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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를 통째로 걸었다”…푸틴, 돈·병력·세금까지 ‘마지막 올인’ 2027년 국방비 기존 계획보다 27% 폭증…3년간 50조 루블 2026-09-30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2027년 국방비 기존 계획보다 27% 폭증…3년간 50조 루블]


블라디미르 푸틴이 러시아의 돈과 병력, 세금과 국가부채까지 우크라이나 전쟁판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2027년 국방비를 기존 계획보다 무려 27% 늘린 17조1000억 루블로 확대하고, 같은 날 군 병력 정원도 또다시 늘렸다. 한마디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올인하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푸틴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는 바로 그 순간 전쟁의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북부 도네츠크에서 진행 중인 ‘비발디 작전’을 통해 지금까지 176㎢를 되찾았다고 발표했고, 드론과 무인지상차량, 기만전술을 결합한 새로운 전쟁 방식까지 실전에 투입하고 있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푸틴은 러시아의 미래까지 저당 잡힌 이 ‘올인’으로 정말 우크라이나 전쟁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로이터통신은 29일, “러시아 정부 예산문서를 입수해 2027년 국방비가 17조1000억 루블, 약 2026억 달러로 책정됐다”면서 “이는 지난해 작성했던 기존 계획 13조5000억 루블보다 무려 27% 증가한 규모로,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최대이며, 앞으로 3년 동안 러시아가 투입할 국방비만 약 50조 루블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더욱 주목되는 것은 러시아 정부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국방비 증가세를 낮추는 방향의 중기계획을 세웠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 전쟁 비용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이 계획은 사실상 무너졌다. 올해 공식 국방예산은 12조1000억 루블이지만 실제 지출 규모는 기밀이다. 따라서 27%라는 숫자는 올해 실제 지출과 비교한 증가율이 아니라 기존에 계획했던 2027년 예산 대비 증가폭이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 결국 러시아가 선택한 것은 군사비를 줄여 평시 경제로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정반대였다. 더 많은 돈을 무기와 탄약, 방산공장과 병력에 쏟아붓는 장기전 체제를 선택한 것이다.


[돈 늘린 바로 그날 병력도 늘렸다]


더 의미심장한 장면은 같은 날 벌어졌다. 러시아어 매체인 메두자(Meduza)는 “푸틴은 28일 러시아군 정원을 다시 늘리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면서 “전체 군 정원은 244만1630명, 이 가운데 군인은 155만500명으로 확대됐는데, 이번에 늘어난 정원은 1만5500명”이라고 밝혔다.


메두자는 이어 “군병력 증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면서 “올해 들어서만 3월, 6월, 7월에 이어 네 번째 증원인데, 불과 7개월 동안 네 차례 증원으로 늘어난 전체 정원은 5만2500명, 이 가운데 군인은 5만500명”이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첫 4년 동안 증원령이 세 차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 병력 확대 조치의 빈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는 푸틴이 국방예산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실제 군사력 확대와 연결하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잇따른 증원이 전선 손실 보충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다.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향후 추가 군사 수요에 대비해 더 큰 상비전력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일머니 줄자 세금·국채까지 끌어온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다. 전쟁 초기 러시아는 막대한 석유·가스 수입을 이용해 전쟁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재와 에너지 수출환경 변화가 누적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석유·가스 세입 전망을 7조6000억 루블로 낮췄다. 반면 정부 총지출 전망은 48조6000억 루블까지 늘었고, 올해 재정적자 전망도 GDP 대비 1.6%에서 3.2%로 두 배 높아졌다.


그래서 크렘린이 꺼낸 카드가 증세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금속·광산업 등에 새로운 초과이익세를 부과해 연간 약 2000억 루블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금융소득 과세도 강화된다. 예금 이자와 배당, 증권 매매차익 등에 누진세를 확대해 약 400만 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비우호국’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배당세율도 15%에서 35%로 올라간다.


그러나 세금을 더 걷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러시아 정부는 국내 차입을 확대하고 국부펀드까지 끌어쓰고 있다. 로이터가 확인한 예산문서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올해 순차입 규모를 26% 늘려 5조 루블로 확대하고,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부펀드에서도 4590억 루블을 꺼낼 계획이다. 국가부채 역시 2027년 GDP의 21.7%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결국 푸틴이 전쟁판에 올리고 있는 것은 국방예산만이 아니다. 세금도, 국가부채도, 러시아의 비상금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대포는 지금, 청구서는 나중에”]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의 알렉산더 콜리안드르는 “이번 러시아 예산 분석에 아예 ‘Guns Now, Pay Later’, 즉 ‘대포는 지금, 청구서는 나중에’”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구조다. 전쟁과 사회복지 지출을 우선하고 다른 부문을 압박하면서 세금을 더 걷고, 그래도 모자라는 돈은 차입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내 국가부채는 2025년 초 23조7000억 루블에서 올해 9월 33조2000억 루블까지 증가했다.


문제는 전쟁경제가 길어질수록 군수산업과 민간경제 사이의 자원 경쟁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높은 금리를 감수하면서 국내 자금을 국채로 흡수하고, 방산기업이 노동력과 자본을 빨아들이면 민간기업이 사용할 자원은 그만큼 줄어든다. 그래서 이번 예산은 단순한 ‘국방비 증액’이 아니다. 푸틴이 앞으로도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러시아 경제구조 자체를 장기전 체제로 묶어두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그런데 전쟁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러시아가 돈과 병력이라는 전통적인 군사력의 규모를 더욱 키우는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전쟁의 방식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크라이나 제3군단이 북부 도네츠크에서 벌이고 있는 ‘비발디(Vivaldi) 작전’이다.


로이터는 28일 제3군단장 안드리 빌레츠키 준장의 발표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비발디 작전의 최근 단계에서 51㎢를 추가 수복, 작전 개시 이후 되찾은 영토가 총 176㎢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노베·리드코두브·카테리니우카 등 3개 마을을 추가로 탈환하고 2개 지역의 통제권도 되찾았다고 밝혔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되찾았느냐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에게 주공 방향을 오판하도록 유도해 예비병력을 다른 축에 소모하게 만든 뒤 실제 공격축을 타격했다. 드론과 무인지상차량 등 무인체계도 적극적으로 투입됐다.


이 작전의 전략적 의미도 단순히 마을 몇 곳을 되찾았다는 데 있지 않다. 러시아군은 북부 도네츠크에서 우크라이나의 주요 방어 거점을 압박해 왔다. 비발디 작전은 바로 이 러시아군의 공세축을 흔드는 작전이다. 전쟁연구소(ISW) 역시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거둔 성과를 ‘작전적으로 중요한(operationally significant)’ 진전으로 평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렇다고 전황 전체가 우크라이나 쪽으로 뒤집혔다고 볼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동시에 막대한 병력과 돈을 투입하는 것만으로 결정적 돌파를 만들어내기 어려워지는 전쟁이 되고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Why Times Insight ; 문제는 ‘올인 이후’다]


푸틴의 선택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국방비 27%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국방예산뿐 아니라 병력, 증세, 국가부채, 국부펀드까지 동시에 동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쟁이 끝나면 다시 평시 경제로 돌아간다는 계산보다 장기전에 대비한 국가구조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돈과 병력을 더 투입한다고 반드시 같은 비율로 전과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드론과 전자전, 무인지상차량, 장거리 타격체계가 병력과 전차의 이동을 제약하면서 대규모 지상군의 운용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비발디 작전은 우크라이나군이 이런 변화된 전장 환경에서 기만전술과 무인체계를 결합해 국지적 반격 성과를 만들어낸 사례다.


그렇다고 러시아의 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여전히 더 큰 병력과 방위산업 생산능력을 갖고 있고, 동부전선에서도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봐야 할 것은 단순히 “러시아가 얼마나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는가”가 아니다. 그 막대한 추가 투입을 실제 영토 획득과 군사적 성과로 얼마나 전환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푸틴의 ‘올인’이 가진 위험이 있다. 17조1000억 루블의 국방비와 155만 명 규모의 군 병력, 증세와 국가부채 확대, 국부펀드까지 동원하고도 결정적인 군사적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러시아는 전쟁비용과 경제적 부담을 동시에 떠안게 된다.


푸틴은 지금 전쟁을 끝내기 위해 판돈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러시아라는 국가의 판돈을 더 크게 올리는 길을 선택했다. 그래서 푸틴에게 진짜 위험한 순간은 ‘올인’하는 지금이 아니라 그 이후다. 러시아를 통째로 걸었는데도 전쟁의 지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그때부터 푸틴에게 돌아올 청구서의 크기는 지금과 전혀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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