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미국 물가에 흔들린 금…고점보다 26% 추락]
국제 금값이 연초 사상 최고치보다 약 26% 떨어지면서 금을 대거 사들인 중국에 거액의 평가가치 감소를 안기자 당혹해 하고 있다. 중국은 23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렸지만, 공식 금 보유 평가액은 2월보다 약 640억 달러(약 85조 6천억원) 줄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불안을 피해 금으로 향했던 가계도 가격 하락에 노출됐다. 국가의 장기적인 금 축적과 국민의 안전자산 투자가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금 현물가격이 온스당 4,165.12달러(약 557만원)로, 한 주 동안 약 0.7% 하락했다”면서 “미국의 강한 물가 지표가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를 키우면서 금값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최근 일주일보다 심각한 것은 연초 고점과의 격차”라면서 “1월 2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5,594.82달러(약 749만원)와 비교하면 약 25.6% 떨어진 것으로, 최고가에 매수한 투자자라면 투자액의 4분의 1가량이 줄어든 수준”이라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금은 물가 불안기에 주목받지만, 물가를 잡으려는 금리 인상에는 약해질 수 있다. 금 자체에서는 이자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에서 받을 수 있는 이자가 높아지면 금을 보유할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전쟁과 유가 상승이 불안을 키우더라도, 그 충격이 미국의 긴축으로 연결되면 금값에는 하락 압력이 된다. 안전자산이라고 해서 모든 경제환경에서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이 쌓았는데 보유가치는 640억 달러 증발]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의 공식 통계는 충격의 규모를 보여준다. 금 보유 평가액은 2월 말 3,875억8,800만 달러(약 518조 5천억원)에서 9월 말 3,235억1,700만 달러(약 432조 8천억원)로 감소했다. 약 640억 7,100만 달러(약 85조 7천억원)가 줄었다. 같은 기간 보유량은 7,422만 온스에서 7,747만 온스로 증가했다. 금고에 들어 있는 금은 많아졌는데, 달러로 환산한 가치는 오히려 크게 줄어든 것이다. 9월 한 달에만 평가액이 약 266억 달러(약 35조 5900억원) 감소했다.
다만 약 640억 달러를 매입원가 대비 확정손실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과거 낮은 가격에 산 금은 여전히 이익 상태일 수 있다. 이 수치는 두 시점의 보유 평가액 차이이며, 가격 변화와 추가 매입이 함께 반영돼 있다. 그렇더라도 새로운 자금을 투입해 금을 늘리는 동안 전체 평가액이 줄었다는 사실은 가볍지 않다. 중국의 준비자산 역시 국제 금값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떨어져도 더 사는 중국…장기 전략의 가격표]
중국은 하락장에서도 매입을 이어갔다. 세계금협회가 10월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9월 약 23톤을 추가했다. 23개월 연속 매입이며, 공식 보유량은 약 2,410톤이다. 중앙은행의 장기적인 준비자산 운용을 개인투자자의 ‘물타기’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매입을 계속할수록 금값 변동이 보유자산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장기 전략이라는 설명이 단기적인 평가가치 감소까지 없애주지는 않는다.
비공개 보유분은 불확실성을 더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중국의 실제 금 매입이 공식 발표보다 상당히 많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추정을 소개했다. 그러나 정확한 보유량과 매입 시점·가격을 모르면서 손실이 공식 수치의 두 배라고 계산할 수는 없다. 여기서 드러나는 문제는 불투명성이다. 공개되지 않은 물량이 많을수록 중국이 금값 하락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국가보다 먼저 손실을 견뎌야 하는 국민]
가계의 문제는 더 현실적이다. 중국 투자자들은 부진한 주식시장을 피해 금 ETF로 자금을 옮겼고, 인민은행의 지속적인 매입 발표도 투자심리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9월에는 110억 위안(약 2조 2천억원)이 순유입됐는데도 금값 하락으로 중국 금 ETF의 총자산이 전월보다 2% 줄었다. 새로 돈이 들어와도 기존 보유자산의 가격 하락을 상쇄하지 못한 것이다. 국가의 매입 소식이 개인의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았다.
물론 모든 중국 투자자가 26%를 잃은 것은 아니다. 실제 수익률은 매입 시점과 위안화 가격에 달려 있다. 9월 말 위안화 기준 금값은 연초 대비 약 7% 낮았다. 하지만 고점에 목돈을 넣었거나 빚을 이용했다면 부담은 커진다. 생활비나 대출 상환을 위해 팔아야 하는 사람은 반등을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 자산이 줄었다는 불안이 지출 축소로 이어지면 소비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은행권도 일부 거래서비스에서 물러났다. 공상은행은 7월 24일부터 상하이금거래소 개인 귀금속 거래 대행업무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이를 중국의 모든 금 거래 중단이나 전면 강제청산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은행들의 서비스 축소는 개인 귀금속 거래의 위험 관리 부담을 보여준다. 은행을 통해 투자한다는 사실과 투자원금이 안전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Why Times Insight] 국가 금고의 금과 국민 지갑의 돈은 다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국가가 버틸 수 있는 시간과 국민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다르다는 데 있다. 중앙은행은 수년, 수십 년을 내다보고 금을 보유할 수 있다. 그러나 가계에는 다음 달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대출 상환일이 있다. 정부가 계속 산다는 이유로 국민도 같은 위험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 간극이 하락장에서 드러난다.
첫째, ‘안전자산’이라는 이름이 가격을 보장하지 않는다. 부동산과 주식에 이어 금에서도 손실을 경험한 사람은 “어디에 돈을 넣어도 불안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소비와 투자를 미루고 현금을 움켜쥐려는 심리가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금 투자 손실이 자산시장 안에서 끝나지 않고 내수 부진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는 경로다.
둘째, 달러 의존을 줄여도 미국 금융환경의 영향까지 피할 수는 없다. 금은 자산을 분산하는 수단이지만 미국 금리와 달러 움직임에 크게 반응한다. 이번 하락만으로 중국의 탈달러 전략이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미국 통화정책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한계는 드러났다. 달러 자산의 위험을 줄이는 과정에서 금의 가격 위험을 떠안는 것이다.
셋째, 베이징이 경계해야 할 것은 자산 방어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금값은 반등할 수 있고 국가의 장기 매입도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가계가 회복 전에 손실을 확정했다면 피해는 되돌리기 어렵다. 국가가 금 보유량 증가를 강조하는 동안 국민은 자신의 재산이 얼마나 지켜졌는지를 묻는다. 중국 금 열풍의 진짜 청구서는 국가 금고의 평가액 감소를 넘어, 국민이 떠안은 손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드러날 수 있다.
하나 더. 단기 변수가 있기는 하다. 10월 27~28일 연준 회의가 그것이다. 추가 인상이 현실화되면 금값은 심리적 지지선인 4,000달러를 다시 시험받게 된다. 그러면 중국의 10월 말 보유고 평가액도 추가 감소가 불가피하다. 11월 초 발표될 인민은행 10월 금 보유 통계도 주목된다. 24개월 연속 매입이 이어지고 매입 규모가 커진다면, 베이징이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전략적 축적을 고수하겠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중국으로서는 이러한 금값 변동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어느 누구도 탓할 수 없는 것이 지금 중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