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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m 거대 용암 아치 무너져... 하와이 명물 호레이 해식 아치 수장 550년 세월 견딘 자연의 걸작, 허리케인 강타 직후 바닷속으로 자취 감춰 2026-10-03
한재국 whytimes.pen@gmail.com

하와이 빅아일랜드 호레이 해식 아치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 SNS 갈무리]

하와이 빅아일랜드 화산 국립공원의 상징이자 대표적 자연 경관인 27미터 높이의 '호레이 해식 아치'가 폭풍우를 견디지 못하고 침몰했다.


약 5세기가 넘는 긴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온 이 암석 구조물은 현지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현무암 지층이 거센 태평양 파도에 깎이면서 독특한 형태를 갖추게 됐다. 마치 커다란 코끼리가 코와 다리를 바다에 내민 듯한 특이한 형상 덕분에 해당 지역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필수 탐방 코스로 큰 인기를 누려왔다.


수십 년간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지형이었으나, 최근 빅아일랜드 남쪽 지역을 관통한 허리케인 '놀로'의 폭풍우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끝내 형체를 잃고 말았다. 국립공원 관계자들이 현장 점검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아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실이 최종 확인됐다. 지난달 23일까지만 해도 멀쩡히 서 있던 아치가 공원 통제가 이뤄졌던 27일 밤 사이에 해일과 강풍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비보를 접한 공원 관리청은 공식 소통 채널을 통해 아치와의 작별을 고하며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번 비극은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닌, 오래전부터 예견된 자연적 수순이었다. 지난 2018년 킬라우에아 화산의 대규모 분출로 강한 지동이 발생했을 당시, 아치를 받치고 있던 주변 절벽에 심각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에 공원 측은 방문객 안전을 확보하고자 기존에 운영하던 전망 시설을 닫고, 절벽에서 멀찍이 떨어진 지점에 새로운 관람 구역을 마련하는 등 대비책을 세워왔다.


가중되는 기후 변화와 잦은 열대성 기온 이상으로 강력한 파도가 들이칠 때마다 아치 하단부를 구성하던 암석들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나갔다. 국립공원관리청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이 아치가 가진 한계 수명을 공식 인정하면서, 언젠가 파도 속에 묻히고 새로운 자연 지형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남기기도 했다. 결국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유산은 세월의 무게와 거친 비바람을 이기지 못한 채 원래 태어났던 바다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