비웃었다. 과연 그러한 푸틴의 주장이 사실일까?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는 전례 없는 압박을 견뎌내고 있다. 상황은 안정적이며, 루블화 환율은 2월 초중순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말했다.


푸틴의 주장대로 실제 루블화 환율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제재로 인해 투매가 일어나 지난 3월 9일 달러당 120루블까지 치솟았으나 이달 들어 80루블 근처에서 보합세를 유지하며 한층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춰 러시아 중앙은행은 18일부터 9월 9일까지 한시적으로 외화 현금에 한해 시중은행이 개인에게 외화를 매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외환 통제를 일부 완화했다.


그렇다면 러시아를 향한 서방세계의 제재는 실패한 것일까? 진짜 푸틴의 비웃음을 살 정도의 상황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러시아 중앙은행의 엘비라 나비울리나 총재는 “이미 자국 금융 시장에 미친 제재의 여파가 실물경제로 넘어올 것”이라며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 뉴욕타임스(NYT)도 18일(현지시간)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와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이 제재의 타격이 본격화될 것임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18일(현지시간)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와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이 제재의 타격이 본격화될 것임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나비울리나 총재가 의회에 출석해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대부분 제품이 수입 부품에 의존한다”면서 “지금은 공장에 재고가 있어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지 않을 수 있지만, 제재는 더 강화되고 있으며, 재고로 버틸 기간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나비울리나 총재는 이어 “서방 제재가 먼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친 데 이어 실물경제에도 점점 더 영향을 주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제재의 효과는 훨씬 광범위하고 부정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러시아 경제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재고나 금융으로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앞으로는 상품과 부품 재고가 바닥나면서 급격한 불황에 빠져들 것이기 때문에 서방세계의 경제 제재 효과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분명히 말한 것이다.


실제로 서방진영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본격적으로 배제하기 시작한 것은 3월 중순이었으며 무역 및 다양한 제재가 시행된 것도 3월 중순 이후였다. 그렇다면 3월 초순까지 러시아의 에너지 판매 등의 효과는 기존대로 지속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특히 겨울철에는 러시아 석유와 가스의 EU수출이 최대치로 올라가기 때문에 당연히 러시아 입장에서는 최대 매출을 올릴 수밖에 없다. 나비울리나 총재가 지적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실제로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에도 러시아의 천연가스와 석유를 수입하면서 매일 8억 유로(약 1조원)를 러시아에 지급해 왔었다. 이러한 자금이 스위프트망에서의 러시아 배제 이후에도 계속 지급이 되었던 것은 러시아의 원유와 가스의 주 결제 채널인 러시아 스베르방크와 가즈프롬방크는 아직 제재 대상에서 빠져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스베르방크는 러시아 은행 업무 비중의 약 40%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제 날씨는 따뜻해졌고 러시아로부터 수입해 오던 양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의존도를 유럽 사회가 적극적으로 줄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예 러시아에 모든 경제를 의탁했다고 말해도 좋을 독일마저도 러시아에의 에너지 의존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의 경제 제재 효과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해야 옳다.


수도 모스크바의 행정을 총괄하는 소뱌닌 시장도 이날 블로그에 “외국 기업들의 철수나 영업 중단으로 모스크바에서만 약 20만명이 실직 위기에 놓였다”며 “외국 기업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임시 고용 등을 위해 4천만 달러 규모의 실직 위기 근로자 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면서 “이들이 시 공원이나 서비스 센터, 공중보건 시설 등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효과, 얼마나 파급력이 클까?]


이미 우리 신문이 여러 번 강조를 해 왔지만 러시아 푸틴은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힘을 잃게 된다. 에너지 무기화가 사실상 불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유럽사회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본격적으로 줄이기 시작하게 된다면 올 겨울에는 러시아가 그야말로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러시아 에너지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서방진영은 앞으로 추가 제재도 준비하고 있다. 독일까지도 러시아로부터 전면 에너지 수입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번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서 우방국에 러시아에 대한 경제 압박 강화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경제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며 러시아 정부가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푸틴 대통령의 권력 장악이나 전쟁 지속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이러한 경제제재 영향은 지금부터가 진짜로 나타날 것이라 말하는 것이다. 이미 러시아 국영철도회사인 러시아철도는 최근 디폴트 판정을 받았는데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기업의 첫 디폴트 사례였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 러시아 경제를 뒷받침해주는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결국 러시아 경제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러한 위기의 경제를 붙잡아 주는 것이 그동안에는 에너지 수출로 이익금이었는데 이마저도 줄어든다면 러시아는 대란을 막을 방도가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러시아가 전쟁을 위해 사용할 자금조차 부족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노리는 제재의 방향성이 바로 이것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대러 제재를 총괄하는 미 재무부의 부장관 월리 아데예모는 "러시아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압박을 지속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보다는 자국의 경제를 부양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쓰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월리 아데예모 부장관은 이어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이 악화하고 수입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크렘린궁에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속하고 권력을 유지할 자원이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렇게 러시아 경제에 대한 압박 효과에 대해 자신하는 것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6천억 달러 규모의 외환과 금의 절반은 현재 경제 제재로 동결돼 있고, 나머지도 주로 금과 중국 위안화여서 루블화 안정화 등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 금융기관들은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해 러시아 경제가 10∼15%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올해 평균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16.7% 상승했다고 밝혔다. 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서방의 단결력]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그 하나는 서방진영의 단결력이다. 사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는 러시아에게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인해 자국 경제가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해 반발하면서 러시아 제재에서 회피하는 국가들이 생겨날 수 있다. 푸틴은 바로 이 점을 노리고 있다.


이미 인도도 그러하고 여기에 언제든지 중국이 가세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의 제재효과는 많이 상쇄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를 제재하겠다는 국제사회의 의지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가 앞으로 중요한 관건 중 하나다.


그래서 이미 유럽사회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러시아의 제재는 계속되어야 하고, 러시아에 의한 전쟁범죄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시간싸움이다. 우선 우크라이나가 버텨줘야 한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러시아의 푸틴은 초조해진다. 또한 러시아가 입을 피해는 극심해지게 된다.


그러나 돈바스 지역의 완전 점령이 푸틴의 뜻대로 손쉽게 마무리된다면 푸틴은 더욱 의기 양양해질 것이고, 푸틴은 전열을 재정비해 우크라이나 완전 점령을 향해 또 나아갈지도 모른다.


특히 러시아 국민들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러시아 경제가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 푸틴 입장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디폴트 수준으로 추락한다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수모를 당하면서 대통령으로서의 입지까지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싸움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과연 푸틴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까? 서방진영과 푸틴의 싸움에서 과연 마지막으로 웃을 자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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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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