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제 발등 찍은 러시아 - 러, 우크라이나 침공시 세웠던 3가지 목표 모두 좌절 - 푸틴, 마리우폴 함락으로 탈출구 찾을 가능성 - 러시아군, 마리우폴 도시 90% 파괴했지만 정작 점령못해
  • 기사등록 2022-03-23 14:00:21
  • 수정 2022-03-24 07:57:02
기사수정



[좌절된 러시아의 3가지 목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2일(현지시간)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세웠던 3가지의 중요한 목표가 모두 좌절되었다”고 평가하면서 “미국은 계속 우크라이나의 방위를 지원하고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러시아의 3가지 목표는 ① 우크라이나를 예속시키려 했고 ② 러시아의 힘과 명망을 전 세계에 과시하려 했으며 ③ 미국과 동맹을 약화시키는 데 두었다”면서 “그러나 러시아는 전쟁 개시 한 달이 다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우크라이나를 예속시키지 못하였으며, 러시아의 군사력을 과시하려 했지만 오히려 러시아군이 실체가 없는 종이호랑이라는 사실을 여지없이 드러냈고 더불어 러시아의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만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3번째 목표인 미국의 동맹 약화 목적도 완전히 실패했다”면서 “동맹은 오히려 단합하고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러시아의 푸틴이 가졌던 모든 목표들이 다 실패했으며 오히려 러시아의 본모습을 그대로 노출해 더 이상 러시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마저도 사라지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까?]


러시아의 3가지 목표가 좌절되었음을 확인한 미국은 앞으로 세 가지 방향에서 러시아의 전쟁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째, 우크라이나가 자신을 방어할 수 있도록 무기 등을 계속 지원할 계획이며, 둘째, 러시아에 대해 가혹한 제재를 부과해 러시아가 정당하지 않은 전쟁을 일으킨 데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리번 보좌관은 밝혔다.


①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미 '가미카제(神風) 드론'으로 불리는 장비를 포함해 8억달러(약 9천876억원) 규모의 무기를 지난 16일(현지시간) 지원하기로 한 미국은 21일(현지시간)에도 장거리 대공미사일 시스템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방어 능력을 제공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이날 “미국의 초점이 우크라이나군이 사용법을 알고 훈련을 받아 익숙한 방공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기 힘든 미국산 방공 미사일이 아니라 구소련제나 러시아제 방공 시스템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미 언론에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구소련이나 러시아에서 만든 방공 미사일을 보유한 나라가 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슬로바키아가 보유한 구소련제 S-300 방공 미사일 또는 터키가 보유한 러시아제 S-400 방공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각각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측에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러시아와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우려해 거부해왔고, 그 대안으로 방공미사일 제공을 검토해 왔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방공미사일을 제공할 경우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② 러시아에 대한 가혹한 추가 제재


설리번 보좌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대가로 가혹한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 했는데 이미 가해진 제재 외에 앞으로 행해질 추가 제재 역시 러시아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23~25일 벨기에 브뤼셀과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할 때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 이르면 24일(현지시간) 300명 이상의 러시아 의원들을 대상으로 제재도 유럽연합(EU)과 G7 공동으로 시행하게 된다.


또한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공동 조처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기적으로도 러시아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전체 원유 수입에서 러시아산(産)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8%나 되는데 이를 짧은 시간 내에 대체하기가 힘들다는 이유 때문에 당초 러시아 원유 금수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무자비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공격이 유럽 전체에 분노와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담에서 러시아산 원유 금수에 대한 지지세가 크게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WSJ은 “유럽 최대 러시아 에너지 소비국인 독일마저 미묘한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에너지 분야의 수입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영국에 이어 EU까지 원유를 금수할 경우 러시아 경제에 결정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합동 행동(joint action)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리번 보좌관은 밝혔다.


더불어 데일립 싱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지난 20일 "현재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를 아직 우리가 다루지 않은 다른 분야로 확대시킬 수 있다"면서 확대 분야에 대해서는 "'커맨딩 하이츠(Commanding heights·국가주도의 기초 산업정책)'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③ 나토 등과의 동맹 강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되면 이에 대한 대응에 미국과 유럽연합간에 이견이 생기면서 동맹이 분열될 것으로 판단했지만 지금 흐름은 러시아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기회로 미국과 나토, 그리고 EU와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있고 실제로 그 성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25일에도 벨기에 브뤼셀과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한다. 24일(현지시간)에는 나토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대러 추가 제재를 발표하고 기존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다.


[푸틴, 탈출구 찾을 수 있을까?]


이렇게 푸틴의 당초 계획은 산산이 무너졌다. 개전 한달이 다 됐지만 우크라이나의 어느 도시 하나 제대로 점령한 곳이 없다. 급기야 러시아는 극초음속미사일까지 꺼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러시아가 초조하고 당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극초음속 미사일 공격을 가한 것을 두고 "그것을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이어 “우린 푸틴이 마을과 도시, 시민들을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보고 있고, 그것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한다”면서 “푸틴의 이러한 행동은 러시아의 무기 공급 부족 여부 또는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모멘텀을 다시 얻으려는 러시아 군대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 부족과 관련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미사일 방어망도 변변하게 갖춰진 것이 없는 우크라이나에 푸틴이 미사일 방어망으로도 막기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이지만 그렇게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해서 현재의 판세를 뒤집을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또한 그만큼 푸틴이 지금의 전세에 대해 초조하게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푸틴은 어떠한 구상을 하게 될까? 다행스런 것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대해 22일(현지시간) "국가 존립이 위험에 처했을 때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국가의 존립이 위기에 처했을 때만 핵무기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러시아군의 집중적 포위 작전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전황과 관련 “러시아군 활동의 주요 목표는 이 도시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부대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점령이 러시아군 군사작전의 목적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핵무기 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러시아의 공언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일단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져가지 않는 한 핵무기 사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 가정한다면 지금 상황에서 러시아도 뭔가 출구전략을 찾아야만 한다.


그런데 패스코프 대변인의 말 속에 중요한 단서가 하나 보인다. 바로 마리우폴 함락이다. 그런데 패스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부대들을 제거”하는데 마리우폴 함락의 의미를 두었다. 여기서 패스코프 대변인이 말한 민족주의자 부대란 '잔혹 부대'로 불리는 아조프(아조우) 연대를 말한다.


▲ 우크라이나 남동부 해안 도시 마리우폴을 지키고 있는 아조프 연대. [사진=아조프 연대 홈페이지]


원래 아조프연대의 뿌리는 극우 민족주의자가 만든 민병대다. 지난 2014년 5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 반군이 전쟁을 일으켰을 때 이를 방어하기 위해 반러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싸웠고, 6월에 마리우폴을 탈환하는 공을 세웠다. 그리고 그해 11월 공식군으로 편입돼 우크라이나 내무부 지원을 받고 있으며 이후 1000여명의 부대로 성장해 마리우폴을 지키고 있다.


물론 이 부대가 2014년 당시만 해도 그 일부 구성원들이 나치주의자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독일의 도이체벨레(DW)는 "아조프 연대가 정규군이 되면서 극우 활동과 분리됐다“면서 ”훈련 과정에서 극우 사상이 있는 군인은 적발되기도 하는 등 우익 극단주의와 분리됐다"고 했다.


또한 올레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한 신문에 “아조프 연대를 잔혹한 우익 민족주자로 악마화한 건 러시아 프로파간다 효과로도 볼 수 있다”면서 “아조프 연대가 돈바스 전쟁에서 잘 싸우면서 러시아에서 눈엣가시가 됐다”고 전했다.


그런 아조프연대를 러시아가 ‘나치세력’이라 적극 강조하면서 “이 부대의 제거에 마리우폴 함락의 의미를 두었다”고 주장하는 것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대해 영국 BBC는 2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남은 아조프 연대의 군인들을 생포해 우크라이나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침공 당위성을 선전하는 도구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결국 러시아의 1차 출구전략은 마리오폴을 함락하는 것으로부터 풀어나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내의 나치세력을 제거했다고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로써 러시아의 1차 목적이 달성됐다고 보고 슬슬 출구를 찾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만약 마리우폴을 함락시켰으면서도 계속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한다면 러시아는 그야말로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날이 따뜻해질수록 러시아에게는 유리한 국면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마리우폴의 도시 90%가 기능을 상실할 정도로 무자비한 폭격을 감행했음에도 도시를 점령하기 위한 부대를 들여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가전을 펼치면 러시아군이 전혀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는 바로 러시아가 그토록 눈엣가시로 여기는 아조프 대대가 버티고 있어서다.


여기에 러시아의 딜레마가 있다. 그래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민간인들까지 대대적으로 학살하는 무자비한 포격을 감행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두고볼 일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1109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