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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EU와 화해 시도한 中, “너무 늦었다!” - SCMP, "中, 화해의 손 내밀었지만 EU 상황 이해 부족" - EU와의 관계회복이 절실한 중국, Eu는 정작 아주 냉랭 - 전랑외교로 유럽 협박한 중국의 자업자득
  • 기사등록 2022-01-05 13:33:53
  • 수정 2022-01-05 15: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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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中, 화해의 손 내밀었지만 EU 상황 이해 부족"]


유럽연합(EU)과 최악의 갈등상황에 빠져 있는 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해 최근 독일을 비공식으로 방문, 독일 싱크탱크에 대한 제재 철회 논의를 포함해 화해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사실이 확인돼 그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 중국이 독일에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고 보도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자 기사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훙보(吳紅波) 중국 유럽사무 특별대표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지난해 11월 마지막주 독일 저명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MERICS) 측 인사들을 만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SCMP는 “중국 전직 관료들로 구성된 해당 대표단은 당시 베네룩스 3국과 아이슬란드를 순방하던 중”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중국측이 독일의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MERICS, Mercator Institute for China Studies) 측 인사들을 만난 이유는 이 기관에 대한 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3월 유럽연합(EU)이 신장(新疆)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4명의 중국 관리와 국영단체 1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자 곧바로 EU이사회 정치안전위원회(PSC)와 MERICS에 대해 보복제재를 가한 바 있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대표단은 MERICS에 대한 제재 철회를 원하는 게 분명해 보였고, 자신들이 뭔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MERICS에 대한 제재 철회를 계기로 독일은 물론이고 EU와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려 했지만 중국측의 이러한 노력은 “너무 늦었다”고 했다.


이미 EU의 중국 제재 관련 논의가 끝난 상황이고 돌이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EU는 해당 회동 바로 다음 주인 12월 6일(현지시간) EU가 위구르족 인권 탄압과 관련한 제재를 2022년 12월 8일까지로 1년 더 연장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EU의 대 중국 제재는 1989년 베이징 천안문 광장 사태 후 처음일 정도로 강력한 조치였는데, EU는 대중국 여론 악화 속 중국의 인권과 관련한 제재 연장을 발표한 것이다.


SCMP는 이와 관련해 “중국 대표단과 MERICS의 회담이 길게 이어졌고, 매우 고무적이었지만 양측 관계 재설정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은 중국 측이 EU 내 상황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독일 글로벌공공정책연구소의 토르슈텐 베너(Thorsten Benner) 연구원도 SCMP에 "MERICS와 만난 것은 중국이 MERICS를 배제하려는 전략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마지못해 인정한 것"이라며 "중국이 공격적인 입장에서 크게 물러 물러서지 않는 한 EU-중국 관계 개선에는 어떠한 진전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U와의 관계회복이 절실한 중국]


사실 EU라는 존재는 중국이 미국과의 디커플링을 넘어설 수 있는 최상의 발판이었다. 그래서 지난 트럼프 정부 당시 미국이 강력하게 디커플링을 밀어 붙일 때도 여유가 있었던 것은 거의 7년 넘게 공들여 온 EU와 투자협정(CAI) 체결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가 터지면서 EU와의 투자협정 체결이 보류되었고, 급기야 2021년 5월말 사실상 백지화 수순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중국은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


중국은 EU의 이러한 손절을 막기 위해 유럽내 몇몇 국가들에 SOS를 치면서 분위기 전환을 노렸고 이와 동시에 중국에 대한 문제 제기에 앞장선 EU의회 의원들과 단체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면서 공격적 외교를 병행했다.


그러나 이는 중국의 오판이었다. EU의 의회 의원을 제재했다는 것은 결국 EU의회 자체를 제재한 것이나 다름없고, 이는 EU 전체 국가들에 대한 정면 도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사과나 재발방지 등의 약속은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EU를 분열시키기 위한 공작을 하고 나서자 유럽사회는 격분하면서 그나마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들마저 등을 돌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4월 28일 열린 EU 의회 회의에서는 30명 이상의 의원이 중국의 EU 의원 제재를 비판하기에 이르렀고, 독일과 프랑스 등 9개국은 해당 국가의 중국 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여기에 리투아니아가 17개 중유럽 및 동유럽 국가와 중국과의 협의체인 ‘17+1 체제’를 탈퇴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단절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이 기폭제가 되어 결국 중국의 사활을 건 외교적 노력은 사실상 물거품이 된 것이다.


특히 반중국 태도를 보이는 리투아니아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유럽사회를 더욱 들끓게 만들었다. 중국의 외교부 대변인까지 나서 리투아니아의 자존심을 건드렸고, 이와 함께 외교적·경제적 제재까지 나서자 리투아니아와 운명 공동체인 발트 3국, 곧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에게 곧바로 전이되면서 공동의 분노로 표출되게 되었고, 이러한 분위기는 전 유럽사회로 퍼져 나가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중국 공산당은 좌불안석이다. 미국의 중국을 향한 디커플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고, 이를 타개하는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EU인데 이젠 그 길마저 막혀버릴 위기에 처했으니 기를 쓰고 이를 다시 되돌려보려는 시도를 중국이 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 바짓가랑이 붙잡는 중국]


이러한 중국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바로 독일 메르켈 총리의 퇴진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16년간 유럽에서 중국에 가장 우호적 지도자로 손꼽혀왔다.


SCMP는 지난해 8월 10일, “16년 동안 집권하면서 인권 같은 이념적 가치보다는 경제 등의 실용적 가치를 중시해 유럽에서 중국에 가장 우호적인 지도자였던 메르켈 총리가 곧 퇴임하게 되는데 이는 중국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라면서 “중국이 메르켈 총리를 이용해 EU를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었는데 이젠 유럽에서 가장 큰 우호세력을 잃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인권 탄압과 경제적 반칙행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EU가 노련한 심판인 메르켈 총리 없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슈퍼파워의 싸움에 끼게 됐다"고 전망했다. 그만큼 중국을 대변해주고 보호해줄 방어막이 사라진 상황에서 중국의 외교는 상당한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중국은 지난해 12월 '우군'이었던 메르켈이 물러난 후 메르켈의 후광을 이용해 나고 올라프 숄츠 신임 독일 총리의 새 정부와 교류를 위해 지대한 공을 들여왔다.


이유는 딱 한 가지. 지난해 5월 유럽의회가 보류한 EU-중국 포괄적 투자협정(CAI) 비준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독일의 지원을 얻기 위함이었다.


신화 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2월 21일 숄츠 신임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중국은 양국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양국 간 협력은 중국과 EU를 이끌어 왔고, 이는 양국이 시대 발전의 조류에 순응하는 올바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주석은 "건설적인 태도로 EU와 중국 관계를 발전시켜 EU-중국 투자협정이 조속한 시일 내 효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독일측 반응은 냉랭했다. 중국측은 숄츠 총리와의 대화 내용을 상당히 자세히 공개하면서 기대감을 나타낸 반면 독일 정부 측은 간략하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당시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숄츠 총리는 취임을 기해 한 시 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 양국 경제·협력관계 심화와 EU-중국 관계 발전, 국제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중국측 발표와는 상당한 온도차가 난다.


이러한 중국의 독일 포섭 움직임과 관련해 베너 연구원은 SCMP에 "중국이 독일 정부를 설득해 ‘중국-EU투자협정(CAI)’ 비준을 밀어붙이게 할지라도 유럽의회 내 강한 반대 기류를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더 이상 진전은 없을 것이며 사실 아무 소용없는 짓"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2018년까지 주중 EU대사를 지냈던 디트마르 슈바이스구트(Dietmar Schweisgut)는 “양국 관계가 조만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이 EU의회 의원들과 기관들에 대해 보복 제재를 한 상황에서 유럽과의 투자협정 재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그러한 외교적 변화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EU와 진짜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의사가 있는지 의심들게 만든다”고 SCMP에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이 리투아니아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은 유럽사회와 중국을 긍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자체를 완전히 파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의 공격적인 전랑외교 방식이 EU와의 관계를 냉랭하게 만들었고, 또 그러한 외교 방식을 버리지 않은 채 투자협정 체결로의 복귀만 노리는 중국의 태도가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를 더 파괴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이렇게 그나마 중국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독일마저 중국을 냉랭하게 대하고 있는데다 독일의 외교장관마저 완전히 반중적 인사가 들어섬으로써 중국은 더 이상 유럽사회에 발을 디딜 기반을 상실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등돌린 EU, 오히려 반중국 공세 나선다]


이젠 오히려 EU가 중국을 향해 공세에 나서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25일과 26일 화상으로 열린 1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에서도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보편적인 민주적 권리와 기본 자유를 바탕으로 협력을 심화하자”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11월 27일 “EU가 중국의 패권 확대를 경계하며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들에 손을 내밀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홍콩 및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로 유럽과 중국의 외교관계가 급속히 악화됐으며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유럽에서 중국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EU는 지난 3월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연루된 중국 관리 4명과 단체 1곳을 제재한 바 있었는데, 이에 대해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유럽·중국 관계가) 루비콘강(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건넜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9월에는 EU가 대만과의 관계 강화 내용 등을 담은 첫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고, 지난 10월 21일에는 EU의회가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표로 통과시켰다.


그리고 11월 3일에는 의회 대표단이 이례적으로 대만을 공식 방문하면서 EU와 중국간의 관계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가를 또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이뿐 아니다. 역시 유럽사회에서 상당히 친 중국적 행보를 보여왔던 프랑스의 프랑수아 드 뤼지 의원을 비롯한 프랑스 의원 6명이 대만을 방문해 민주주의 국가 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EU는 사실상 등을 돌렸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영국·독일·프랑스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로의 회귀’를 서두르고 있고, 중국과 거리 두기에 나선 유럽 국가들은 일본⋅아세안⋅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렇게 유럽에서마저 손절당한 중국, EU의 상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그저 들이대기 바쁜 중국 외교를 보노라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은 왜 저럴까? 이유는 딱 한가지다. ‘중국이 최고’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중화사상’에 도취된 중국 외교의 속살을 지금 EU와의 관계를 통해 그대로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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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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