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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 운명 걸린 러시아의 키이우 함락작전 - 휴전협상 앞두고 유리한 국면 차지하기 위한 러시아의 전략 - “우크라이나 전쟁의 핵심은 시간, 우크라이나 이길 수 있다” - 동유럽 3국 총리 키이우 도착, 전세 새국면
  • 기사등록 2022-03-16 22:32:19
  • 수정 2022-03-17 14: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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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키이우 초토화 작전 개시]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키예프)에 대한 러시아군의 총공세가 다시 시작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에 휴전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를 키이우 함락에 던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키이우 함락은 사실상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부를 우크라이나 중심에서 내쫓았다는 의미, 더불어 수도를 함락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접수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명분 때문에 애초부터 키이우 함락에 러시아군 작전의 제1목표를 두었으나 번번히 이 작전이 실패하면서 러시아군은 체면을 구겼었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15일째인 지난 10일(현지시간)부터 러시아군은 키이우 점령을 위한 재정비를 시작했으며 결국 러시아군은 키이우 북쪽으로 15km 지점까지 접근했다. 러시아군은 작전 개시 하루만에 일부지역의 경우 5km정도를 더 접근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이번 작전에 임하는 러시아군의 각오는 남다르다. 이번 키이우 점령 작전에 실패하면 러시아군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러시아군은 최근 이 지역 부대의 구성을 대폭 재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은 “키이우 인근에 60여㎞ 이상 늘어섰던 러시아 증원·보급 부대 행렬이 대부분 흩어진 것이 위성사진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들 후속 부대가 최전선 부대와 합류해 대대적인 공격을 가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 세계 제2차 대전과 지금의 우크라이나 상황을 비교한 사진 [사진=트위터]


문제는 시가전이다. 키이우 점령을 위한 러시아군의 작전이 또다시 시작된 지 6일째가 되어가는 16일 현재까지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결국 시가전의 열세를 러시아군이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대도시의 시가전은 공격하는 쪽이 매우 불리하다. 방어하는 쪽이 당연히 복잡한 시가지의 구조와 상황 정보에 훨씬 밝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러시아군이 키이우 함락작전을 또다시 시작했으면서도 벌써 1주일여가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 특별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러시아군은 함락작전이라기보다 아예 키이우를 초토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4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이 시가전을 벌여도 별 소득이 없을 것으로 생각해 러시아가 압도적인 화력을 동원해 초토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엄청난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문제는 러시아군이 아무리 초토화 작전을 펼친다해도 키이우라는 우크라이나 수도의 모두를 파괴할 수는 없다는 것이고, 더불어 러시아군이 그렇게 쏟아 부을 포탄이라도 제대로 준비되어 있는지가 의문이라는 점이다.


또 아무리 초토화를 한다해도 그 다음에는 러시아군이 어차피 시가지 진입을 해야하고 그때 또다시 시가전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된 러시아군에는 젊고 경험 없는 병사들이 대부분인데 반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보다는 훨씬 더 훈련받은 병사들이 많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우수한 대전차 무기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제공한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은 물론이고, 발사할 때 후폭풍이 거의 없는 대전차 미사일 발사 장치인 영국과 스웨덴 합작품 NLAW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러시아군이 무차별 융단폭격으로 키이우를 초토화시킨다고 해도 키이우를 완전히 손에 넣기는 쉽지 않다.


또한 러시아가 이렇게 장기간 키이우 함락작전을 벌일 수 있는 군사장비는 물론이고 다른 보급품들의 조달 역시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국제전쟁학연구소의 벤 배리 연구원은 시가전의 특성상 공격군이 방어군을 압도하려면 최대 9배의 병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러시아군이 과연 그렇게 숫자적 우위, 보급품 우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출신의 이고리 브세볼로도비치 기르킨(51)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국방부 장관은 최근 텔레그램 글에서 “공격군과 방어군의 병력 비율은 이미 우크라이나가 우세하며 그 우세는 날로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의 초기 계획은 “과도하게 낙관적”이었다면서 “부분적인 동원체제를 가동하지 않는다면 이 전쟁은 몇 년이 지나도 러시아가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전쟁 종식의 양상을 시나리오별로 조망하면서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점령하려면 무자비한 폭격과 수 주 또는 수개월 동안 가가호호를 상대로 펼치는 시가전을 결합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지금 러시아 입장에서는 최단시간, 길어야 1~2주내에 작전을 마쳐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러시아군이 승리를 장담할 수가 없을 것이다.


[러시아가 대대적 키이우 점령작전을 펼치는 이유?]


그렇다면 러시아는 왜 이렇게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대대적이고 무차별적인 융단폭격을 가하면서 키이우를 점령하려고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키이우의 상징성 때문이다. 키이우가 바로 우크라이나의 수도이고 또 그곳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키이우만 제대로 점령한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장악했다고 선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금도 휴전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에도 4차 휴전협상이 진행된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우리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최소 지난 8년 동안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벌인 전쟁을 중단시키려 하고 있다. 우리는 바로 그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재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중립 지위 확보를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면서 "이 협상은 이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참가자들의 안전 보장과 우크라이나 영토로부터 러시아에 어떠한 위협도 가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탈군사화, 우크라이나의 나치화 정책 중단 등의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러시아가 계속 밝혀온 대로 우크라이나 군사력의 무력화를 의미하는 탈군사화, 반러 친서방 정책을 추진해온 민족주의 성향의 현 우크라이나 지도부 축출을 의미하는 탈나치화, 돈바스 지역 친러 독립 공화국들의 안전 보장 등이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목표임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 협상 대표단을 이끄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15일(현지시간) "매우 어렵고 끈질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근본적인 모순이 있지만 확실히 타협의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그동안 고집해 오던 휴전 조건을 일부 변경 수용하기 시작했으며 우크라이나측과도 일부 이견을 좁힌 것으로 판단된다.


이호르 조브크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도 "러시아 측이 더는 우크라이나에 항복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며 "우리 대표단은 회담 후 긍정적인 분위기를 느꼈다"고 전했다.


이렇게 협상이 점차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와중에 키이우에 대한 점령작전을 펼친다는 것은 그만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압박전술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군의 키이우 사수가 힘들어질수록 협상이 러시아군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키이우 함락에 푸틴의 운명도 달렸다]


그런데 러시아에게 있어서 최악의 상황은 러시아군이 총력을 펼쳐 키이우 함락작전을 재시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다. 이는 곧 푸틴의 운명과도 직결된다. 러시아군이 재정비를 하면서 키이우 함락작전을 펼친 지도 벌써 1주일이 훌쩍 지나버렸다. 이렇게 시간이 간다는 것은 사실상 키이우 함락작전이 실패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16일(현지시간)은 4차 휴전협상이 열린다. 그런데 이날 새벽부터 러시아군은 키이우 전역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러시아군 입장에서는 마지막 발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는 것인데 이마저도 실패한다면 러시아군은 더 이상 키이우 함락작전을 다시 시작하자고 말을 꺼내기도 어렵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키이우 함락이 실패하게 되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 자체가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푸틴이 아무런 성과도 없이 러시아군을 철군시켜야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 이후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이 모든 패배의 화살이 고스란히 푸틴에게 쏟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푸틴의 권좌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동유럽 3국 총리 키이우 도착, 전세 새국면]


이렇게 푸틴의 마음이 급박한 상황에서 색다른 변수가 발생했다.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1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폴란드, 체코, 슬로베니아 등 3개국 총리가 기차를 타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럽연합(EU) 이사회를 대표해 키이우를 방문했으며,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났다.


그런데 이들 세 나라 정상의 키이우 방문이 주목을 받는 것은 키이우가 현재 러시아의 대대적 공세를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최전선이라는 점 때문이다. 더더욱 이들 3개 나라 모두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비록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이들 3개국 정상의 방문은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지지를 보여주려는 행보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이에 대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여기, 전쟁에 짓밟힌 키이우에서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폭압의 세계에 맞서 자유가 싸우는 곳이 이곳”이라고 밝혔다.


야네스 얀샤 슬로베니아 총리도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유럽 국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면서 “우크라이나의 모든 길은 우리의 길이다. 이는 또한 곧 EU의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도 "이번 방문의 목적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에 대한 EU의 분명한 지지를 표현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폭넓은 지원책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지금같이 위험한 시기에 EU와 나토에 소속된 3개국 총리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해 "수도에서 외국 고위 인사를 만나는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놀라운 성과“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잘 막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러시아군이 함부로 이들 3개나라 정상이 있는 키이우를 무차별 폭격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게 또 하루 이틀이 지난다. 속타는 것은 푸틴이다.


여기에다 우크라이나의 키이우 시장은 지난 8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서한을 보내 "교황의 개인적인 방문이 생명을 구하고 키이우와 우크라이나 혹은 그 너머의 평화로 가는 길을 닦는 열쇠"라며 교황의 방문을 공식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상황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어쩌면 푸틴의 강력한 지시 때문에 다시 키이우를 포위하고 함락을 시도할지 모르나 그렇다고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함락시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러시아 전문가인 마이클 코프먼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핵심은 시간”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을 격퇴할 수는 없지만, 우크라이나는 전쟁에선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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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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