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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사우디 초유의 사태, 메카에 공습경보...엄청난 무기 사들인 사우디는 왜 후티에 쩔쩔매나? 메카에 긴급경보…그리고 실제로 드론이 날아왔다 2026-09-16
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메카에 긴급경보…그리고 실제로 드론이 날아왔다]


이슬람 최고 성지 메카에 공격 가능성을 알리는 긴급경보가 울렸다. 그리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우디 방공망은 메카 제한공역으로 접근하던 후티 드론을 실제로 격추했다. 문제는 이 공격을 받는 나라가 지난해에만 832억달러를 군사비로 지출하고 미국과 1420억달러 규모의 방산 판매·협력 패키지까지 체결한 사우디아라비아라는 점이다. 도대체 사우디는 왜 천문학적인 돈을 무기에 쏟아붓고도 비정규 무장세력 후티의 공격에 이토록 쩔쩔매는 것일까?

로이터통신은 16일,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이날 이슬람 최고 성지 메카에 긴급경보를 발령했으며, 이후 후티가 발사한 드론 한 대를 메카 남쪽에서 격추했다고 발표했다”면서 “투르키 알말리키 연합군 대변인은 드론이 메카 제한공역에 들어오기 전에 요격됐으며 잔해가 메카 남쪽에 떨어졌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후 후티는 메카를 공격하려 했다는 사우디 측 주장을 부인했다. 로이터는 “후티가 2017년에도 메카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어 “중요한 것은 드론 한 대가 아니라, 이슬람 세계의 심장인 메카를 보호하기 위해 사우디가 실제 방공작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는 사실”이라면서 “사우디는 성지의 안전을 ‘레드라인’이라고 선언했지만, 그러나 후티의 공격은 이미 사우디 군사시설까지 확대됐다”고 짚었다. 최근 카미스 무샤이트 공군기지를 겨냥한 후티의 미사일·드론 공격 과정에서는 민간인 13명이 부상했다.


[사우디, 지난해 군사비만 832억달러]


그런데 정규군도 아닌 후티반군에 이렇게 쩔쩔매는 사우디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후티에 맞서는 나라가 군사적으로 빈약한 국가라면 설명은 간단하다. 그러나 사우디는 정반대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사우디의 2025년 군사비 지출은 832억달러에 달했다. GDP의 6.5% 수준이다. 사우디는 오랫동안 세계 최대 무기수입국 가운데 하나였으며 미국산 전투기와 방공체계, 정밀유도무기 등을 대규모로 도입해왔다.


여기에 2025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리야드 방문 당시 미국과 사우디는 거의 1420억달러 규모의 방산 판매·협력 패키지를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를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방산 판매 합의라고 설명했다. 공군과 우주전력, 미사일방어, 해양·해안안보, 육군 현대화, 통신체계뿐 아니라 훈련과 지원까지 포함됐다.


돈이 없어서 못 싸우는 나라가 아니다. 무기가 없어서 못 싸우는 나라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후티 앞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지는가?


[첫 번째 이유, ‘외적’보다 ‘쿠데타’를 걱정했던 군사구조]


사우디군의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는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가 ‘쿠데타 방지(coup-proofing)’다. 사우디 왕정은 역사적으로 군사력이 하나의 강력한 조직으로 결집하는 것을 경계해왔다. 군사력이 지나치게 한곳에 집중되면 외부의 적을 상대하기에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군부가 왕정을 위협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우디에는 국방부 소속 정규군 외에도 국가방위군 등 복수의 무장·안보기관이 존재한다. 중동 군사체제를 연구한 학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왕정의 생존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군의 통합지휘와 전투효율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오랫동안 지적해왔다.


예멘전에서 사우디의 군사적 성과를 분석한 연구 역시 이러한 쿠데타 방지형 군사구조가 군사적 효율성을 제약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즉 왕정을 군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조가 역설적으로 외부의 적과 싸울 때 군대의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최첨단 무기는 샀지만 ‘싸우는 시스템’은 살 수 없었다]


사우디의 두 번째 문제는 더 근본적이다. 무기를 구매하는 것과 전투력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투기와 미사일은 돈으로 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조종사와 정비인력, 정보·감시·정찰체계, 지휘관의 판단력, 부대 간 합동작전 능력과 오랜 실전경험은 완제품처럼 수입할 수 없다.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군대를 연구한 졸탄 바라니는 “인사와 능력주의, 훈련, 책임성 등의 문제가 막대한 국방투자가 실제 군사적 효율성으로 전환되는 것을 제약해왔다”고 분석했다. 사우디가 2015년 예멘전에 본격 개입한 뒤 막강한 공군력과 정밀유도무기를 투입하고도 후티를 결정적으로 제압하지 못한 것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다.


[후티는 10년간 전쟁했고, 사우디는 10년간 무기를 샀다]


여기서 양측의 결정적인 차이가 생겼다. 후티는 국가의 정규군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거의 끊임없이 실전을 치렀다. 산악 게릴라전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탄도미사일과 장거리 드론 등 비대칭 전력을 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예멘 홍해 연안을 따라 급속히 세력을 확대하면서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위치까지 진출했다.


반면 사우디는 같은 기간 최첨단 전투기와 미사일방어체계, 정밀유도무기를 계속 확보했다. 한쪽은 전쟁을 하면서 싸우는 방법을 발전시켰고, 다른 한쪽은 첨단무기를 구매하면서 억지력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다. 물론 이를 근거로 사우디 병사 개개인의 ‘전투의지’를 낮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군사비와 첨단장비가 독자적인 전쟁수행 능력으로 완전히 전환되지 못했다는 문제는 예멘전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결국 빈살만은 트럼프에게 SOS를 보냈다]


그리고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후티가 홍해 연안을 따라 진격하고 사우디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빈살만과 트럼프는 두 차례 통화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군이 후티를 직접 공격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미국이 제공하기로 한 것은 정보공유와 표적선정 지원이었다. 미 중부사령부 브래드 쿠퍼 사령관도 사우디를 방문해 협의했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국은 자국의 핵심 국가안보 이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지역 파트너들이 지역 안보 문제를 관리하고 해결하는 데 앞장서도록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이것은 사우디와 미국의 동맹이 끝났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미국은 사우디를 지원하되 사우디가 직면한 모든 전쟁을 미군이 대신 수행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호르무즈 막혔는데 홍해 출구까지 흔들린다]


문제는 사우디가 군사적 위기뿐 아니라 에너지 수송로의 양면 압박까지 받고 있다는 점이다. 호르무즈해협의 선박 통행이 급감하면서 사우디에 더욱 중요해진 것이 동부 유전지대와 홍해 얀부항을 연결하는 약 1200㎞의 동서횡단 송유관이다. 그런데 이 시설마저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됐다. 사우디는 공격 배후에 이란 연계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파는 이미 현실화됐다. 로이터는 15일 “사우디 아람코가 일부 유럽 고객에게 예정됐던 원유 화물을 취소했고 홍해 얀부항의 원유 선적도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동서횡단 송유관은 하루 약 400만 배럴의 원유를 호르무즈를 거치지 않고 홍해로 빼낼 수 있는 사우디의 전략적 생명선이다.


그런데 서쪽에서는 후티가 홍해 연안을 따라 진격해 바브엘만데브까지 압박하고 있다. 후티는 하니시 제도에 이어 바브엘만데브의 페림섬까지 진출했다. 결국 사우디 입장에서는 동쪽 호르무즈에서는 이란의 압박을 받고, 서쪽 홍해에서는 후티가 출구를 위협하는 이중 압박을 받게 된 셈이다.


[다급해진 빈살만, 이번에는 이집트로]


미국의 직접 군사개입을 얻어내지 못한 빈살만은 15일 이집트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회담했다. 로이터는 “두 정상은 특히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홍해의 항행 자유와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면서 “엘시시는 사우디의 국가안보와 안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후티 문제가 이제 단순한 사우디-예멘 국경분쟁을 넘어 홍해 전체의 안보 문제로 확대됐다는 의미다.


[메카 경보가 던진 진짜 질문]


그래서 메카의 긴급경보와 후티 드론 요격은 단순한 방공사건 하나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사우디가 만들어온 안보체제 전체에 질문을 던지는 사건이다. 사우디는 막대한 군사비를 지출했고 세계 최첨단 무기를 대량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실제 위기가 닥치자 후티의 공격은 사우디 군사기지를 넘어 메카 주변까지 접근했고, 빈살만은 다시 미국에 직접 군사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무기를 보유하는 능력과 전쟁을 수행하는 능력은 같은 것이 아니다. 메카 코앞까지 날아온 후티 드론은 바로 그 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Why Times Insight]


메카에 긴급경보가 울리고 실제로 후티 드론을 격추해야 했다는 사실은 사우디에는 상징적인 충격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후티가 어떻게 메카 주변까지 왔는가”보다 “사우디는 왜 이 정도로 흔들리는가”에 있다.


사우디는 가난한 나라도 아니고 무기가 없는 나라는 더더욱 아니다. 지난해에만 832억달러를 군사비로 지출했고, 미국과 거의 142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방산 판매·협력 패키지도 체결했다. 그런데 후티의 압박이 거세지자 결국 미국에 직접 군사지원을 요청했다.


여기에 사우디 안보체제의 역설이 있다. 왕정의 안정까지 고려해 분산돼 온 군사구조, 첨단장비에 비해 충분히 축적되지 못한 독립적 전쟁수행 역량, 그리고 오랫동안 미국의 최종적인 군사적 지원에 의존해온 안보모델이 실제 위기에서 동시에 시험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단순히 “트럼프가 사우디의 뒤통수를 쳤다”고 해석하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 미국은 정보와 표적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거부한 것은 미군이 후티와 직접 싸워달라는 요구였다. 미국 정부가 “지역 파트너들이 지역 안보 문제 해결에 앞장서도록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점에서 메카에 울린 경보는 그래서 사우디에 가장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천문학적인 돈을 무기에 쓰고도 결정적인 순간 다른 나라의 군사개입을 필요로 한다면, 그동안의 국방투자는 얼마나 독자적인 전투력으로 전환됐는가?


돈으로 전투기는 살 수 있다. 미사일과 방공망도 살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강한 군대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국가를 지키는 것은 무기고에 적힌 가격표가 아니라 그 무기를 실제 전투력으로 만들어낼 지휘체계와 훈련, 실전능력, 그리고 스스로 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국가의 역량이다. 메카 코앞에서 격추된 후티 드론 한 대가 지금 사우디에 던지고 있는 질문도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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