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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기 꺾인 푸틴, “러시아 석유산업 어렵다!” - 푸틴, 서방 제재로 석유·가스 분야에 지장 인정 - 자신만만하던 푸틴, 암담한 현실에 부딪치다 - 러시아 에너지의 쇠퇴, 후폭풍은 엄청 클 듯
  • 기사등록 2022-04-16 23:06:35
  • 수정 2022-04-17 08: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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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서방 제재로 석유·가스 분야에 지장 인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처음으로 서방진영의 경제 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에너지 산업이 위축되고 있으며 산업비용을 상승시키고 있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에너지 산업이 위축되고 있으며 산업비용을 상승시키고 있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영상을 통한 정부 관리들과 회담에서 또한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에 대한 지불이 압박받고 있으며, 비우호적인 국가의 은행들이 자금 이체를 지연하고 있다”면서 “지금 수출 실행 계획에 상당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유럽에 치중해 오던 석유 및 가스 판매를 아시아 시장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면서 석유산업의 수출 다변화도 강조했다.


WSJ은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러시아의 에너지산업 주요 고객은 유럽이었는데 현재 유럽연합(EU)이 석유 및 가스 수입을 전면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에너지 산업 관련한 개발자금 및 기술, 장비들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러시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일부 에너지 사업자들은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가격이 국제시세보다 훨씬 더 낮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을 수입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제 유가 척도인 브렌트유가 약 108달러에 거래되고 있는데 반면 러시아산은 그보다 30달러 이상 낮은 가격으로 금액을 제시해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러시아는 생산한 석유와 가스의 공급처를 찾지 못해 생산량 감축에 들어갔다. S&P글로벌은 “러시아 정유업계가 지난주 들어 하루에 생산량을 170만 배럴씩 줄였다”고 분석했다. 물론 매년 봄철에 생산라인 점검을 위해 생산량을 줄이지만 이번엔 예년보다 감소량이 70%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다른 문제도 생겨났다. 에너지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디젤과 가솔린 등 최종생산물을 보관할 저장소가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WSJ은 “러시아 제2의 석유업체 루코일(Lukoil PJSC)의 바기트 알레크페로프(Vagit Alekperov)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 정부 내 에너지 문제를 담당하는 알렉산드르 노박(Alexander Novak) 부총리에게 저장소에 기름이 넘쳐난다는 서한을 보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현지매체 코메르산트(Kommersant)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알레크페로프 CEO는 정유시설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기름을 화력발전소로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러시아 서부 타타르스탄 공화국에 위치한 TAIF-NK 정유사는 저장소 고갈로 이미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만만하던 푸틴, 암담한 현실에 부딪치다]


그동안 푸틴은 미국을 중심으로한 EU국가들의 러시아산 석유 및 가스수입 중단 조치에 대해 그런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가 당장 자국들의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다 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푸틴은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을 배제하려는 국가는 극도로 고통스러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 말하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푸틴은 “세계 시장에서 천연가스가 부족하다”며 “유럽이 다른 나라, 특히 미국으로 에너지 공급의 방향을 틀면 유럽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소비자에 대한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에서 러시아 가스에 대한 대안은 없다”고 푸틴은 주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푸틴이 에너지를 무기로 유럽사회를 휘어잡고 심지어 국권 침탈까지 하는 행각을 보면서 서방세계는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에너지로부터 탈피하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당장 미국은 지난 3월, “앞으로 6개월 동안 매일 1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또 에탄올 함유량이 많은 휘발유(E15)의 거래도 허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아이오와주 바이오 연료 공장을 방문해 “3월 물가 상승의 70%는 푸틴 대통령 때문에 발생한 유가 상승에서 기인한다”며 “환경보호국(EPA)이 E15 가솔린 판매를 허용하는 긴급 면제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15 가솔린’이란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E10(에탄올 10% 함유)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24% 더 많이 배출되어 환경 문제로 여름철(6월 1일~9월 15일)에는 판매할 수 없었지만 이번 여름에는 한시적으로 이를 풀어 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기적 대응 외에도 서방세계는 러시아가 아닌 중동 및 남미 등에서의 원유 공급량을 대폭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EU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산유국을 잇따라 접촉해 원유·천연가스 증산과 기존 생산량의 유럽 공급을 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독일 정부와 카타르가 ‘장기 에너지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중동 산유국 대부분이 급격한 공급량 변화에 난색을 보이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체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원자력발전소들도 줄줄이 늘어날 전망이다. 영국만 하더라도 에너지 자립을 위해 2050년까지 최대 7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크와시 콰틍 영국 산업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일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전력 공급의 절반 이상을 원자력이 충당하는 프랑스가 (건설에) 돈이 많이 들었지만 그 덕분에 어느 정도의 에너지 자립이 가능했다"라며 "솔직히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의 다른 나라가 이를 부러워한다는 것을 안다"라고 말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러시아 에너지의 쇠퇴, 후폭풍은 엄청 클 듯]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후폭풍이다. WSJ은 “러시아산 석유 및 가스 공급망은 갈수록 붕괴될 것이고, 이는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WSJ은 특히 “러시아산 에너지산업이 안고 있는 도전과제는 서구 금융 인프라를 제재로 인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러시아는 에너지 산업 전체가 위축되면서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증가와 함께 잔인한 경기침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러시아의 에너지 산업은 연방 예산 지출의 45%를 차지하는 중추산업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도 했다.


더더욱 우려가 되는 것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예측으로는 5월부터 하루 약 300만 배럴의 생산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것인데 “다른 전문가들의 예측으로는 하루 900만 배럴까지도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와 러시아 당국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WSJ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대 산유국이었던 러시아는 일일 원유 생산량이 1100만 배럴 이상이었는데, 이미 생산량의 최소 25%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앞으로 최대 80%까지도 감산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이는 당장 러시아에 미치는 영향이지만 장기적으로도 러시아는 극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당장 EU가 가스의 약 40%와 석유의 4분의 1을 의존해 오던 러시아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로 결정을 했다. 이는 한마디로 앞으로의 러시아 경제를 완전히 뒤흔들어 벌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문제는 푸틴 대통령이 아시아 쪽으로의 수출 다변화를 강조했지만 이미 유럽국가들 중심으로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더 포기할 수도 없고, 특히 아시아쪽으로는 그러한 라인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또한 애로사항으로 부각된다. 현재 유럽과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아시아 쪽에 구축하려면 앞으로도 최소 몇 년이상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를 뻔히 목도했기 때문에 러시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에너지 수입 체계를 구축할지도 의문이다.


일단 러시아는 유럽국가들에서 수입하지 않는 에너지를 중국이 도입해 주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아직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서두르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또한 터키나 인도 등 다른 나라에 원유 수출량을 늘리면서 서방의 수요 감소에 빠르게 적응하려 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들이 과연 유럽사회에서의 구매 중단량을 채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또 하나의 중대한 난점이 도사리고 있다. 러시아가 원유를 생산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술과 부품 공급을 제대로 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원유 채굴과 운반, 정유 등 시설에 사용되는 각종 부품 중 간단한 부품은 러시아 내에서 생산하거나 중국에서 조달할 수 있지만, 촉매제나 센서 등 복잡한 부품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에서 생산돼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또한 러시아가 넘어서야 할 산이라는 것이다.


[갈수록 태산, “푸틴이 푸틴했다!”]


푸틴은 세상을 너무 자기중심적으로만 봤다. 유럽은 어쩔 수 없이 러시아의 품에 든 장난감 정도로만 봤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유럽의 목을 쥐고 흔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유치하고 수준 낮은 판단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유럽을 향한 에너지 무기화는 단순한 협박이나 위협 차원일 때는 효과가 있지만 실제 에너지 무기화를 무기로 사용하게 되면 그 칼에 자신이 베일 수도 있다는 것을 푸틴은 간과한 것이다.


결국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사회를 러시아의 에너지로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얼마든지 분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푸틴의 강도행각은 국제질서를 진짜 아무 것도 모르고 저지른 그야말로 푸틴다운 행동이었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의 위기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부터가 진짜인데 그 후폭풍은 푸틴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어마어마한 산이 되어 푸틴 앞에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 있다. “결국 푸틴이 푸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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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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