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프랑스, 거리의 분노에 국채·은행주 동반 하락]
프랑스가 국가 지출과 경제력 사이의 간격을 빚으로 메워온 대가를 치르고 있다. 고령화로 연금과 의료비는 늘어나는데 성장은 둔화했고, 저금리 시대에 쌓인 부채에는 갈수록 비싼 이자가 붙고 있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19%에 도달했지만 정치권은 지출 조정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 핵심국의 재정 불안이 국채와 금융기관의 신뢰 위기로 번질 경우 충격은 국제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터져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프랑스의 대규모 시위 이후 국채와 주식, 유로화가 함께 하락했다”면서 “프랑스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4.9%로 올랐고 독일과의 금리 차는 약 1.46%포인트로 벌어졌으며, BNP파리바와 소시에테제네랄 주가도 각각 약 3% 떨어졌는데, 시장은 폭력 사태가 적자 감축과 구조개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투자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시위 자체보다 정부의 대응 능력이다. 국민은 생활비 부담과 공공서비스 악화에 항의하지만 정부에는 지출을 계속 늘릴 여력이 부족하다. 지출을 줄이면 반발이 커지고, 이를 피하려 차입을 늘리면 채권시장의 불신이 깊어진다. 프랑스 정부는 더 쓰라는 거리의 요구와 적자를 줄이라는 시장의 압박 사이에 갇혀 있다.
[국가부채 3.6조 유로…왜 계속 불어나는가]
프랑스 통계청 발표를 인용한 르몽드에 따르면 6월 말 공공부채는 약 3조5960억 유로(약 5364조원), GDP의 119%로 194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정부 전망으로는 내년 부채비율이 121.7%까지 오른다. 이미 쌓인 빚의 만기가 돌아오면 새 채권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여기에 매년 발생하는 적자를 메울 차입까지 추가된다.
직접적인 원인은 만성적인 수입·지출 불균형이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공공지출은 GDP의 57.1%, 재정적자는 5.8%였다. 연금·의료·교육·행정 등 광범위한 국가 기능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재원을 모두 확보하지 못했다. 국가가 약속한 혜택과 경제가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재원 사이의 차이를 빚으로 충당해온 것이다.
고령화는 이 구조를 더욱 압박한다. 은퇴자가 늘면 연금과 의료비 부담이 커지지만 경제활동 인구가 이를 충분히 떠받치지 못하면 재정은 악화한다. IMF가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더 오래 일할 유인을 강화하라고 권고한 이유다. 복지를 유지하려면 고용과 생산성, 세수가 그 비용 증가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부담은 국민 생활에도 나타난다. 로이터가 13일 소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금 지출은 2000~2023년 GDP 대비 2.5%포인트 늘었지만 교육 지출은 0.5%포인트 줄었다. 많은 세금을 걷고 국가 지출도 큰데 학교 환경은 나아지지 않는 역설이다. 기존 의무지출이 커질수록 미래 투자와 공공서비스 개선에 사용할 재정 여력이 줄어든다.
[혜택 확대는 쉬웠지만 비용 조정은 어려웠다]
과거 좌파 정부의 복지 확대와 노동시간 단축은 프랑스 모델의 비용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다. 그러나 부채 전체를 특정 정권만의 결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후 우파·중도 정부에서도 적자가 누적됐고 코로나19와 에너지 위기 때 차입이 확대됐다. IMF는 최근 수년간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위기 대응 과정의 대규모 기초재정적자를 지목했다.
기초재정적자는 이자를 제외하고도 정부가 수입보다 많이 쓴다는 뜻이다. 따라서 금리만 내려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2023~2024년에는 예상에 못 미친 세수와 지방정부·사회보장 부문의 지출 초과도 겹쳤다. 지출을 늘린 결정뿐 아니라 그에 맞는 재원 확보와 예산 통제에 실패한 책임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개혁은 정치적 저항에 막혔다. 마크롱 정부가 추진한 연금개혁 가운데 정년 상향과 가입기간 확대는 2028년까지 유예됐다. 영구 폐지는 아니지만 핵심 개혁의 시행을 늦춘 것이다. 지출 조정은 당장 반발을 부르는 반면 추가 차입의 부담은 뒤늦게 나타난다. 정치권이 당장의 충돌을 피할수록 미래의 조정 비용이 커지는 구조다.
[성장 엔진은 약해지고 이자 청구서는 커졌다]
노동시장도 중요한 과제다. 다만 주 35시간제를 근로시간의 절대 상한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프랑스 정부 안내에 따르면 초과근무는 가능하다. IMF가 2007년 소개한 연구는 직접 적용 대상자의 고용에 부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지만, 이를 오늘의 국가부채 전체와 연결할 수는 없다. 핵심은 노동 참여와 생산성을 높여 재원을 확대할 수 있느냐다.
투자 둔화도 부담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EY에 따르면 프랑스가 2025년 유치한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는 852건으로 전년보다 17% 줄었다. 유럽 1위는 유지했지만 성장 기반을 넓혀야 할 시기에 신규 투자 동력이 약해졌다. 기존 자본의 대규모 도피를 뜻하지는 않더라도 고용과 세수 확대를 도울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신호다.
저금리의 보호막도 약해졌다. 과거 싸게 발행한 채권이 만기를 맞아 비싼 새 채권으로 교체되면 이자 부담이 점차 늘어난다. 모든 부채의 이자가 즉시 오르지는 않지만 높은 금리가 오래 지속될수록 예산은 압박받는다. 같은 세금을 걷어도 이자에 더 많이 쓰면 교육과 투자, 복지에 돌아갈 몫은 줄어든다.
[프랑스의 빚이 어떻게 세계를 흔드나]
첫 번째 경로는 금융기관이다.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 이를 보유한 은행·보험사·펀드에 손실 부담이 생긴다. 국가 신뢰 하락이 금융기관의 조달비용 상승과 대출 위축으로 이어지면 기업과 가계가 타격받고 세수도 약해진다. 재정 불안이 금융 불안을 부르고, 금융 불안이 다시 재정을 악화시키는 순환이다.
두 번째는 국제 자금시장이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말 프랑스 공공부채의 약 55%는 해외 투자자가 보유했다. 다양한 자금 공급원은 장점이지만 손실이 국경 밖으로 전달되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환매나 자금조달 압박을 받은 투자자가 다른 유럽 채권까지 매각한다면 프랑스발 충격이 확대될 수 있다. 이는 금융 연결구조에 근거한 위험 시나리오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지원도 자동적이지 않다. 국채시장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하는 전달보호수단(TPI)이 있지만 재정 지속 가능성과 EU 권고 이행 등을 평가한다. 초과적자시정절차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원에서 배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국가 재정의 근본 문제까지 대신 해결해 주는 장치도 아니다.
[Why Times Insight | 개혁을 미루면 시장이 비용을 청구한다]
프랑스 위기의 핵심은 혜택을 약속하는 정치와 비용을 감당하는 경제 사이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데 있다. 복지를 지속하려면 재원을 마련해야 하고, 재원이 부족하면 지출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이를 미루면 부담은 이자와 미래의 세금으로 옮겨간다. 기존 혜택을 지키려다가 교육·투자·공공서비스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
거리의 폭력은 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 마크롱은 급진 극좌 세력과 범죄자들을 폭력의 주체로 지목했다. 일부 우파 정치인은 이슬람주의 세력과의 연계 의혹까지 제기했지만 조직적 연대가 입증된 사실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재정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폭력이 개혁의 정치적 공간을 좁히고 국가의 실행 능력에 대한 불신을 키울 위험이다.
당장 세계 금융위기가 시작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IMF도 “긴 부채 만기와 다양한 투자자, 은행 유동성을 들어 단기 위험은 관리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응할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 결정을 계속 미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프랑스가 스스로 지출과 경제력의 균형을 회복하지 못하면 시장은 더 높은 이자로 조정을 요구할 것이다. 그 청구서는 국민에게 돌아가며, 신뢰가 무너지면 유럽과 세계도 그 비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의 대혼돈에 우리도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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