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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전쟁 목표 돌연 축소한 러시아, 끝내기 수순 가나? - 러시아,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완전한 해방 주력” 선언 -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 실패 인정, 발빼는 수순 들어간 듯 - 이미 점령했던 돈바스 지역마저 위태로운 상황, 지키기 나서
  • 기사등록 2022-03-28 13:38:32
  • 수정 2022-03-28 14: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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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수정한 러시아, 실패 인정하는 것일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한달이 지났음에도 수도 키이우 점령은 물론 다른 주요 대도시들마저도 함락하지 못하자 러시아가 돌연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러시아군 총참모부 제1부참모장 세르게이 루드스코이(Sergey Rudskoy)는 25일(현지 시각) 전황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공군과 방공 시스템이 사실상 파괴됐고 해군도 괴멸됐다”면서 “‘1단계 작전’이 대부분 이행되었기 때문에 러시아군은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親) 러시아 주민이 많은 돈바스 지역은 친러반군의 근거지로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감행되기 직전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이라는 이름으로 독립을 선언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를 정식 국가로 인정해 준 바 있다. 그러나 이 지역 영토의 주인인 우크라이나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는 이들의 존재를 전혀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전쟁 목표 수정의 의미]


사실 러시아는 전쟁을 시작한지 한 달이 넘도록 원래 선언했던 전쟁 목표를 어느 하나도 제대로 달성한 것이 없는데 왜 돌연 전쟁 목표의 1단계가 완성됐다면서 돈바스 지역에 병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한 것일까?


러시아군은 이날 발표에서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1단계 주요 과제가 이행됐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무근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방공시스템이 무력화되었다고 주장했지만 아직도 우크라이나의 제공권은 우크라이나 공군이 쥐고 있다. 또한 러시아 공군은 감히 우크라이나 영공에서 작전을 펼칠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갑자기 1단계 작전을 완료했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패를 인정하고 이미 장악하고 있던 돈바스 지역이라도 제대로 챙기겠다고 나선 것이 아닌가 의심들을 하는 것이다.


사실 친러반군이 점령하고 있던 돈바스 지역마저도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압박에 상당 부분 밀려난 상황이다. 이러다간 자칫 이미 점령했던 돈바스마저도 일을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서 러시아군이 여러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전쟁을 벌이기보다 우선적으로 확고하게 점유를 하여야 할 돈바스 지역의 반군 측을 지원, 영역 확장을 돕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을 확고하게 확보하면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 등을 통해 북쪽에서 남하하는 자국군과의 연계도 강화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군이 사실상 전쟁에서의 패배를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빼려는 수순으로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온다.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는 물론이고 남부 전략 요충지인 항구도시 마리우폴도 아직 통제권을 확보하지 못할 정도로 진격은 정체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주요 도시에서 러시아군이 후퇴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키이우 인근에서는 일종의 장기전에 대비하는 방어태세를 구축하는 모습도 관찰됐다고 BBC는 전했다.


이러한 전쟁상황에 대해 한 서방국가 관리는 “결국 러시아군의 발표가 자국의 '초기 전략 실패'를 인정한 것”이라며 “동시다발적으로 주요 공세를 유지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러시아가 시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군, 앞으로 어떻게 할까?]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군이 과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물론 일각에서는 러시아군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들어선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군 분석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전쟁의 목표 범위를 실제로 축소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번 성명은 새로운 군사력 보강을 위한 '속임수 동작'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BBC에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의도를 재평가할 필요성은 아직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러시아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BBC는 “실제로 러시아가 새롭게 10개 전술 대대를 구성해 돈바스 지역으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결국 이미 장기전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러시아군이 더 이상 다양한 전선에서 공격을 펼칠 경우 모든 전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우크라이나를 향한 ‘야욕’을 축소하고 출구전략을 마련하려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평화 협상도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이라도 확보해 ‘전쟁 승리’라는 명분을 얻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러시아 군사 전문가 마이클 코프만도 “군사적 성공을 달성할 수 있는 곳을 우선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돈바스를 장악하면 국내 관객들에게 승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FT에 주장했다.


이런 심증을 더욱 굳게 만드는 것은 러시아군 총참모부가 25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보호를 명분으로 한 특별군사작전에서 돈바스 지역만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역을 작전 대상으로 한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지속적인 돈바스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타스 통신은 러시아군 총참모부 제1부참모장 세르게이 루드스코이는 이날 기자들에게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군사 작전 개시에 앞서 돈바스 지역만을 작전 대상으로 하는 것과 우크라이나 전역을 작전 대상으로 하는 것 등 두 가지 대안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루드스코이 참모장은 이어 “(돈바스의)도네츠크주(州)와 루한스크주 행정구역을 영토로 하는 두 공화국에만 군사행동(작전)을 한정하는 대안도 있었다”면서, “그럴 경우 우크라이나 정부가 돈바스 지역 재점령 작전을 위해 자국군 전력을 계속 보강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탈군사화'와 '탈나치화' 이행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의 군사작전이란 두 번째 대안을 택했다”고 부연했다. 여기서 말한 탈군사화는 우크라이나군 전력 무력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탈나치화는 반러 친서방 노선을 추진하는 민족주의 성향의 현 우크라이나 정권 퇴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루드스코이 부참모장은 그러면서 “러시아군은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을 완전히 해방할 때까지 우크라이나 군대를 묶어두고 그들이 돈바스 지역으로 전력을 증강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포위한 우크라이나 도시들의 군사 인프라와 군사장비, 우크라이나군 병력 등을 공격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또 “루한스크인민공화국 자체 군대가 공화국 영토 93%를 해방했고,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군대는 영토의 54%를 점령했다”면서 “도네츠크공화국에 속한 마리우폴에서 해방 작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드스코이 부참모장은 “(상황이 이렇게 되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1단계 주요 과제는 전반적으로 이행됐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전투력이 크게 저하됐고, 이에따라 돈바스 해방이란 주요 목표 달성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루드스코이 부참모장의 구구절절한 설명은 사실 이번 전쟁의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성 주장인 것으로 보인다. 단지 돈바스 지역의 확고한 영토 점령을 위해 이렇게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이 엄청난 전쟁을 벌였다고 주장한다는 것 자체가 누가 봐도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러시아가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지에 대해서는 푸틴 대통령 자신이나 러시아의 고위급들이 이미 밝힌 바가 있고 더불어 러시아군의 기밀문서에서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


그럼에도 루드스코이 부참모장이 직접 이렇게 이런 저런 해명을 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어줍잖아 보이기도 하고 스스로 이번 전쟁이 실패했다는 것을 말하기 힘들어 말을 돌리고 돌려 사실상 전쟁의 마무리 수순으로 가려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 싱크탱크 렉싱턴연구소의 로런 톰슨 국방분석가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렁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있을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목표를 재설정한 것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돈바스 지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전쟁을 축소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AP통신에 지적했다.


문제는 러시아가 이미 크롬반도를 실질 점유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돈바스 지역마저 완전 장악 후 독립국가 수립 수순으로 가려 하는 것을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정부가 인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미 젤렌스키 대통령은 "주권과 영토 보전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며 버티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재를 자임하며 양국 정상회담 성사를 추진 중인 터키는 “양측이 6가지 사항에 대해 협상 중”이라면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나토 가입 거부), 비무장 및 국제사회의 안보 보장, 이른바 '탈나치화 작업'에선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르렀지만 러시아의 크름반도 합병과 돈바스 지역의 2개 공화국(루한스크·도네츠크) 독립 인정 요구는 합의가 쉽지 않은 핵심 쟁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가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더 이상 공세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고 결국 전쟁을 마무리하려는 수순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현재 푸틴에게는 세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크라이나를 완전 점령하기 위해 수도 키이우에 생화학무기나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방법이 그 하나고, 두 번째는 장기전으로 가는 방안이다. 장기전으로 간다는 것은 일단 돈바스 지역에 초점을 맞춰 재결집한 뒤 공격을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으로 만들면서 또다시 키이우 등을 공격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억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더 이상 수도 함락을 노리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두 가지 방안 모두 푸틴에게는 독약과도 같은 처방이다. 어떤 방식으로 가든 푸틴정권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은 세 번째는 사실상 전쟁에 패배했지만 러시아 국민들에게 ‘특수작전’의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전쟁을 종식시키는 방법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의 미국의 전쟁을 연구해 온 스티븐 비들 컬럼비아대 교수는 “러시아의 의도를 해석하기 어렵다”면서 “이미 사실상 달성한 것으로 여겨지는 돈바스 지역 지배로 목표를 축소하려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현재 예상으로는 교착 국면에서 별다른 진전없이 질질 끌다가 5월 9일에 종전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5월 9일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가 독일 나치 정권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날이자 '전승 기념일'로 러시아의 국경일이기 때문이다.


과연 푸틴이 어떤 선택을 하게될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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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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