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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실종됐던 러시아 국방장관, 기묘한 행적 - 푸틴 후계자 러 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2주만에 나타났지만... - 푸틴 경호 근위대 대장도 실종, FSB 고위급들도 가택연금 당해 - 국방예산까지 바닥, 수렁에 빠진 러시아
  • 기사등록 2022-03-25 13:04:28
  • 수정 2022-03-25 14: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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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방묘연 푸틴 후계자 러 국방장관, 2주만에 등장]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달 여를 넘기고 있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잠재적인 후계자로 거론되는 세르게이 쇼이구(Sergei Shoigu) 러시아 국방장관이 2주 넘게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어 그의 실각설까지 제기되는 등 러시아내의 분위기가 흉흉하자 결국 얼굴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과연 그의 영향력이 과거와 같을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영국의 일간 더타임스(The Times)는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자인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2주 넘게 보이지 않아 건강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그의 신상이 중대한 변수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이어 “쇼이구 장관이 지난 11일 터키의 훌루시 아카르(Hulusi Akar) 국방장관과의 회담을 끝으로 2주째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두문불출 중”이라면서 “러시아 국영TV는 18일에 쇼이구 장관이 군병원을 방문해 부상당한 군인들을 격려했다고 보도했지만 정작 관련된 사진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타임스는 이어 “쇼이구 장관이 푸틴의 최측근이기도 하거니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면서 “쇼이구 장관과 가까운 익명의 소식통은 그의 심장병 때문에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쇼이구 장관과 관련하여 러시아 국방부나 크렘린궁 모두 일절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쇼이구 국방장관은 푸틴의 최측근 인사이기도 하고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을 포함, 2014년 크롬반도(크림반도) 합병, 이듬해 시리아 내전 개입 등에 적극 개입한 인물로 알려졌다.


쇼이구 장관은 그동안 푸틴 대통령과 함께 언론에 자주 노출돼 러시아 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관 중 한 명이며, 유력한 대통령 후계자로 지목돼 왔다.


특히 BBC 방송은 “푸틴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쇼이구의 의견을 경청한다”고 할 정도로 신임을 받는 인물이었고,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푸틴과 시베리아에서 낚시와 승마를 즐길 정도로 개인적 친분도 끈끈하다”고 강조했다.


쇼이구 장관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이번 군사작전의 목표는 서방 국가들이 일으킨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러시아를 보호하고,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탈나치화를 달성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해왔으며, 지난 11일 화상으로 진행된 국가안보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의 후계자’로 거론돼온 쇼이구 국방장관의 실각 가능성을 제기했다. NYT는 러시아 군사전문가인 안드레이 솔다토프의 발언을 인용해 “쇼이구가 최근 직위해제됐다”고 전했다.


NYT는 이어 파벨 루진 러시아 군사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군대가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큰 손실을 입은 건 수십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전쟁에서 군대가 제대로 싸우지 않았고, 이는 국방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실각설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면서 NYT는 “쇼이구 장관의 실각 주장이 검증되지는 않았다”면서도 “푸틴의 최측근이란 그의 위상에 심상치 않은 변화가 감지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쇼이구 장관의 신상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커지자 러시아도 어쩔 수 없이 쇼이구 장관을 다시 등장시켰다. 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쇼이구 장관이 러시아 군 관계자들과 함께 러시아 국가안전보장이사회의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2주 가까이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24일(현지시간) 푸틴이 주재한 국가안보회의에 참석했다고 러시아 언론 등이 이날 보도했다. 그러나 등장 자체가 석연치 않다. [류보프 소볼 트위터]


러시아 국영 TV채널 러시아24는 이날 푸틴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회의에 쇼이구 장관이 참석한 장면을 보여줬다. 이 회의가 언제 열린 건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무엇보다 푸틴 대통령이 바라보는 모니터 왼쪽 상단에 나오는 쇼이구 장관 모습은 화면이 가려지거나 초점이 맞지 않았다. 러시아 내 ‘2인자’로 평가받는 인물에겐 걸맞지 않은 ‘실수’다.


이에 대해 CNN은 이 방송 영상엔 쇼이구 장관이 말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회의에 참가한 다른 이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면서다.


이에 대해 벨라루스 매체 넥스타는 트위터 계정에 “푸틴이 쇼이구를 영원히 제거하기로 결정했다는 오랜 소문 끝에 그들은 쇼이구가 정부 회의에 참가한 걸 보여주기로 결정했지만 시청자들은 방송 중 이상함을 눈치챘다”고 썼다.


러시아 매체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쇼이구 장관이 언론에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국방장관은 지금 할 일이 많다. 특별군사작전이 진행 중이다. 언론 활동에 적극 나설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건강 이상설’ 보도에 대해선 “매체의 말을 듣지 말고 국방부로 직접 문의하라”고 했다.


서방의 언론들이 하도 많이 쇼이구장관의 행방에 대해 궁금해 하니까 일단 쇼이구 장관의 얼굴을 화면에 내미치기는 했지만 육성은 전혀 공개하지도 않았고 2주간의 잠적에 대해서도 전혀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쇼이구 장관의 신상에 분명히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중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책임자인 국방부장관이 2주넘게 행방불명이라는 사실을 설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푸틴 경호 근위대 대장도 실종]


그런데 더타임스는 “쇼이구 국방장관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또다른 측근인 빅토르 졸로토프(Viktor Zolotov) 러시아 국가근위대 대장 역시 비슷한 시점에 사라져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의 개인 경호원 출신인 졸로토프는 대통령 직속 내부 군대인 국가근위대의 대장으로,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러시아 병력을 이끌고 있었다. 그런데 졸로토프는 최근 국가근위대 웹사이트에 “(우크라이나에서) 크렘린의 군사 작전이 모두가 원하는만큼 빨리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군의 고전을 사실상 인정한 바 있다.


더타임스는 특히 “쇼이구 장관이나 졸로토프 근위대 대장이 동시에 실종상태에 빠진 시점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정보수집 실패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분노했다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전했다.


[FSB 고위급들도 가택연금 당해]


이와 동시에 러시아 국방부와 함께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책임자인 세르게이 베세다(Sergey Besed) 제5국 국장(대령), 아나톨리 볼류흐(Anatoly Bolyukh) 부국장 및 러시아 국가경비대 로만 가브릴로프(Roman Gavrilov) 부사령관은 작전 실패 등의 명목으로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가택연금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혐의는 '부적절한 자금 운용'이지만, 사실상 정보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은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군의 진입 경로 등 전쟁과 관련한 군 내부 정보가 해외로 흘러들어갔다고 본 것이다.


더타임스는 “가브릴로프 부사령관의 경우 100명 이상의 군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군대의 이동에 대한 정보유출과 관련해 모스크바에서 심문을 받았다”면서 “비록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직위에서는 해임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물론 러시아는 이러한 뉴스가 가짜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더타임스는 “세르게이 베세다와 아나톨리 볼류흐의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가택연금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전쟁 진행중에 최고위 국방관계자 숙청은 이례적]


러시아에 의해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그것도 전황은 러시아에게 크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중에 국방장관을 비롯해 주요 장수들을 체포하거나 가택연금 상태에 처하도록 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전쟁이 푸틴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러한 숙청 외에도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실패 책임을 물어 최소 8명의 장성을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NSC) 장관이 9일 주장한 바가 그렇다.


문제는 러시아군의 핵심 지도부들이 이렇게 흔들거리다보니 러시아군의 사기도 엉망진창이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생포한 러시아 포로의 증언을 바탕으로 러시아가 전쟁터에서 탈영을 시도한 병사를 붙잡아 사형으로 처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싱크탱크인 국방전략센터(CDS)에 의하면 “탈영을 택하는 러시아 군인들이 늘고 있으며 체첸 부대가 러시아의 탈영을 막기 위해 파견됐다는 보고도 있다”고 할 정도다.


더불어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의하면 “러시아 병력의 약 25%가 직업군인이 아닌 징집병으로 알려진 가운데, 집에 돌아가기 위해 스스로 자기 다리에 총을 쏘는 병사도 있다”고도 했다. 탈영을 하게 되면 총살을 당하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자해를 하는 경우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의 상황이 엉망이라는 것은 일부 부대에서 명령 불복종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러시아군 300명이 전투 명령을 거부하고 도망친 것이 확인됐다. 식량과 연료 부족, 의복 부족으로 인한 동상 등으로 인해 전투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기도 하다.


[국방예산까지 바닥, 수렁에 빠진 러시아]


전쟁 개시 한 달. 러시아군 사상자가 전체 병력의 2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군은 현재 약 15만~20만명으로 추산되는 지상군 유지비용만 감안해도 국방예산 대부분을 이미 소진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다보니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앞으로 전비조달이 더욱 힘들어져 무기·장비부족에 따른 전투력 저하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AP통신은 23일(현지시간) “전쟁 개시 한 달이 지난 지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승전고를 울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후퇴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군이 이처럼 반격까지 당하며 전황이 불리하게 된 주요 원인은 전비조달이 힘들어지면서 무기 및 장비부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러시아군 1명이 하루동안 탄약 및 군수품으로 소모하는 비용은 약 1000달러로 추산된다”면서 “현재 동원병력인 15만~20만명의 전투능력을 유지하는 비용으로만 하루 최소 1억5000만~2억달러(약 1828억~2438억원) 정도가 쓰인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국방비를 소모한다면 세계은행(WB)이 2020년 기준으로 집계한 러시아의 연간 국방예산이 617억달러 정도임을 감안했을 때 개전 한달 만에 지상군 유지 비용만으로 연간 국방예산 대부분이 소진됐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에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주요 대도시 공습에 쏟아부은 각종 미사일이 1200여발로 추정되고, 파괴된 탱크와 장갑차가 800여대에 이르는 것을 감안한다면 러시아의 손실비용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2주내의 단기간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던 이들에게 전쟁 패배의 화살이 날아가는 것이고, 그것이 군부 최고지도부의 체포와 구금, 그리고 실종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군부지도자들을 숙청한다고 해서 전쟁이 승리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전쟁이 수렁으로 빠질수록 크렘린과 군부 사이에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전쟁 책임을 놓고 비난전(blame game)이 본격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2008~2012년 러시아 대통령을 지냈으며 푸틴의 최핵심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23일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목표는 러시아를 모욕하고 분열시키며 궁극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라며 “러시아를 계속 압박하면 세계는 핵 재앙의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위협했지만, 정작 텔레그램 채널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축출되거나 붕괴하면 러시아가 5∼6개의 핵무장 국가로 쪼개질 것”이라며 “이것이 정신나간 미래 예측이나 싸구려 소설일까? 아니다”라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참으로 묘한 여운을 남기는 경고라고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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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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