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대만독립에 반대한다고 말하라”…시진핑이 던진 승부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고 수준의 국빈 예우를 받으면서 관영매체들을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정작 중국 국민들에게 내놓을 만한 뚜렷한 방미 성과를 확보하지 못한 채 귀국해 중난하이가 깊은 우울감에 빠졌다. 가장 공들였던 ‘대만독립 반대’라는 미국의 입장 변경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관세는 장기 타결 대신 두 달짜리 휴전에 그쳤으며, 첨단기술·희토류 문제에서도 결정적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미국 안방에서 ‘G2 지도자’의 위상을 과시하려던 TV 선전효과마저 첫날부터 차질을 빚으면서, 화려했던 국빈방문과 빈약한 결과 사이의 간극만 더욱 선명해졌다. 시진핑에게 가장 뼈아픈 대목은 바로 이것이다. 레드카펫과 예포는 워싱턴에 남았고, 베이징으로 돌아가 중국 국민들에게 “이것이 이번 방미의 성과”라고 내놓을 결정적 전리품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은 26일, “시진핑 주석의 이번 방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기존 표현을 한 단계 바꾸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압박했다는 점”이라면서 “중국 측 회담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24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대만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 이는 미국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do not support)’보다 한발 더 나아간 ‘반대한다(oppose)’는 표현을 요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시진핑의 요구가 미국의 기존 입장을 미묘하지만 의미 있게 변화시키려는 압박이었다”면서 “단어 하나의 차이처럼 보이지만 베이징에는 상당히 중요한데, 미국이 공식적으로 ‘대만독립에 반대한다’고 선언한다면 중국은 이를 워싱턴이 대만 문제에서 베이징 쪽으로 한 걸음 이동했다는 외교적 성과로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로이터는 “더구나 정상회담 전부터 시 주석이 1982년 미중 공동성명을 근거로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 중단까지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면서 “회담 직전 이를 시진핑의 주요 대미 요구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대답은 “말도 정책도 바꾸지 않는다”]
그러나 회담이 끝난 뒤 워싱턴에서 나온 메시지는 정반대였다.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국대사는 CNBC 인터뷰에서 “대만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과 대만관계법, 미중 3대 공동성명, 6대 보장을 계속 유지한다”면서 “우리는 표현을 바꾸지 않는다. 우리의 입장도 바꾸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퍼듀 대사는 이어 “미국은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지만 중국의 강압 역시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현행 정책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대만 정부 역시 “미국으로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같은 설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26일 “시진핑과 대만 문제를 많이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진핑은 자신이 대만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시진핑이 직접 꺼낸 ‘반대’라는 표현은 트럼프의 공개 발언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백악관 문서엔 아예 ‘대만’이 없었다]
더 상징적인 장면은 양국의 회담 발표문에서 나타났다. 중국 측은 시진핑이 미국에 ‘대만독립 반대’를 요구했다는 내용을 공개했지만, 백악관이 회담 이후 발표한 팩트시트에는 대만이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측 자료에는 무역·투자와 러시아·북한·이란 등 지정학적 현안, 마약 문제 등이 담겼지만 중국이 중요하게 부각한 대만 문제는 빠졌다. 결국 베이징은 자국 발표문을 통해 시진핑의 요구를 강조했지만 이를 미국이 동의한 정상회담의 공동 성과로 만들지는 못했다.
이 차이는 이번 회담의 성격을 보여준다. 로이터에 따르면, 양국 정상이 같은 테이블에 앉았지만 민감한 현안에서는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놓았고, 대만 문제에서는 미국의 기존 공식 입장이 유지됐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AI·무역·대만·이란 등 핵심 현안에 뚜렷한 돌파구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140억달러 무기판매도 살아 있다]
시진핑이 풀고 싶었던 또 하나의 대만 현안은 미국의 무기판매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은 1982년 ‘8·17 공동성명’을 근거로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중단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약 140억달러 규모의 신규 대만 무기판매 패키지가 지연된 상태다.
그러나 이 문제에서도 중국이 요구한 ‘판매 중단’이라는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대만 외교당국은 “정상회담 이후에도 워싱턴이 대만의 국방 수요와 국방투자 확대 의지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양측이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에서도 얻은 것은 ‘두 달’이었다]
경제 분야에서도 장기적인 돌파구는 나오지 않았다. 미중 양국은 오는 11월 만료될 예정이던 무역휴전을 내년 1월까지 약 두 달 연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장기적인 관세 타결이라기보다 협상을 계속하기 위한 시간을 추가로 확보한 성격이 강하다.
로이터가 정상회담을 정리하면서 가장 먼저 지적한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미중은 더 큰 무역합의를 계속 논의하기로 했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보한 것은 두 달짜리 휴전 연장이었다”는 것이다.
시진핑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관세 압박을 구조적으로 제거한 것도 아니고 장기간의 관세 면제를 확보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중국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모든 무역 양보를 받아낸 것도 아니다. 결국 양국 모두 충돌을 잠시 뒤로 미뤘을 뿐 핵심 갈등은 그대로 남았다.
[AI·첨단기술도 돌파구 없었다]
첨단기술에서도 판을 바꿀 만한 합의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상회담 전부터 AI는 주요 의제로 거론됐지만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통제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희토류와 핵심광물 문제 역시 협상 테이블 위에 남았다.
로이터는 이번 정상회담을 “화려한 상징성에 비해 실질적인 내용은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AI·무역·대만·이란 등 민감한 문제에서 돌파구가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기술 압박을 완화시키는 구조적 양보를 얻었다고 국내에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가 됐다.
[설상가상,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화면’까지 사라졌다]
정책 문제와 별개로 시진핑에게 예상하지 못했던 악재도 있었다. 미국 TV 방송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CNN·MS NOW·폴리티코의 백악관 출입을 제한하면서 미국 주요 TV 방송사들의 공동 풀 취재가 중단됐고, 그 여파로 시진핑 국빈방문의 핵심 첫날 행사들이 미국 TV를 통해 정상적으로 생중계되지 못했다.
25일 법원 결정 이후 CNN의 출입이 복원되면서 미국 방송사들의 백악관 풀 취재도 재개됐다. 로이터는 “이날이 시진핑 방미 기간 중 미국 방송사들이 처음으로 라이브 풀 영상을 제공한 날이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중국의 대외선전이 완전히 무산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가장 상징적인 첫날 장면의 미국 내 노출이 크게 줄어든 것은 분명하다. 베이징 입장에서는 의외의 악재였다.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은 중국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국제사회에 중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외교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레드카펫은 화려했다…그런데 무엇을 가져왔나?]
역설적인 것은 의전만큼은 최고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에게 성대한 국빈 예우를 제공했다. 백악관 행사와 국빈만찬, 국립문서보관소 방문까지 이어지면서 미국은 중국 국가주석을 세계의 핵심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대우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테이블로 들어가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대만 정책의 문구는 바뀌지 않았다. 대만 무기판매 중단도 확보하지 못했다. 무역전쟁은 종전이 아니라 두 달짜리 휴전 연장에 그쳤다. AI와 첨단기술에서도 구조적 돌파구는 공개되지 않았다. 여기에 중국이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 안방의 TV 화면까지 첫날에는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로이터가 이번 국빈방문을 “상징은 무거웠지만 실질은 가벼웠던” 회담으로 평가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Why Times Insight: 시진핑에게 남은 가장 곤혹스러운 질문, “그래서 무엇을 가져왔나?”]
이번 방미를 평가할 때 중요한 것은 시진핑의 표정이나 심리 상태를 추측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중국 국민과 공산당 엘리트들에게 무엇을 ‘미국에서 얻어온 성과’라고 제시할 수 있느냐다. 분명한 것은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바꿀 정도의 미국 측 공개 양보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특히 시진핑이 직접 요구한 ‘대만독립 반대’라는 한 단어를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회담 직후 퍼듀 대사가 “표현도 바꾸지 않고 입장도 바꾸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선을 그은 것은 그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 방미를 상징하는 장면은 어쩌면 국빈만찬이나 군악대가 아닐지도 모른다. 시진핑 앞에 깔린 레드카펫은 길었지만, 베이징으로 가져갈 외교적 전리품 목록은 그보다 훨씬 짧았다. 일부에서는 미국측에서 시진핑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것을 요구할지 이미 간파하고 의전을 화려하게 하여 중국측을 한껏 고무시킨 뒤 시진핑이 내놓은 요구조건들을 완전 묵살함으로써 중국측이 반발도 하지 못하게 입을 틀어막은 것이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 경쟁의 결승전이 아니라 다음 충돌을 잠시 미뤄놓은 휴전에 가까웠다. 그리고 다음 국면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신호 가운데 하나는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에 남아 있다. 140억 달러 규모 대만 무기판매다. 그러나 이 문제 역시 사실상 이미 결정된 것이고, 미국이 이를 중국측에 양보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시진핑은 더욱 우울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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