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1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안보리 회의장[신화=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에 대한 제재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연장하려 했으나 상임이사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안보리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미국이 주도한 이란 제재 감시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안(2027년 9월까지)을 안건으로 올려 표결을 실시했다. 전체 15개 이사국 가운데 11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파키스탄과 소말리아는 기권을 선택했으나,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하면서 안건은 최종적으로 넘지 못했다.
해당 전문가 패널은 지난해 발동된 유엔의 제재 복원(스냅백) 조치에 따라 다시 설정된 대이란 제재 조치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는지 조사하고 모니터링하는 임무를 담당해 왔다. 앞서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개국(E3)은 이란이 2015년 체결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지난해 9월 스냅백을 발동했으며, 이에 따라 같은 해 9월 27일 자로 대이란 유엔 제재가 다시 적용됐다. E3와 미국은 이러한 법적 절차에 따라 1737 이란 제재위원회와 이를 보좌할 독립적 전문가 패널의 권한 역시 회복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제재가 복원된 이후에도 위원 위촉을 둘러싼 이사국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실제 전문가 패널이 구성되어 활동에 들어가지 못하는 파행이 이어졌다.
러시아와 중국은 스냅백 발동 자체의 정당성은 물론 전문가 패널이 가진 법적 기반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표결에 앞선 발언에서 "스냅백에 따른 제재 복원은 불법이며,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 역시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방권 국가들이 이란 문제를 구실 삼아 안보리 내 갈등을 의도적으로 키우고 있으며, 미국이 평화적 대화 대신 대립 구도를 다지는 길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측은 중·러의 거부권 행사가 이란의 제재 회피를 감시할 독립적 기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즉각 반발했다. 제니퍼 로체타 주유엔 미국 부대사는 표결 종료 후 "이번 거부권 행사는 안보리 의무를 위반하고 불량 정권을 지원하려는 자신들의 활동을 폭로하는 보고서를 억압하기 위해 전문가 패널의 임명이나 임기 갱신을 막으려는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로체타 부대사는 과거 대북 제재 전문가 패널이 해체된 정황을 끌어오며 "독립적인 전문가 패널이 없다면 안보리는 제재 위반에 관한 공정하고 증거에 입각한 보고의 핵심 원천을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 실제 유엔 대북 제재를 전담해 오던 전문가 패널 역시 2024년 4월 말 러시아의 임기 연장안 거부권 행사로 인해 활동을 종료한 바 있다.
이처럼 안보리를 통한 제재 이행 감시가 차질을 빚자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서방권은 대체 수단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을 드러냈다. 현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프랑스의 제롬 보나퐁 주유엔 대사는 제재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이란의 핵 의무 준수를 끌어내는 핵심 수단임을 강조하며, 실효성 있는 이행 보장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2024년 대북 제재 전문가 패널 해체 당시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1개국이 모여 출범시킨 '다국적 제재 모니터링팀(MSMT)'과 유사한 외각 감시 체계 구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이란 정부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러시아와 중국의 유엔 헌장과 국제법, 안보리의 권위를 수호하기 위해 다시 한번 확고한 입장을 보였다"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안보리를 악용하려는 냉소적인 시도를 저지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