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훈 whytimes.pen@gmail.com

프랑스 전역을 휩쓴 대규모 폭동과 약탈 사태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정 통제력이 심각한 불능 상태에 빠졌다.
정부 당국의 치안 예측 실패와 소극적인 초기 대응이 국가적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거세게 몰아치는 모양새다. 공공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반발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민생 고통이 분노로 분출된 가운데, 복면을 쓴 과격 무리가 도심 상점을 덮쳐 무차별적인 약탈과 방화를 저질렀다. 릴과 마르세유, 리모주 등 주요 도시의 시청 건물마저 공격받았고 리모주 시청사는 화마에 완전히 파괴됐다. 현장 대치 과정에서 소방대원과 경찰관 1천여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현행범으로 붙잡힌 인원만 2천400명에 육박한다.
치안 당국이 예상 참가 인원을 10만 명 수준으로 대폭 낮춰 잡으면서 초기 현장 대응력이 마비된 점이 화근으로 작용했다. 실제 거리에 쏟아져 나온 인파는 당초 예측의 5배에 달하는 50만 명에 육박했으나, 현장에 투입된 경찰력은 1만 명 안팎에 그쳤다. 야당 진영에서는 지난 2018년과 2019년 '노란 조끼' 시위 당시 6만 명 이상의 경력을 동원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의 안일한 방심이 화를 키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집계한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15%까지 급락하며 2017년 집권 이후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예산안 대립과 금융시장 불안, 고등학생들의 동맹휴학 시위로 궁지에 몰려 있던 마크롱 대통령에게 이번 치안 참사는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파리정치대학 시앙스포의 브뤼노 코트르 정치학자는 "토요일의 종말론적 광경은 국가가 더 이상 나라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줬다"며 "이는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경험"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 선거를 반년 앞둔 시점에서 political 반사이익은 극우 진영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은 "우리 나라는 폭력과 무기력 사이에 갇혀 있다"고 비판하며 정부의 무능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거센 책임론 속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로랑 누녜스 내무장관이 제출한 사직서를 즉각 반려하고 경찰 및 치안 조직의 지휘관 체계를 고수한 채 신속한 재발 방지책 마련을 명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