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하늘에서 떨어진 우크라이나의 ‘로봇 특공대’]
우크라이나군이 세계 전쟁사에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중폭격 드론이 폭탄 대신 자폭형 지상로봇을 싣고 러시아군 전선 너머 10㎞ 이상 깊숙한 후방으로 날아가 ‘로봇 특공대’를 내려놓은 것이다. 전자전으로 러시아군의 눈을 가리고 드론과 로봇을 보병보다 먼저 투입한 뒤 기계화부대가 돌파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세가 실제 전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전쟁 방식이 실험된 작전의 이름이 바로 ‘비발디 작전(Operation Vivaldi)’이다.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22일, “이번 작전의 중심에는 우크라이나 제3군단이 있는데, 제3군단장 안드리 빌레츠키 준장은 중폭격 드론이 자폭형 무인지상차량(UGV)을 싣고 러시아군 전선 너머 10㎞ 이상 깊숙한 후방까지 운반해 투입했다고 밝혔다”면서 “제3군단은 이를 세계 최초의 전투 방식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 전문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도 22일 이를 “적 후방 10㎞ 이상에서 이뤄진 자폭형 UGV의 세계 최초 전투 공중투하”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지상로봇은 스스로 땅을 달려 전선으로 접근해야 했다. 지뢰밭과 포격지대를 통과하고 러시아 FPV 드론의 감시까지 피해야 했기 때문에 작전 반경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군은 발상을 뒤집었다. 로봇을 전선까지 달려가게 하는 대신 아예 하늘로 들어 올려 전선을 건너뛰게 만든 것이다.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대형 드론이 지상로봇을 싣고 적진을 넘어가 후방에 내려놓으면 로봇의 작전 반경은 더 이상 ‘얼마나 멀리 달릴 수 있는가’가 아니라 ‘운반 드론이 얼마나 깊이 침투할 수 있는가’로 바뀐다”면서 “그 순간 러시아군의 지휘소와 통신시설, 보급로와 예비대 집결지는 전선에서 10㎞ 이상 떨어져 있더라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게 된다”고 짚었다.
[러시아의 눈부터 가렸다]
그러나 비발디 작전의 진짜 핵심은 로봇 하나가 아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로봇을 투입하기 전에 로봇이 싸울 수 있는 전장을 먼저 만들어놓았다. 제3군단은 작전에 앞서 러시아군 후방 보급망을 체계적으로 공격했다. 처음에는 전선 후방 50㎞까지, 이후에는 타격 범위를 120㎞까지 확대했다.
연료와 보급시설, 통신망과 지휘체계가 공격 대상이 됐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표적이 연료였다. 러시아군의 전자전 장비 상당수는 디젤 발전기에 의존한다. 연료 공급이 흔들리면 차량과 장갑차만 멈추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드론을 방해하는 전자전 체계의 운용능력까지 떨어질 수 있다. 즉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진지를 정면에서 두드리는 대신 러시아군의 눈과 귀, 연료와 신경망부터 끊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이런 중거리 차단작전이 러시아군의 전자전 능력을 약화시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레만 방면에서 드론 우위를 확보하고 기계화 기동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은 반격이 시작된 사실조차 제대로 몰랐다]
다음 단계는 철저한 은폐다. 제3군단 부사령관 막심 조린은 비발디 작전 성공의 중요한 이유로 엄격한 정보통제를 꼽았다.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전황 공개를 최대한 차단하고 전자전과 대드론 체계를 동원해 러시아군의 전장 인식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특히 제3군단은 여러 전자전 체계로 구성된 이른바 ‘Protective Drone’ 시스템을 통해 약 2만 대의 러시아 드론을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의 ‘눈’을 가린 뒤에는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기갑부대를 밀어 넣었다.
ISW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중장비 이동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던 비에 젖은 지형까지 이용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차를 이런 환경에서도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한 뒤 장갑차량을 예상 밖의 지역에 투입해 세레드녜로 진입했고, 해당 부대 지휘관은 이 과정에서 손실 없이 기습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드론이 전장을 빈틈없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기계화 기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최근 전장의 통념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레만 북쪽 최소 125㎢…러시아 ‘북쪽 집게’를 흔들었다]
성과는 지도에서도 나타났다. 9월 15일 비발디 작전을 처음 공개했을 당시 빌레츠키는 우크라이나군이 75㎢에서 러시아 침투병력을 제거하고 추가로 10㎢의 점령지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역시 당시 이 수치를 전하면서 광범위한 드론전 때문에 현장의 영토 변화를 독립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작전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9월 22일 ISW는 “비발디 작전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레만 북쪽에서 최소 125㎢를 해방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제3군단은 샨드리홀로베와 데릴로베를 해방하고 드로비셰베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은 1·2단계 과정에서 러시아군에 3,000명 이상의 인명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 인명피해 수치는 독립적으로 검증된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군의 발표치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
[왜 하필 레만이었나?]
비발디 작전의 전략적 의미는 지도를 보면 더 선명해진다. 러시아군은 레만 북쪽에서 내려오는 ‘북쪽 집게’와 도브로필랴 방면에서 올라오는 ‘남쪽 집게’를 연결해 슬로비안스크·크라마토르스크·드루시키우카·코스탄티니우카로 이어지는 우크라이나의 이른바 ‘요새 벨트(Fortress Belt)’를 크게 포위하려 했다. 레만 북쪽 러시아군 돌출부는 바로 이 북쪽 집게의 중요한 축이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군의 목표는 단순히 마을 몇 곳을 되찾는 것이 아니었다. 러시아가 도네츠크 북부에서 추진하던 광범위한 포위작전의 한 축 자체를 흔드는 것이었다.
ISW는 15일 이미 “비발디 작전이 러시아의 요새 벨트 광역 포위 구상을 교란하는 데 ‘작전적으로 중요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친크렘린계 러시아 군사블로거 역시 우크라이나군의 성과가 러시아의 슬로비안스크 방면 공세를 지연시킬 것이라고 인정했다”고 ISW는 전했다.
그리고 22일 ISW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비발디 작전이 진지전에서 벗어나 제한적이나마 기계화 기동을 다시 전장에 도입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한 것이다.
[로봇이 먼저, 보병은 나중에]
결국 비발디 작전을 관통하는 원칙은 하나다. 사람을 집어넣기 전에 기계를 먼저 집어넣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보다 동원 가능한 병력이 제한적이다. 병력을 대량 소모하면서 참호 하나, 마을 하나를 차례로 빼앗는 소모전을 장기간 계속하기 어렵다.
비발디 작전은 이 약점을 기술과 작전 설계로 보완하려는 시도다. 먼저 중거리·장거리 드론이 러시아군 후방의 연료와 보급망을 끊는다. 전자전과 대드론 체계가 러시아 정찰드론의 눈을 가린다. 공격드론과 공중투하 로봇이 보병보다 먼저 적진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마지막에 장갑차와 보병이 그 틈을 파고든다. 드론→전자전→로봇→기갑→보병이 하나의 공격 체계로 움직이는 것이다. 무기 하나의 혁신이 아니라 전쟁을 수행하는 순서 자체를 바꾸려는 실험이라는 점에서 비발디 작전의 의미가 크다.
[그래도 ‘전쟁 전체의 역전’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선도 그어야 한다. 비발디 작전의 성공이 곧바로 우크라이나가 전쟁 전체의 주도권을 되찾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러시아군은 여전히 여러 전선에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ISW 역시 비발디 작전을 평가하면서 “제한적(limited)”인 수준에서 기계화 기동 요소를 다시 도입한 사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다만 중요한 변화는 있다. 러시아군은 비발디 작전 이후 레만 방면의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추가 예비대를 재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SW는 22일 친크렘린계 러시아 군사블로거와 러시아 서부군집단 관련 소식통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을 계속하고 있으며, 러시아군이 제레베츠강 일대 방어선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병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적어도 레만 전선에서는 러시아가 밀고 우크라이나가 막기만 하던 일방적인 구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비발디의 ‘사계’…이제 다음 장면이 중요하다]
작전 이름 ‘비발디’는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협주곡 ‘사계(The Four Seasons)’에서 따왔다. 그리고 제3군단이 공개한 계획에 따르면 비발디 작전은 모두 4단계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다.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확보한 지역을 방어하는 데 그칠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군이 예비대를 끌어오는 상황에서도 공세를 이어가 레만 북쪽 러시아군의 배치를 더 깊게 흔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이번 작전의 전술이 다른 전선에서도 반복 가능한지가 중요하다. 한 번의 기습이라면 ‘전술적 성공’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드론으로 적의 눈을 가리고, 후방을 끊고, 로봇을 먼저 집어넣은 뒤 기계화부대가 돌파하는 방식이 다른 전선에서도 반복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때 비발디는 하나의 작전명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군의 새로운 공세 교리가 될 수도 있다.
[Why Times Insight]
비발디 작전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비발디 작전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레만 북쪽에서 최소 125㎢를 해방했다는 125㎢라는 숫자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군이 보여준 것은 병력 열세를 기술과 작전 설계로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실전 사례다. 러시아군 후방 최대 120㎞까지 보급망을 타격하고, 전자전과 대드론 체계로 적의 눈을 가린다. 그리고 중폭격 드론이 자폭형 지상로봇을 싣고 러시아군 전선 너머 10㎞ 이상 깊숙이 들어가 내려놓는다. 사람이 들어가기 전에 기계가 먼저 싸우는 것이다.
과거의 전쟁에서는 보병과 기갑부대가 길을 열고 무인체계가 이를 지원했다면, 비발디에서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방식은 그 순서를 뒤집는다. 무인체계가 길을 열고 사람이 그 뒤를 따라간다.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하다. 러시아처럼 병력이 많은 군대를 상대하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사람과 사람을 맞바꾸는 소모전보다 기계와 기술을 먼저 소모해 사람을 보존하는 전쟁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비발디 작전 하나로 우크라이나가 전쟁 전체의 주도권을 가져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ISW의 최신 평가처럼 이번 작전은 적어도 드론이 전장을 지배하는 환경에서도 치밀한 준비와 전자전, 중거리 차단공격을 결합하면 제한적인 기계화 기동을 되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더구나 러시아군이 레만 방면을 안정시키기 위해 예비대를 끌어오기 시작했다면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이미 러시아군의 행동을 바꾸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비발디의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다. 러시아 후방 10㎞에 떨어진 ‘로봇 특공대’가 단 한 번의 기발한 기습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사람이 아닌 기계가 먼저 전선을 뚫는 새로운 공세전의 출발점이 될 것인가. 비발디의 다음 ‘계절’이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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