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지난 3월 EU 정상회의에 참석한 오르반 빅토르 전 헝가리 총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유럽연합이 신규 회원국의 민주적 가치 훼손과 정책 의결 방해를 막기 위해 투표권 박탈을 포함한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이 향후 새롭게 합류할 회원국을 대상으로 내부 협력 질서를 어기거나 민주주의 가치에 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 투표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무려 16년 동안 장기 집권하며 EU의 핵심 외교·안보 정책마다 거부권을 행사해 온 오르반 빅토르 전 헝가리 총리 사례의 재발을 막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조치다.
마르타 코스 EU 확대 담당 집행위원은 현지시간으로 6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EU에 더 이상의 '오르반 빅토르'가 나와선 안 된다"고 밝히며 "신규 회원국들이 법치주의, 민주주의, 또는 우리의 가치에 위배되는 행동을 할 경우 더욱 신속한 (제재)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가 구상 중인 방안에 따르면 신규 회원국에는 가입 후 15년 동안 일종의 수습기간이 부여된다. 이 기간에 EU의 공통 가치를 훼손하거나 정책 협력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신속하게 투표권을 박탈하는 제재를 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같은 고강도 대책이 수술대에 오른 배경에는 친러시아 성향이었던 오르반 전 총리의 집요한 국정 방해가 자리 잡고 있다. 오르반 전 총리는 재임 시절 우크라이나를 향한 900억 유로(약 156조 원) 규모의 대출 지원안을 비롯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협상 착수, 대러시아 추가 제재안 등 주요 사안마다 반대표를 던지며 정책 추진을 마비시킨 바 있다.
현재 EU의 일반 입법과 정책 결정은 15개국 이상이 찬성하고 해당 국가들의 인구가 전체의 65%를 넘으면 가결되는 Qualified Majority(특정다수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신규 회원국 승인이나 외교·안보 등 민감한 현안은 27개 전체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을 요건으로 한다. 이로 인해 단 한 곳의 소수 회원국이 반대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해 전체 의결을 무산시킬 수 있는 구조적 약점이 지속되어 왔다.
기존 리스본 조약 제7조에도 회원국의 투표권을 정지할 수 있는 제재 규정이 명시되어 있으나, 발동 절차가 대단히 엄격하고 복잡하여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에 따라 EU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기존 규정 대신 투표권 박탈 기준을 낮추고 제재를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려는 모습이다.
다만 해당 안전장치가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기존 회원국 전원의 동의 절차를 통과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또한 신규 가입국에 대한 제재 조치는 영구가 아닌 한시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코스 위원은 "만약 이번 조치가 무기한으로 시행된다면, EU는 1등급 회원국과 2등급 회원국이 존재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제도의 남용 가능성에 대해 경계감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