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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中 무역, 결국 ‘단두대’에 올랐다…미국 이어 유럽까지 수출길 막히나? 중국 감싸던 독일까지 돌아섰다 2026-10-08
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중국 감싸던 독일까지 돌아섰다]


중국의 수출경제가 심상치 않은 갈림길에 섰다. 미국이 중국의 과잉생산과 수출에 잇따라 장벽을 세우는 가운데, 그동안 대중 강경책에 가장 신중했던 독일마저 프랑스와 손잡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EU의 무역방어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더구나 프랑스와 독일이 꺼내든 카드에는 필요할 경우 상대국의 EU 단일시장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초강력 조치까지 들어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이라는 또 하나의 거대 고소득 시장마저 좁아진다면 중국의 ‘과잉생산→수출→성장 유지’ 모델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독일의 대중 무역정책 전환’을 집중 조명하면서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중시하며 EU의 대중 무역보복에 신중했던 독일이 이제 프랑스와 함께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맞서 보다 강력한 EU 차원의 산업보호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FT는 “특히 자동차·항공우주·화학 등 독일과 유럽의 핵심 제조업이 중국의 산업정책과 급증하는 수입품에 압박받고 있다”면서 “이는 단순한 정책조정이 아니며, 지난 수년간 EU가 중국에 강경하게 나설 때마다 사실상 제동장치 역할을 했던 독일의 이해관계 자체가 변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9일 베이징 담판…이번에는 셰프코비치가 빈손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마로시 셰프코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이 8~9일 중국을 방문한다. AP에 따르면, 이번 회담이 중요한 이유는 셰프코비치가 과거와 전혀 다른 정치적 환경을 등에 업고 베이징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회담 직전 EU가 중국을 비롯한 불공정 무역국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무역방어수단을 공동 제안했다. 이제 중국과 마주 앉는 셰프코비치 뒤에는 파리뿐 아니라 베를린까지 서기 시작했다.


[하루 10억유로…숫자가 EU를 움직였다]


EU의 태도가 변한 이유는 무엇보다 숫자에 있다. 유럽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EU는 중국에 1,996억유로(약 300조원)어치 상품을 수출한 반면 중국에서는 5,594억유로(약 842조원)를 수입했다. 무역적자는 3,598억유로(542조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9억8,600만유로, 사실상 하루 10억유로(1조 5천억원)씩 적자가 쌓인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방향이다. 2025년 EU의 대중 수출은 전년보다 6.5% 감소했는데, 중국산 상품 수입은 오히려 6.4% 증가했다. 중국산 제품은 유럽으로 더욱 빠르게 밀려오는데 유럽 제품은 중국시장에서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독일이 무너지고 있다]


독일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독일의 대중 수출은 813억유로(122조 3천억원)로 전년보다 9.7% 감소했다. 반대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1,706억유로(약 257조원)로 8.8% 증가했다. 그 결과 독일의 대중 무역적자는 불과 1년 사이 669억유로에서 893억유로로 224억유로(33조 7천억원) 증가했다. 중국은 독일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관계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중국은 독일 자동차와 기계·화학제품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거대한 소비시장이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 기업들이 자동차·기계·화학에서 독일 기업과 직접 경쟁하고, 중국산 제품이 독일과 유럽시장으로 역류하고 있다. 독일 입장에서는 이제 “중국을 자극하면 독일기업이 손해를 본다”는 두려움보다 “중국을 막지 않으면 독일 산업 자체가 흔들린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024년에는 독일이 중국을 막아줬다]


이 대목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불과 2년 전인 2024년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관세를 부과할 때 독일은 반대편에 섰다. 중국시장에서 막대한 이해관계를 가진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중국의 보복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FT는 이번 프랑스·독일 공동제안을 독일 대중정책의 중요한 전환으로 평가했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 때문에 EU 차원의 강경 대응에 신중했던 독일이 이제 핵심 산업 보호를 위해 프랑스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변화가 바로 이것이다.


[마크롱·메르츠가 함께 꺼낸 새 무역무기]


이러한 변화는 결국 구체적인 정책제안으로 이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5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공동서한을 보내 EU의 무역방어 능력을 대폭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두 나라는 크게 두 가지 새로운 수단을 제안했다. 첫째는 배터리·핵심원자재·청정에너지 관련 제품 등 전략분야에서 특정 국가나 공급업체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훨씬 강력한 것은 두 번째다. 덤핑과 막대한 국가보조금, 제한적인 통화태환 등으로 EU 시장의 경쟁을 구조적으로 왜곡하는 국가에 대해 EU 시장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새로운 무역방어 수단을 만들자는 것이다. 문서에는 특정 국가의 이름이 없지만 중국이 사실상 가장 중요한 대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FT가 확인한 프랑스·독일의 공동제안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양국은 기존 EU 무역수단을 보완할 강력한 ‘최후수단’을 만들고, 핵심물자 공급 제한 등 심각한 경제적 압박이 발생할 경우 상대방의 EU 단일시장 접근 자체를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해 관세 몇 퍼센트를 더 부과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국가나 기업이 거대한 EU 시장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제한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자는 것이다.


[파스칼 라미까지 돌아섰다…‘Plan B’가 필요하다]


또 하나 주목할 사람은 파스칼 라미 전 WTO 사무총장이다. 라미는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으로 중국의 WTO 가입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던 대표적인 자유무역주의자다. 그런 그가 6일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국가보조금 문제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던 과거 접근을 재평가하면서, 중국과의 협상을 통한 자율적인 조정을 우선하되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별도의 방어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셰프코비치가 베이징에서 중국 스스로 수출과 덤핑을 완화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Plan A’라면, 협상이 실패했을 경우 유럽이 독자적으로 대응하는 ‘Plan B’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라미가 제안한 Plan B는 자동 브레이크다. 상당히 강력하다. 일정 규모까지는 중국산 제품을 낮은 관세로 수입하도록 허용하되 정해진 물량을 넘어가면 훨씬 높은 관세를 적용하는 관세할당 방식이다. 수입량 급증이나 가격 급락, 국가보조금과 환율 등 객관적인 지표를 활용해 시장왜곡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방어장치가 작동하도록 하고, 시장이 정상화되면 이를 해제하는 방식도 거론했다. 개별 품목을 놓고 수개월씩 반덤핑 조사를 벌이는 것보다 훨씬 신속한 방어막을 만들자는 발상이다. EU가 중국과의 무역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무제한적인 중국산 제품 유입에는 자동 브레이크를 걸자는 것이다.


[중국도 즉각 반발했다]


중국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모를 리 없다. 중국 상무부는 6일 프랑스와 독일의 제안에 즉각 반응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상호의존은 위험이 아니며 이해관계의 융합은 위협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보호주의로는 경쟁력을 높일 수 없고, 디커플링과 공급망 단절은 양측 모두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와 독일에 EU가 보호주의적 수단을 남용하도록 부추기지 말고,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안보 문제로 확대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중국의 표현은 외교적이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EU가 새로운 무역무기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EU가 중국을 마음대로 압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는 강력한 반격 카드가 있다. 바로 핵심원자재와 희토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희토류 원소’와 ‘희토류 영구자석’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EU 집행위원회 공식자료에 따르면 EU가 사용하는 희토류 자석 수요의 98%를 중국산 수입이 충족하고 있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전기차 모터와 풍력터빈, 로봇, 산업용 모터와 첨단 전자장비에 필수적이다.


중국이 이를 보복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유럽 제조업 역시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역설적으로 바로 이 취약성이 EU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무역방어수단을 서둘러 구축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중국의 계산은 ‘EU를 다시 갈라놓는 것’]


따라서 중국이 앞으로 택할 전략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EU 전체와 정면으로 싸우기보다 중국시장에 이해관계가 큰 국가와 기업들을 설득하고, 핵심원자재 공급망을 지렛대로 활용하며, 베이징 협상에서 제한적인 양보를 내놓아 EU의 강경조치 시행을 최대한 늦추려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결정적인 변수가 하나 생겼다. 독일이다. FT가 이번 변화를 별도로 ‘독일의 대중 무역정책 전환’이라고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일이 프랑스와 계속 같은 편에 선다면 중국이 EU를 상대할 때 활용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균열선 가운데 하나가 약해진다. 그래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새로운 관세가 아니다. 독일이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의 문제다.


[Why Times Insight | 중국무역이 ‘단두대’위에 올라선 이유]


이번 EU의 변화는 단순한 대중 무역정책 수정이 아니다. 중국의 경제성장 방식 자체와 연결된 문제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와 소비부진 속에서도 막대한 제조업 생산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태양광·철강·화학·기계 등에서 쏟아지는 생산물을 내수만으로 모두 소화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시장은 중국 경제의 중요한 출구다.


그런데 미국이 이미 그 출구를 좁히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는 유럽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바로 그 유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구나 과거 중국을 압박하려 할 때마다 신중론을 폈던 독일까지 돌아섰다. FT가 이번 변화를 ‘pivot’, 즉 정책 방향의 전환이라고 평가한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여기에 EU가 단순한 반덤핑 관세를 넘어 필요할 경우 단일시장 접근까지 제한할 수 있는 신속한 무역방어수단을 갖추기 시작한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프랑스와 독일이 실제로 요구한 것도 바로 이런 방향이다.


중국은 결국 생산을 줄이거나, 내수에서 더 많이 소화하거나, 다른 해외시장으로 더 많은 제품을 밀어내야 한다. 그러나 생산을 줄이면 성장과 고용이 흔들린다. 내수 확대는 중국이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구조적 과제다. 제3국으로 수출을 더 밀어내면 그 나라에서도 또 다른 무역마찰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것이 곧바로 중국경제의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에는 아세안·중동·중남미 등 대체시장이 있고, 희토류와 핵심원자재라는 강력한 반격 카드도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이라는 세계 최대급 고소득 소비시장 두 곳이 동시에 중국의 과잉생산에 방어벽을 세우는 상황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래서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9일 베이징 회담에서 중국이 무엇을 내놓느냐만이 아니다. 중국이 제한적인 양보로 시간을 벌려 하는지, EU 내부의 중국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가와 기업들을 움직여 독·프 공동전선을 흔드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중국이 희토류를 비롯한 실제 보복에 나섰을 때도 독일이 지금의 입장을 유지하는지를 봐야 한다.


미국이 먼저 문을 좁혔다. 이제 유럽도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동안 그 문이 닫히지 않도록 붙잡고 있던 독일까지 손을 놓기 시작했다. 중국 무역이 ‘단두대’ 위에 올랐다고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진짜 승부는 9일 베이징 담판이 아니라, 중국의 첫 보복이 시작되는 순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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