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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국이 대북강경파를 신임 한국대사로 보낸 이유? - 골드버그 대사 내정, 북한 및 중국에 강경하게 나간다는 의미 - 철저한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 압박하겠다는 뜻 - 중국 향해서도 철저한 대북제재 이행 요구할 가능성
  • 기사등록 2022-01-28 15: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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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한국대사로 대북 강경파 보낸 美]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신임 주한 미국 대사에 필립 골드버그(65) 주 콜롬비아 대사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들은 26일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골드버그 대사를 내정한 후 지명 절차를 진행 중이고, 우리 정부도 이를 전달받아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필립 골드버그 주 콜롬비아 대사 [사진=콜롬비아 미국대사관]


1년여 넘게 공석인 주한 미국대사에 지명된 것으로 보이는 골드버그 주 콜롬비아 대사는 지난해 연말에 바이든 대통령이 내정을 확정했으며 극비리에 주한 미국 대사 지명 절차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내정자가 우리 정부에 통보된 상태”라고 확인해 줬다. 다만 미국 대사는 공식 지명 뒤 상원 인준까지 2, 3개월가량 걸리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에 부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속도를 낸다면 5월 신임 대통령 취임식 사절단에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함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골드버그 내정자는 누구인가?]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된 골드버그 주 콜롬비아 대사는 한국에서 지낸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기인 2009∼2010년 국무부의 대북 유엔 제재 이행 조정관을 지내면서 ‘대북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골드버그 대사는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따라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1874호 이행을 총괄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당시 중국을 겨냥해 “(대북제재를 위한) 하나의 견해, 하나의 목적”을 내세우며 제재 이행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 때문에 한미 외교가에서 ‘적극적 제재를 통한 대북 압박’을 강조하는 대북 원칙론자 또는 강경론자로 꼽힌다.


2010년 그의 후임으로 로버트 아인혼 당시 비확산 및 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이 임명됐다. 아인혼은 ‘대북 저승사자’로 불리며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대북제재를 이끌었다.


특히 골드버그 대사는 미국 직업 외교관 중 최고위직인 ‘경력대사(career ambassador)’다. 경력대사란 그만큼 골드버그 대사가 베테랑이라는 의미다.


그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6~2008년 주 볼리비아 미국 대사로 시작해 2013~2016년 주필리핀 미국 대사, 2018~2019년 주쿠바 대사대리 등을 역임했다. 같은 경력대사인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게 주 필리핀 대사직을 물려준 인연도 있다.


직업 외교관이 주한 대사로 오는 것은 성 김(2011∼2014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이후 약 7년 만이다. 성 김 대사 이후론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정무직 인사였던 마크 리퍼트, 해군 제독 출신인 트럼프 정부의 해리 해리스가 주한대사로 일했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성 김 대표도 골드버그 대사의 한국행을 지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골드버그 대사 내정이 갖는 의미]


골드버그 대사는 한마디로 대북제재 전문가이다. 다시 말해 북한에 관한 한 전문가라는 뜻이다. 특히 그가 국무부의 대북 유엔 제재 이행 조정관을 지냈던 오바마 행정부 당시보다 지금의 북한 상황이 결코 낫다고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국이 왜 골드버그를 한국대사로 지명했는지 이해가 간다.


일단 골드버그의 한국 대사 지명은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이 김정은 정권의 전복 같은 강경한 군사대응이 아니라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를 통한 압박 형식으로 끌고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트럼프 정부 당시 해군 제독 출신의 군사전문가인 해리 해리스 대사와는 결이 다른 대북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골드버그 대사가 철저한 ‘직업 외교관’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외교적으로 북한 문제를 풀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더욱 이번 골드버그 대사의 내정 소식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제재 행보 중 나왔다는 점에서 그의 이력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새해 들어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 지난 12일 독자 제재를 가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도 추가 제재를 요청했다.


아마도 골드버그 대사가 공식 지명 후 상원 인준을 받아 한국에 부임하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를 선언한 북한에 확실한 ‘경고’ 메시지를 줄 것으로 보인다.


골드버그의 한국대사 내정과 관련해 비슷한 시기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대표로 활동했던 글린 데이비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6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골드버그 대사가 임명된다면 대북 제재 관련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와 효과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재무부와 국무부, 백악관에서 20여년 간 제재와 비확산 문제를 담당했던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골드버그 대사가 제재 정책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안다는 점이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VOA에 말했다.


그는 특히 “대이란 제재 이행에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그의 내정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대북제재 뿐 아니라 대 이란 제재 등에서의 한국 정부와의 소통도 직접 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루지에로 연구원은 “미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정보가 더 많다”며 “골드버그 대사와 같은 고위급이 외국의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과 협력을 중단할 것을 권고하고, 북한의 활동을 추적할 적절한 정책을 함께 구상할 경우 많은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인혼 전 특보도 “이번 지명은 바이든 정부가 한미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골드버그 대사가 미국 외교가의 최고의 전문가 중 하나이며 수많은 탁월한 주한 미국대사들의 계보를 잇는 가장 최근에 임명된 대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뜻은 북한 및 중국에 강경하게 나간다는 것]


결국 골드버그 대사를 주한 미국대사로 보낸다는 것은 북한은 물론이고 대북제재 이행에 소극적인 중국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나갈 것임을 암시한다.


이런 시점에 마크 램버트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가 “한국은 중국의 공격적인 행동에 맞설 의지가 있다”며 대중 견제 동참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된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26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화상대담에서 “한국은 중국에 대한 비판보다 캄보디아나 미얀마, 쿠바의 잘못을 비판할 때 훨씬 더 잘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중국을 비판할 때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미국의 인식이 담긴 언급으로 풀이된다.


램버트 부차관보는 이어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대응한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은 중국의 공격적 행동에 맞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후 “한·일 양국이 협력하지 않을 때 미국은 덜 안전하다”며 한·미·일 3국 협력을 통한 대중 견제 의지를 피력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대중 외교의 방점이 ‘강경노선’ 유지에 찍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는 5월 출범할 차기 한국 정부에 분명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관점에서 5월에 들어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떠하냐에 따라 한미간에 통일된 방향으로 의견이 합치되면 대북제재 및 대북압박에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효율적인 대북정책을 수행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의견이 다를 경우 한미간에 대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특히 미국이 최근 북한을 겨냥해 독자적 대북제재와 함께 유엔 차원 제재까지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정부와 어떻게 조율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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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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