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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3-26 21:17:39
  • 수정 2022-03-27 13: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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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러시아 대통령궁]


러시아가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1단계 목표'를 대체로 달성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작전의 1단계 목표가 주로 달성됐다"며 "우크라이나군의 전투력이 상당히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친러 반군 분리주의 세력이 8년여 동안 싸워 온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칭 '특별 군사작전'의 초점을 재설정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공격이 지연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목표를 재설정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했고, AP통신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한 지상 공격에서 분쟁 지역인 돈바스 지역 독립을 우선하는 것으로 초점을 옮겼다"며 전쟁의 새로운 국면을 암시했다"고 분석했다. 전쟁이 어디로 향할지 예단하는 것은 일러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탈출구를 모색하기 위해 당초 야망을 꺾은 것인지는 단언할 수 없어서다. 
다만 초기 점령에 실패하고 최근에도 키이우 함락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이 예상보다 강력했음을 인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론 러시아가 더 좁은 지역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목표를 전환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가 주장한 우크라이나군 전력 약화는 보기에 따라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


러시아군은 크롬반도 인근 흑해 연안 도시 헤르손을 비롯해 남부 도시 멜리토폴,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 남동쪽에 위치한 이줌 등을 점령했다. 그러나 핵심 타깃 지역이었던 마리우폴이나 키이우를 장악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마리우폴은 크롬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육로로 잇는 지역이어서 러시아에겐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더 나아가 우크라이나는 키이우 서쪽 마카리우 등을 탈환하는데 성공했고 체르니히우에 대한 통제권도 되찾았다. 일부 지역에선 러시아군을 70㎞까지 밀어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러시아군의 손실도 막대하다. 러시아군은 "작전 과정에서 자국군 1351명이 사망하고 382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는데,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이 1만6000명이 넘는 병력을 잃었다"고 엇갈린 주장을 펼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에 강력한 타격을 입혔다"며 "사망자 중에는 고위 지휘관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 사망한 러시아군의 수는 7000명~1만5000명으로 추정된다"고 했고, 미국 당국자는 "7000명~1만4000명"으로 분석해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추정치를 내놨다.


러시아군은 병력과 군수 물자 보충 등 병참과 사기 저하 문제도 겪고 있다. 특히 키이우로 진격하던 병력 이동이 최근 며칠 사이 눈에 띄게 느려진 것으로 서방은 분석하고 있다.


위치상으로 러시아와 멀리 떨어진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키이우는 벨라루스 국경과 비교적 가깝지만 벨라루스는 공식적으론 참전하지 않고 있다. 최근 벨라루스가 참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가 흘러나온 것도 러시아군이 고전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반증한다.


러시아의 전략 수정이 표면적으론 '돈바스 지역 해방'을 목표하고 있지만 결국 푸틴 대통령이 '승리'를 주장하며 전쟁을 끝내게 하는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AP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렉싱턴연구소의 로런 톰슨 국방분석가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렁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 있을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목표를 재설정한 것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돈바스 지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전쟁을 축소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문제 역시 해결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주권과 영토 보전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재를 자임하며 양국 정상회담 성사를 추진 중인 터키는 "양측이 6가지 사항에 대해 협상 중"이라면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나토 가입 거부), 비무장 및 국제사회의 안보 보장, 이른바 '탈나치화 작업'에선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르렀지만 러시아의 크롬반도 합병과 돈바스 지역의 2개 공화국(루한스크·도네츠크) 독립 인정 요구는 합의가 쉽지 않은 핵심 쟁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서 전열을 가다듬은 뒤 재공세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의 미국의 전쟁을 연구해 온 스티븐 비들 컬럼비아대 교수는 "러시아의 의도를 해석하기 어렵다"면서 "이미 사실상 달성한 것으로 여겨지는 돈바스 지역 지배로 목표를 축소하려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당초 전투 병력을 너무 많은 지역에 분산했다. 애초에 잘못된 접근 방법으로 전쟁을 시작했을 수 있다"며 "그럴 경우, 돈바스 지역에 초점을 맞춰 재결집한 뒤 공격을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으로 만들려고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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