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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비밀리에 러시아 지원하려다 딱 걸린 중국 - 러시아, 기밀문서로 중국에 군사-경제지원 요청 - 美, 기밀문서 인지후 즉각 중국에 고위급회담 요청 - 美설리번, 中양제츠에 경고 “좌시하지 않겠다!”
  • 기사등록 2022-03-15 23:09:20
  • 수정 2022-03-16 0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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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18일 만에… 설리번·양제츠 전격 회동]


우크라이나 사태가 3주째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楊潔篪)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아스토리아호텔에서 만나 7시간여 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 등을 논의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10월 스위스 취리히 회동 뒤 5개월여 만이고,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 18일 만이다.


설리반과 양제츠의 만남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가 중대 기로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楊潔篪)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이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아스토리아호텔에서 만나 7시간여 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 등을 논의했다.


[핵심 이슈; 러시아, 중국에 군사장비 지원요청설]


이날 설리반과 양제츠의 만남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된 사항은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장비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가 거센 저항에 직면한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 장비 및 경제 원조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러시아 정부가 중국 측에 어떤 종류의 무기를 요구했는지, 중국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미 당국은 러시아에 대한 정보 취득 방법을 비밀로 하기 위해 어떤 군사 장비를 요청했는지는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NYT는 이어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국가들의 광범위한 제재로 인한 자국 경제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에 추가적인 경제 지원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서방언론의 이러한 보도에 대해 중국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미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겨냥한 가짜 뉴스를 잇달아 유포하는 등 속셈이 매우 사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우리는 줄곧 평화를 권하고, 대화를 촉구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중국 당국이 러시아의 지원요청 자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정작 주미 중국대사관은 이와는 결이 다른 말을 했다고 런던의 더타임스(The Times)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해당 보고서의 존재를 축소하기는 했지만 부인하지는 않았다”면서 “류펑위 대변인은 상황이 당혹스럽다. 긴장된 상황이 악화되거나 통제불능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美, 곧바로 미중 고위당국자회의 요청]


이러한 정보를 입수한 미국은 즉각 중국에 고위급회담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NYT를 비롯한 서방의 언론들이 보도하기 하루 전 고위급회담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즉, 미국이 중국과 회담을 하면서 이번 회담이 갖는 의미를 미리 전 세계에 공표한 것으로 이는 사전에 러시아의 의도를 공개하면서 그러한 이슈가 더 이상 진전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미국이 보여왔던 러시아 관련 정보의 사전 공개를 통해 러시아의 의도나 계략을 차단해 왔던 방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설리반 보좌관은 중국의 양제츠를 만나기 전 CNN, CBS 방송 등에 잇달아 출연해 “우리는 중국이 러시아에 어떤 형태의 물질적, 경제적 지원을 실제로 하는 범위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어떤 나라가 경제 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손실에 대해 벌충해 주는 것을 좌시하거나 지켜보지 않겠다는 점을 중국에 전달했다”며 “제재 회피를 도울 경우 분명히 대가가 있을 것임을 중국에 직접, 비공개로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설리반 보좌관이 이렇게 언론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공개하고 동시에 중국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잇달아 보내는 것은 이러한 정보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러시아의 요청에 중국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할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이 정보가 외교 전문으로 보내지고 정보 당국자들에 의해 직접 전달됐다”면서 “중국이 이런 계획을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중국이 러시아에게 보낸 전문에는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려는 중국의 의향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모호하게 돼 있지만, 이는 실제 상황이며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결국 설리반 보좌관이 양제츠를 이탈리아 로마에서 만나기로 한 것은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적·경제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또 중국 역시 이에 응할 조짐을 보인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중국에 엄중한 경고와 함께 이 시점에서 중국의 역할에 대해 직접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요구1: 러시아 지원 하지 말라]


이번 미중간 고위급회담에서 설리번 보좌관은 양제츠에게 “만약 중국이 러시아에게 무기나 경제적 지원을 강행할 경우, 중국도 지금 러시아가 받고 있는 강력한 제재를 그대로 받을 수도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가 전달한 것은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이나 제재를 위반하는 다른 지원을 할 경우 중대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의 러시아 지원이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과 중국 간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트위터에서 “(러시아를 지원한다면) 중국은 스스로를 상당한 제재에 처하게 만들어 왕따를 자처하는 것”이라며 “거절한다면 적어도 미국·서방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스 회장은 이어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 결정적 순간”이라며 “중국이 푸틴(러시아 대통령) 편에 서서 군사, 경제, 외교적 지원을 제공한다면 단기적으론 제재를, 장기적으론 미국의 깊은 증오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요구2: 전쟁 끝내도록 중국이 러시아를 설득해 달라]


설리반 보좌관은 중국의 대 러시아 지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경고에 이어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더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미국의 백악관이 푸틴에게 전쟁을 끝내도록 압력을 가하도록 중국을 설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군사장비 및 경제적 지원을 중국에 요청했다는 것은 그만큼 러시아가 위태로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사실상 중국이 지원을 거부한다면 러시아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전쟁을 어쩔 수 없이 중단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미국은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러시아의 위기 상황을 중국이 살려주면서 전쟁을 지속시키려 하기보다는 중국이 역으로 전쟁 중단을 설득하면서 전쟁 종료후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는 것이 중국이나 다른 국가들에게도 유익이 될 것이라고 미국은 판단한다는 의미다.


[중국은 어떻게 할까?]


그렇다면 미국의 강력한 경고를 받은 중국은 과연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러시아는 이미 서방세계의 경제제재의 일환으로 국제금융망인 SWIFT에서 퇴출당한 이후 이의 우회경로로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만든 ‘중국판 SWIFT’인 CIPS를 활용하기를 원했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이 우회경로를 활용하게 되면 곧바로 미국이 알게 되면서 중국도 제2차 제재를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지원 요청도 비밀문서로 중국에 전달했지만 미국의 정보망에 걸려들면서 더 이상 중국 역시 비공개적 지원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대놓고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인데 이는 미국 및 서방진영과 졍면대결을 하겠다는 것이어서 중국이 이러한 방식을 채택할 리 만무하다.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동반자살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의 정부고위관료이며 중국전문가인 미켈레 게라치(Michele Geraci)는 “중국이 러시아에게 그같은 지원을 할 강력한 유인요소가 거의 없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국에게도 고통이나 다름없으며 중국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고려한다면 러시아를 지원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WP에 말했다.


게라치는 오히려 “여러 중국 관리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중재를 중국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푸틴과 젤렌스키 사이에서 중재를 하려면 중국은 당연히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러시아에 대해 휴전협상의 당사자로 나서는데도 어려움이 존재한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기를 고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이 무엇을 할 것인지 계산할 때, 중국이 여전히 미국의 지정학적 최우선 관심사인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깊은 불신이 그 모든 협력 요청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다시말해 중국은 러시아와의 전쟁 중단 협상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중국에 해주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유인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방식으로든 휴전 협상을 하게 되면 중립적 위치에 서야 하는데 중국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도 문제다. 자칫 러시아의 분노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러시아편만 들게 되면 우크라이나의 반발을 살 수도 있는 ‘위험한 중재자’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제츠가 설리번을 만났을 때 대만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던 것이다. 양제츠는 러시아의 전쟁종식 중재자로 나서는 조건으로 대만문제에 미국이 깊이 관여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이 그러한 요구를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그래서 이번 설리번과 양제츠간의 협상이 개운하게 마무리되지 못한 것이다.


또한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을 들이지 않고 있는 미국이 다시 대만 문제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중국의 우려사항 중의 하나다. 그래서 중국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푸단대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런샤오 교수는 "미국은 러시아 제재에 집중하면서 중국이 중재하는 데는 사실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이 기회(우크라이나 전쟁)를 활용해 서방 동맹들과 밀착하고, 향후 그들이 중국에 맞서 더욱 뭉칠 위험이 있다"고 SCMP에 말한 것이다.


어쩌면 그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미국은 지금 중국의 러시아 지원을 차단하기만 하면 목적은 달성된다. 중국의 중재가 없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러시아가 설사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해 대도시를 장악한다 하더라도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사실상 또다시 이어질 것이고 이는 러시아 푸틴의 몰락을 가져오는 또다른 출발점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딜레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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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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